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교 > 이강무 선교사
지구촌 시대와 소통히말라야 언덕에 올라
이강무  |  lkmlhw@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23년 09월 19일 (화) 14:25:06
최종편집 : 2023년 09월 19일 (화) 14:28:12 [조회수 : 407]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텔레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 눈앞에 펼쳐진 산 아래 마을들

2023년 7월 14일 금요일

 

*고도 : 해발 2,100미터

*날씨 : 비오다 개다 하다.

*온도 : 18.0

*습도 : 85

*기압 : 1010Hpa

*편안한 정도 지수 : 80

*주소 : 초탕 빌리지, 차리곳 타운, 비모쇼어 시

(Chothang, Charikot, Bhimeshwor Municipality, Nepal)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배가 고프면 아무리 좋은 경관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처음에는 수시로 변하는 구름 속에 나타나는 색다른 풍경을 바라볼 때마다 감탄을 금치 못하였지만 좋은 경관도 한두 번이지 이제 조금씩 필요한 생필품이 생각나 불편하기 시작한다. 도시문화에 익숙한 사람이 산속에서 지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구나. 그러나 이곳 사람들은 거의 불편함을 못 느끼는 것 같다. 이들은 화장실에서 휴지도 사용하지 않고 부엌에는 행주도 없으며 세탁기도 냉장고도 필요한 줄 모른다. 우유나 과일이나 채소는 살 곳도 파는 곳도 없다. 바다가 없는 곳이라 바다 생선을 전혀 구할 수 없다. 네팔의 산악지역은 정말로 먹을거리가 너무 빈약하다. 이들의 식문화는 일식일찬이면 족하다. 맨밥이라도 먹을 수만 있으면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다.

오늘 처음 온 환자는 70세나 된 할머니로 지금까지 내가 받은 환자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분이다. 이 고령 환자보다 내가 더 나이를 먹었으니 나도 이제 생명에 크게 집착할 나이를 넘어선 것 같다. 이분은 해발 2,600미터나 되는 곳에 사는 분으로 여기서 아련히 구름 속에 바라다보이는 먼 앞산 마을에 사시는 분이다. 도보로 2시간을 걸어오셨다. 계곡을 한 참 내려오다가 다시 한 참 산으로 올라오셨으니 그 정도면 아마 한국의 소백산 높이 정도는 걸어오신 셈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너무도 먼 거리이지만 이들에게는 일상이고 지척이며 이웃이다. 치료받고 난 후 몸이 매우 가뿐하고 기분 좋다며 다시 2시간을 걸어 집으로 가려고 나가신다. 아무리 산 사람이라도 여자 노인 환자가 왕복 4시간 이상 험한 산길을 오르내리기는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전혀 힘들어하는 기색이 보이질 않는다.

 

이곳에서 산 아래로 1시간 내려가는 곳에 사는 젊은 부부가 왔다. 11가구가 흩어져 사는 산촌 개척교회의 평신도 설교자이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버펄로 3마리와 염소 3마리 그리고 야산을 조금 개간하여 곡식과 채소를 좀 가꾸며 사는 분이다. 삭티 목사의 소개에 의하면 이분은 나처럼 척추가 다 망가져 큰 고통 중에 있는 환자라고 소개한다. 등허리를 타고 내려간 척추가 무척 아파서 잘 움직이질 못할 형편이지만 하루라도 일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처지이다. 바짝 마른 등허리에 솟아오른 척추뼈만 앙상하니 드러나 있다. 그곳에 침을 꽂아 놓으니 삭티목사가 농담으로 “히말라야산맥 같다”라고 조크한다. 그리고 그 솟아오른 척추뼈 위에 그가 뜸을 떠 주면서 “히말라야의 산에 불이 났다”라고 하여 주위 사람들을 한바탕 웃긴다. 요즈음 그는 나와 가까이 생활하면서 가끔 조크를 즐겨하는 나를 닮아 자연스럽게 그도 조커가 되었다. 피곤하고 힘들 때 유머는 큰 활력소가 되고 윤활유가 된다. 유머가 없이 하루 종일 업무만 보는 사람하고는 인생이 지루하다.

 

이 환자는 병원에 가서 검사해 봤더니 결핵도 없고 염증도 없으며 간과 신장도 아무 이상 없단다. 너무 힘든 일을 많이 하고 영양 섭취를 제대로 하지 못해 몸이 허약해져서 느끼는 통증이다. 이런 경우 매일 뜸을 뜨며 요양을 좀 하면 쉽게 회복될 텐데 하루도 쉴 수 없는 처지이니 어떻게 건강을 회복하게 될지 의문이다. 그의 부인도 치료받았는데 별로 큰 문제는 없고 이곳 산속 사람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요통, 슬통 정도이다. 비록 척박한 환경에서 가난하게 살고 몸이 아프면서도 젊은 부부가 주님의 사랑으로 이웃을 섬기며 열심히 사는 모습이 남다르게 보인다. 사람으로 태어나 땅만 일구다 죽는 것보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이웃을 사랑으로 섬기며 사는 것은 보람된 인생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엔 매일 자기 영토만 늘이다 가는 사람이 있다. 결국엔 빈손으로 갈 것을! 원주민들의 삶의 모습이 어떤지 그네들이 사는 원주민 마을에 가서 일박 정도 하며 지내고 싶다고 하니 언제라도 오라고 대환영이다. 그러나 삭티목사는 내 체력으로 그곳에 가서 일박하기엔 너무 무리라 하다. 그곳은 화장실도, 부엌도, 침대도 없으며 비도 새고 많은 독충이 들끓는 곳이란다.

 

오늘도 최고의 관심, 삭티목사 부인이 왔다. 그동안 테스트하느라 매일 침을 한 군데만 시침하였는데도 몸이 매우 좋아졌다 한다. 내가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다. 매우 민감한 자가면역질환자라서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는 중인데 다행히도 좋아졌다니 내 연구와 시도가 먹혀들어 가는 것 같다. 그녀가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처음으로 나를 위해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 왔다. 몸이 좀 좋아지긴 한 모양이다. 두부같이 생긴 것인데 콩으로 만든 것이 아니고 우유로 만든 거라며 이곳에서 자랑하는 건강식품이란다. 히말라야 산속의 사람들은 야생 야크나 버펄로의 우유로 치즈를 잘 만드는 데 오늘 가져온 식품은 치즈의 전 단계에서 나오는 것이다. 맛도 담백하고 대장 연동(蠕動)운동에도 좋을 것 같다.

 

처음으로 삭티부인이 치료받기 위하여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옷을 입었을 땐 얼굴이 작아서 그리 뚱뚱해 보이질 않았는데 온몸이 완전히 살로 뒤덮여 움직일 때마다 살이 출렁거린다. 몸무게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물어보니 삭티목사 왈 75킬로란다. 키가 겨우 140센티에 그 몸무게는 살인적인 몸무게다. 온몸의 혈관과 림프절이 짓눌려 면역반응에 버그(bug)현상이 일어나 자가면역질환이 생긴 건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병을 고치려면 먼저 다이어트부터 해야 한다. 오늘은 그녀의 몸 전체 좌우상하 앞뒤 전신에 침을 놓았다. 비대해지고 늘어지고 틀어진 오장육부의 균형을 맞추어 오장육부가 제 기능을 발휘하여 자가면역능력이 생기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처음으로 시도한 전체 치료이니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만, 그녀의 몸무게를 줄이지 않고는 모든 치료요법이 헛수고일 것이다.

 

메이드가 조금 전 저녁을 준비하느냐 묻기에 컴퓨터 작업하느라 말로 대답하지 않고 그러라고 고개를 끄덕였더니 청소하고 내려가서 식사 준비를 하는 기색이 안 보인다. 아차! 실수하였다. 이곳에서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는 것은 ‘노(No)’라는 뜻이다. 그녀는 내가 고개를 끄떡이는 모습을 아직 ‘준비하지 말라’는 신호로 이해하였던 거다. 서둘러 큰 소리로 아래층에 있는 메이드를 불러 식사준비를 시켰다. 우리는 때로 소통의 방식이 서툴러 어려움을 느낄 때가 많다. 이웃과의 관계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자녀와 부부관계에서도 소통이 잘 안될 때가 있다. 서로 소통을 잘 이루는 것은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이곳의 자동차는 운전대가 우측 편에 있고 차는 좌측 도로로 달린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왼쪽에 운전대가 있고 차는 우측 도로로 달린다. 서로 정반대 방식이다. 어느 방식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곳에 살려면 그냥 적응하는 게 좋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지구촌의 여러 나라 사람이 서로 자주 왕래하며 섞여 사는 지구촌 시대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 동양식이 옳다 서양식이 옳다, 내가 옳고 너는 그르다는 사고방식은 인류공동체의 평화를 위해 옳지 않다. 서로 상대편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사는 게 인류가 평화롭게 공존 공생하는 최선의 생존 방식이다. 이는 특히 종교인들이 꼭 유념해야 할 점이다. 

이강무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16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0개)
 * 100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20000byte)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