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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발걸음을 떼라는 신호
김화순  |  givy4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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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년 10월 01일 (일) 22:31:32 [조회수 : 4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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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가 나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시대는 스트레스의 영향을 받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거리를 걷다 보면 축 늘어진 어깨, 초점을 잃은 눈동자, 하염없이 스마트폰을 넘기는 손가락을 자주 만나게 된다. 수많은 심리적 위험에 노출된 채로 살아가는 모습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행동들에서 사람들의 마음이 얼마나 피곤한지 느낄 수 있다. 스트레스는 일과 생활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얼마 전 골프선수 박세리가 TV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이 겪었던 입스(Yips)를 언급했다. 입스란 슬럼프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압박감이 느껴지는 시합 등의 불안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근육이 경직되면서 평소에는 잘하던 동작을 제대로 못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나라가 IMF 위기를 겪을 때, 박세리 선수는 외국에 나가 힘든 투어 생활을 하며 LPGA 무대에서 우승을 하여 희망을 안겨주었다. 이후 박세리 신드롬이 형성되었고, 박세리 선수의 경기를 보고 꿈을 키운 ‘세리키즈’가 대거 등장했다. 그뿐만 아니라 부정적이었던 골프의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여러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하던 박세리는 명예의 전당에까지 입성하는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그 직후 슬럼프를 맞이했다. 그녀는 “입스가 오는데 필드에 서는 순간부터 앞이 캄캄하고 아무것도 안 보였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어제와 너무나 다른 내가 무서웠다. 하루하루가 괴로웠다”고 고백했다.

슬럼프에 빠지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의욕이 넘치고 야망이 크고 출중한 사람인 경우가 많다. 그들은 아주 의욕적으로 일하고, 해야 하는 일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해내고야 만다. 모든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는 주역이 자신이라고 생각하며 무한한 에너지를 소유하고 있다고 믿고 자신을 필요로 하거나 인정해주는 곳이 많아지도록 자신을 혹사시킨다. 삶이 진정 무엇을 요구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은 안중에도 없고 일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소속감, 삶의 의미와 목적을 둔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속한 조직이든, 사람과의 관계이든, 결국에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다. 외부의 상황이 변하지 않아도 자신의 시각이 변할 수도 있다. 그럴 때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가던 사람은 여기가 어딘지 몰라 난감하게 되고, 그 난감함이 두려워 아예 눈을 가리고 무작정 더 달려가다 끝내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슬럼프는 내면 한쪽에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라고 소리치는 것인데 이것을 받아들이기는 고통스럽다. 그러다 보니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상태를 스스로 합리화시키느라 진이 빠지게 된다. 그래서 몸이 피곤하고 지친다. 

무언가를 어떻게 해보라고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가 슬럼프이다. 일단 멈추어 서서 자기 자신에게 주목해야 더 큰 병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내면의 소리를 듣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솔직하고 정직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해야만 하는 일이라서, 남들이 원해서’라고 합리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 스스로를 보듬고 돌볼 때 같은 일도 전혀 다르게 수행할 수 있다. 내면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과도한 인정욕구와 완벽주의적 성향, 타인과의 비교 감정들을 살펴보고 이것들이 그동안 자신의 삶을 어떻게 움직여왔는지를 세밀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박세리 선수는 2년에 가까운 시간을 힘들어하다 입스를 극복하고 재기할 수 있었는데 그 과정을 이렇게 소개했다. “옆을 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렸다. 나만 힘든 게 아니라고 최면을 걸면서 잘하려고 채찍질만 했다. 잘했다, 수고했다를 나 자신에게 한 번도 해주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번 아웃이 되었다.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했던 때의 나로 다시 돌아가 보자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다르게 생각했다. 오늘이 어제보다 좀 더 나아진 것 같다고 느끼고 생각하다 보니 어느 순간 다시 연장전에 가게 되고 우승을 하고 재기를 했다.” 

화면을 통해 보여지는 그녀의 모습은 단단했다. 거센 비바람이 몰아쳐도 흔들릴지언정 쓰러질 것 같지 않은 모습이 보는 이에게 희망이 되어주는 듯했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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