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유럽에서 목회하는 감리교 목회자들을 위한 목회자세미나가 시작된 지 20년이 되었다. 미국 뉴저지에서 목회하시던 고 박순종목사님께서 시작하신 일이다. 박순종 목사님은 유럽에서 열린 한 집회에 참석한 후 여러 곳을 돌아보던 중 한 때 기독교가 꽃 피었던 유럽에서 교회들이 쇠퇴해가는 모습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보게 되었고, 이러한 척박한 환경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가기 위해 사역하는 목회자들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유럽 각지에서 목회하는 후배 목회자들을 돕고자 하는 비전을 가지고 은퇴 후 ‘선한사마리아사람선교회’를 만들었다. 

‘선한사마리아사람선교회’의 전적인 후원과 주관으로 2004년 제1회 유럽감리교목회자세미나가 영국 런던에서 개최되었고, 이후 프라하, 파리, 브리스톨, 뒤셀도르프, 로마, 부카레스트, 베를린, 키이우, 소피아, 프랑크푸르트, 크로아티아, 이즈미르, 그라츠 등지에서 매해 집회가 열렸다. 참석하는 목회자들은 말씀을 통하여, 동역자들 간의 교제를 통하여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함께 기도하는 가운데 성령의 역사를 체험하며 영적으로 무장하는 귀한 시간을 가져오고 있다. 

▲ 이성철 목사(달라스 중앙감리교회)

▲ 이철구 목사(남부플로리다 감리교회)

박순종 목사님이 소천하신 후 이전에도 여러 차례 참석하며 아낌없이 후원해주신 미국 달라스 중앙감리교회의 이성철 목사님께서 세미나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감당하며 주 강사로 섬기고 게시고, 현재 행정적으로는 유럽지방 교육부 사업의 일환으로 이 세미나를 이어가고 있다. 박순종 목사님은 생전에 목회자세미나의 주제를 언제나 ‘성령목회’로 하셨다. 간혹 주제를 바꿔보자는 목회자들의 건의가 있었으나 박목사님은 한결같이 ‘성령목회’를 고집하시며, 목회의 주체는 성령이시고, 성령 충만하지 않으면 결코 목회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강조하셨다. 

지금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인터넷을 통해 많은 설교말씀이나 강의를 들을 수 있고, 온라인으로 개최되는 세미나를 통해 여러 정보, 연구, 지식들을 공유할 수 있다. 하지만 20년 전만해도 온라인상으로 은혜의 자리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없었고, 유럽지방 목회자들이 대면하여 모일 수 있는 기회가 극히 적었다. 목회자세미나가 시작된 2004년을 전후로 유럽지방은 여러 문제들로 어수선하였고, 갈등이 많았으며, 목회자들이 하나가 되지 못하고 나뉘어져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게 된 박순종 목사님은 날마다 새벽제단에서 유럽지방 목회자들의 이름을 한 사람씩 불러가며 기도하셨다. 목사님의 기도에 힘입어, 그리고 매년 세미나에 모여 함께 말씀을 듣고 기도하는 가운데 유럽지방은 점점 변해갔고, 지금은 너무나 화목하고 사랑과 은혜가 넘치며,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도와주는 지방이 되었다.       

몇 년 전 집회에 참석했던 한 목회자는 집회 장소까지 오고 가는 거의 이틀에 걸린 여정도 소풍을 가는 어린이처럼 행복했다고 전해 왔고, 또 한 선교사는 마치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실려가 수액을 맞고 회복하여 돌아가는 것 같다고 눈물을 흘리며 간증하였다.

필자는 수년 전 지금은 고인이 되신 박순종 목사님 댁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세미나 때마다 참석한 목회자들에게 무엇이든지 조금이라도 더 베풀고자 하시며 넉넉한 마음을 보여주셨기 때문에 목사님 댁은 나름 부유하게 미국 생활을 하고 계실 것으로 짐작하였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틀렸다. 그 옛날 서울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 한 안홍련사모님은 최고의 인텔리이셨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시골에서 살림하는 여인처럼 얼마나 알뜰하게 절약하며 검소하게 살고 계신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목사님 댁에 며칠 머무는 동안 한번은 함께 식당에 가서 식사를 했는데, 양이 많아 다 드시지 못한 사모님이 남은 국수를 집에 가져가겠다고 싸달라고 하셨다. 국수는 불어서 나중에 드시기 힘들 것 같아 가져가지 마시라고 말씀드려도 아깝다고 기어이 싸가지고 가셨다. 이렇게 절약해서 모은 돈을 세미나 비용에 보태고, 어려운 목회자들을 도와주셨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목사님과 사모님은 슬하에 2남2녀를 두셨는데, 모두 훌륭하게 성장하여 그중 두 아들과 딸이 미국 연합감리교회의 목회자가 되었다. 

▲ 웨슬리 채플 앞에서. / 런던 웨슬리 예배당은 세계 감리교회의 모 교회이다. 지금도 이 곳에서는 2백여 명이 예배를 드린다. 영국 여성수상 대처가 이 곳에서 결혼식을 하면서 기념으로 제단을 기증하였다. 또 이 예배당의 대리석 기둥 일부는 찰스 왕이 기증한 것인데 감리교 운동이 신앙운동으로 끝나지 않고 사회적 개혁운동으로 이어져 영국 사회를 살렸기 때문이다. 웨슬리 예배당은 1778.11.1에 왕공 되었는데 설계는 조지 댄스가, 건축은 사무엘 투스가 하였다. 1779년 최초의 감리교 연회가 모였고 1881년에는 최초의 에큐메니칼 감리교 연회가 개최되었다. 3번의 화재로 인한 위험이 있었으나 무사하였고 2차 대전중에는 주위의 많은 건물들이 무너졌으나 웨슬리 예배당은 안전히 지켜졌다. (글 출처- 웨슬리 스토리)

올해 유럽감리교목회자는 9월 12일부터 15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개최되었다. 미국 달라스 중앙감리교회 이성철 목사님과 미국 남부플로리다감리교회 이철구 목사님께서 ‘일하시는 하나님’이라는 주제로 말씀을 전해주셨다. 해마다 귀한 강사 목사님들을 모시고 은혜의 말씀을 나누며, 쉼을 얻고 재충전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유럽지방이 받은 큰 복이자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이다. 집회를 마치고 헤어질 때마다 참석자들은 너무 아쉬워하며 다음 집회 때에 반갑게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한다. 20년 전 목회자세미나를 시작해주신 고 박순종 목사님을 추모하고 감사하며, ‘성령 목회’를 외치던 목사님의 유언과 같은 말씀을 따라 성령 충만하여 유럽과 세계를 복음화하는 일에 더욱 충성된 일꾼으로 살아가기를 다짐하며 이 글을 마친다.

독일 베를린 백림감리교회 김정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