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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도시에서 쓴 희망일지인천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이 걸어온 길 130년
김문선  |  moonsun101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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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년 09월 12일 (화) 18:07:25
최종편집 : 2023년 09월 12일 (화) 18:09:39 [조회수 :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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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항도시에서 쓴 희망일지 - 이야기books

사회적 체온 1℃ 더 높이기

한국 근대사회복지의 시작과 감리교 여성들의 사회선교 참여에 대한

인천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의 130년 발자취

 

“고통이 있는 곳에 하나님이 계시다.” 백 년도 훨씬 전에 감리교 여성들이 사회선교에 뛰어든 이유다. 이는 한국에서 근대사회복지의 시작이 되었다. 인천에서 사회관의 출발도 다르지 않았다. 미국 감리교회를 지붕 삼아 동서양의 여성들이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만났고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인천에서 함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첫 여학교, 첫 여성센터, 첫 유치원, 첫 여성병원, 첫 사회관을 세웠다. ‘위기의 조선’을 찾아온 여성 선교사들은 출발부터 교회를 하나 더 세우는 일에 몰두하기보다 가정에 고립되어 살아가는 여성들을 일일이 찾아 나섰다. 그리고 이들이 사회적 존재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역량 강화와 기반 마련에 안간힘을 썼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당시 서양에서는 여성에게 목사안수가 허용되지 않았을뿐더러 교회에서조차 공개적으로 발언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다. 이는 남성들만이 교회를 조직하고 목회할 권한이 있음을 의미했다. 결국, 여성들은 교회의 작은 울타리 안에 머물기보다는 교회 밖 세상(사회)을 돌보는 일로 시선을 돌렸다. 이것이 감리교 여성들이 과감하게 사회선교의 개척자로 나서게 된 첫 번째 이유다. 또 다른 이유는 내적 동기에서 비롯되었다. 같은 사람으로 태어났으나 오랫동안 사회적 존재로 설 수 있는 공간이 없었던 아픔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았다. 그 아픔을 공통분모로 삼아 “여성이 여성에게” 손을 내밀었고, 함께 민족과 인종의 경계를 넘어 스스로 설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온기가 사라진 냉담한 사회에서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니 온기 없는 사회는 그 자체로 절망이고 죽음이다. 감리교 여성들이 자신들의 종교적 소명으로 선택한 길은 차갑게 식어가는 사회의 체온을 1℃ 더 높이는 일이었다. 이는 발언권도 투표권도 주어지지 않는 현실에서 여성들이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었다. 절망의 세상에서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길은 다른 무엇이 아닌 따뜻한 환대임을 가는 곳마다 복음으로 전했다. 환대받지 못하는 이들을 향한 1℃의 체온은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놀라운 힘을 발휘했다. 이는 절체절명에 빠진 ‘위기의 조선’에도 전달되었고, 절망 끝에서 만난 고통에 대한 공감은 근대사회복지의 길을 여는 힘이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의 뜻이 실현된 인류사회가 천국”임을 믿는 감리교 신앙의 실천이었다.

 

인천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이 걸어온 길은 큰 나무에 비견될만하다. 땅 위로 보이는 나무의 키만큼 땅 밑으로도 그만큼의 뿌리가 단단히 박혀있다. 그리고 한 뼘 성장할 때마다 그 성장통은 선명한 나이테로 기록되었다. 이 작은 공간에서 쓴 130년의 기록은 개항도시 인천의 희망일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그 기록들이 들려주는 ‘희망 발굴’의 역사 이야기를 책으로 세상에 처음 내놓는다. 이는 130년의 기록을 남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감리교회의 역사만은 아니다. 일찍이 ‘국제시장’이라는 별명을 얻은 인천의 역사이고, 인천의 역사는 곧 한국 근현대사의 핵 그 자체다. 특히 최근 부쩍 관심이 높아진 지역사 연구와 사회복지사 연구에 생생한 증언자가 되어 줄 것이다. 조용한 어촌마을 제물포가 가장 분주한 개방 공간으로 재탄생되는 여정, 그리고 그 고단한 여정에 함께 했던 이들이 협력하여 써 내려간 인천의 근현대사가 한 앵글 안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 책은 2부로 구성된다. 1부 “뿌리 역사를 찾아서” 편은 기독교사회관이 어떤 토대 위에서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 근간이 되는 초기역사를 추적한다. 이 시기는 개항기부터 해방 전까지로, 미감리회 여성 선교사들이 이끌고 한국 여성들이 협력자로 파트너십을 발휘했던 때이다. 사회복지라는 용어가 탄생하기도 전이었지만, 일제가 식민정책의 하나로 일괄실시했던 ‘관제형 사회사업’에 굴하지 않고 민간차원의 ‘사회봉사’ 즉 ‘시민주도형 사회복지’를 다양하게 선보인 특징이 있다.

 

2부 “기독교사회관에서 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으로” 편은 해방 이후 역사다. 기독교사회관이라는 새 이름으로 재탄생하여 인천지역을 대표하는 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한다. 이 시기 여선교사들은 한국사회의 달라진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국 여성들에게 운영권을 넘겨주고 리더십 전환을 완성한다. 이후 한국감리교회는 ‘태화복지재단’을 설립해 사회복지기관으로서의 기틀을 갖춤과 동시에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복지제도와 시스템에 속도를 맞추고 협력하는 관계로 또 한 번의 전환을 이루어낸다. 특히 이 시기는 정부와 종교기관이 어떤 방식으로 파트너십을 유지해야 하는지 그 균형점을 모색하고, 더 나은 지역복지 실현을 위해 다양한 도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과제로 인식한 특징이 있다.

 

역사는 흥미롭다. 아니 신비롭다. 분명한 인과관계가 존재하지만, 인과관계로만 설명될 수 없는 변수들이 도처에 지뢰처럼 깔려 있다. 인천에 뿌리를 내린 사회복지의 역사도 예외는 아니다. 기록으로 남은 흩어진 시간의 조각들을 맞춰보려 나름 애를 썼지만, 충분히 설명되지 못한 부분이 적지 않다. 이는 후속 연구의 몫으로 남겨두고자 한다. 다만 이 책이 잃어버린 뿌리를 되찾고 그 가치를 새롭게 발견해가는 시간여행에 작은 안내서로서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 

 

저자소개

하희정

역사학자. 감리교신학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미국 버클리 Graduate Theological Union에서 미국 종교사와 동아시아 근대 관계 역사로 박사학위(Ph. D)를 받았다. 감리교신학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기독교 여성사, 이단의 역사, 문학으로 역사 읽기 등 다양한 주제로 강의하고, 한국 근현대사에서 배제된 기독교 역사 관련 학술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역사와종교 아카데미’ 대표로 학교 밖 연구자들과 함께 역사 대중화를 위한 프로그램과 공동연구를 실험하고 있다. 주요저서로 《역사에서 사라진 그녀들: 젠더로 읽는 기독교 2000년》, 《이화간호교육의 처음을 연 사람들, 마가렛 에드먼즈와 이정애》(공저), 《그들은 휴머니스트였다: 조선의 역사가 된 이방인》(2018년 세종도서 선정) 등이 있다.

 

장미경

감리교회 목사.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신학대학원에서 한국교회사를 전공했다. 현재 호서대학교 박사과정 중에 있으며 ‘역사와종교 아카데미’ 책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여 년 부담임 목사로 사역하며 다양한 답사 프로그램을 기획해 ‘현장에서 배우는 역사’를 교회 안에서 실천해왔다. 감리교회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기독교세계>에 ‘우리 역사 순례’를 연재했고, 여선교회전국연합회에서 기획한 ‘지역사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그리스도인들의 잊혀진 역사를 오늘의 삶 한가운데로 소환하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공저로 『열정의 백년 감동의 백년: 감리교 여성 역사 이야기』, 『아 하나님의 은혜, 여선교회 안식관 72년의 기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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