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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마음
전승영  |  한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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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년 10월 03일 (화) 00:54:45
최종편집 : 2023년 10월 03일 (화) 00:56:19 [조회수 :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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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마음>, 이대섭, 좋은 땅, 2023)

  미하일 엔더 작, <모모>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모모는 어느 날 갑자기 폐허가 된 마을의 원형극장에서 살게 된 소녀다. 이야기는 그 소녀와 시간을 훔치는 ‘시간 도둑’과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그 이야기 속에 이런 대목이 있다. 모모가 이야기를 들어주면 바보 같은 사람에게도 갑자기 쓸 만한 생각이 떠오른다. 모모가 그런 생각을 이끌어 내는 말을 하거나 질문도 한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그는 그저 가만히 앉아서 주의 깊게 들을 뿐이다. 크고 검은 눈동자를 빛내며 바라보며 귀담아들을 뿐이다. 그러면 상대방은 자신도 놀랄만한 정도의 기발한 생각이 스윽 떠오른다. 모모가 이야기를 들어주면, 망설이던 사람은 그 뜻이 확실해지고, 소극적인 사람은 용기가 생기고, 고민이 있는 사람은 희망이 솟아난다.(시부야 쇼조, <경청 심리학>, 13) 

  경청(敬聽), 듣는 마음은 공감에서 비롯된다. 현악기의 공명통의 역할 마냥 마음을 넓고 맑게 하면 공감력이 할증한다. 이와 같은 청결한 마음은 관상 생활에서 큰 효과를 얻는다. 듣는 마음에서 나오는 관상적 경청의 능력이 있을 때만, 판단 없이 서두르지 않고 상대방에게 현존하면서 안전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 그럴 때 서로 간의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서로를 있는 그대로 용납하고 부족한 부분을 함께 나누면서 품는 과정으로 바뀔 수 있다.(38) 공감은 자신의 욕구를 잠시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경험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때 이루어진다. 공감은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는 중요한 요소다. 경청, 즉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행위는 친밀한 유대관계를 만들어 내고, 이를 통해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당연한 것이며 상대방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공감의 힘은 관계를 새롭게 바꾼다.(마이클 니콜스, 17)

  듣는 마음은 자신의 전 존재의 근원인 마음이 하나님으로만 가득 채워진 상태이다. 자신의 지성, 의지, 감정, 그리고 영적인 차원까지 하나님의 현존으로 채워진 상태다.(55) 경청(敬聽)이란 공경(공감, 공명)하는 마음으로 듣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언어적인 것이나 비언어적 메시지를 수용하고, 의미를 구성하며, 반응하는 과정이다. 청(聽)자를 한자로 분석해서 보면, 귀 耳, 임금 王, 열 十, 눈 目, 한 一, 마음 心이 어우러져 있다. 이것들을 엮어보면, 백성을 사랑하는 왕과 같은 귀를 가지고, 집중해서 듣는 것이다. 열 개의 눈을 가지고, 소리만이 아니라 비언어적인 표현인 얼굴 표정과 손짓들까지 잘 듣는 것이다. 갈라진 마음이 아니라 하나의 마음으로, 왕의 귀를 가지고 나의 온 마음을 다해서 함께 머물고 소리와 함께 비언어적인 소리까지 듣는 것이 청(聽)이다.(63) 

  듣는 마음 중심에는 하나님을 향해 활짝 열린 공간이 있다. 그래서 하나님과 더욱더 가까워진 마음으로 듣고 일상에서 하나씩 선택해 나갈수록, 그 사람의 삶에는 넘쳐나는 기쁨이 있고, 평화가 있고, 자유가 있다.(51) 공감적 듣기는 마치 시를 읽는 행위와 같아야 한다. 그래서 상대방의 말 뒤에 숨어있는 의미까지 찾아내야 한다. 공감은 능동적 창의성을 발휘하는 반면, 공감적 듣기는 창의적이라기보다는 수용적이라는 점이 다르다. 예술작품을 대할 때 사람들이 보이는 각각의 반응은 그 자체로 타당성을 지니지만 대화할 때 상대방을 대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창조성이 아니라 이해심이다. 관상적 경청은 말하는 사람 안에, 그리고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 사이에 있는 성령의 현존을 존중한다. 그런 경청은 따뜻하고, 사랑스럽고, 참여적이며 기도로 가득한 침묵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 침묵은 종종 몇 마디의 말만 필요하거나 아무 말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엘리자세스 리버트, 64)            

한천교회 전승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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