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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발의 아내
최창균  |  onnure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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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년 09월 07일 (목) 10:52:51 [조회수 : 1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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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녀가장 줄라이카

아...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동생들을 어떻게 돌보아야 하나... 16세의 줄라이카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막막함을 느꼈다. 아버지가 전장에서 돌아가신 후 3년 만에 어머니가 이름 모를 병으로 돌아가신 것이다.

줄라이카는 흐르는 눈물을 닦을 마음의 여유조차 없이, 며칠째 울고 또 울었다. 하지만 더 이상 울고만 있을 수 없었다. 이제는 자신만을 바라보는 동생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 줄라이카는 세 명의 동생을 돌보아야 하는 소녀가장이 되었다.

줄라이카는 동생들을 위해서라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남의 집안일을 돕기도 하고, 농사일을 돕기도 하고, 시장에서 장사를 하기도 했으며, 밤에는 삯바느질 일거리를 얻어다가 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동생들은 줄라이카의 고생을 알고, 함께 도왔다. 이렇게 남매들은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갔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도 줄라이카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옆동네에 살면서 가끔 얼굴을 보고 지내는 사이였는데, 그의 이름은 보디발이었다. 보디발의 아버지는 이집트의 군 관료였다. 그래서 보디발은 일찍이 무예를 익히며 촉망받는 군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줄라이카는 보디발을 마주칠 때마다 마음이 두근거렸지만, 그 표정을 애써 감춰왔다. 이걸 안 친구들은 보디발과의 만남을 주선했고, 둘은 만남의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 보디발은 부끄러운 듯, 줄라이카를 피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줄라이카의 보디발을 향한 마음이 강했던지, 둘은 점점 더 친밀한 관계로 발전했다.

보디발에게 있어서 줄라이카는 어렸을 적부터 봐왔던 후배였다. 줄라이카의 눈길을 의식한 적도 많았지만, 사실 보디발에게는 남모를 고민이 있었다. 보디발은 이성에게 흥미를 느끼지 않고, 오히려 같은 남자에게 눈길이 갔다. 그렇다. 보디발은 동성애 성향이 있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줄라이카는 이런 보디발을 좋아하고 있었던 것이다. 보디발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부모를 잃고 동생을 돌보고 있는 불쌍한 후배 줄라이카가 자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이성으로서는 안 끌리지만, 보디발은 줄라이카를 돕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돌아가신 줄라이카의 아버지는 보디발 아버지의 부관이기도 했다. 자신의 아버지를 돕다가 전사한 줄라이카의 아버지이기에, 보디발과 그 부친은 줄라이카에게 항상 빚을 진 마음이었다.

게다가 보디발은 자신이 군인으로서 출세하기 위해서는 동성애자라는 것을 숨기는 것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서 여성과 가정을 이룬 모습이 필요하기도 했다. 결국 보디발은 어느날 줄라이카에게 청혼을 하기에 이르렀다.

“줄라이카!”

“응, 보디발 오빠?”

“우리 결혼할까?”

보디발의 속마음은 모른 채, 줄라이카는 평소에 좋아하던 오빠가 결혼을 하자고 하니, 마음이 쿵쾅거리며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결국 두 사람은 주변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

 

2. 줄라이카의 새 남자

두 사람의 신혼시절은 그리 길지 않았다. 결혼 후 한 달쯤 지나고 나서, 줄라이카는 보디발을 온전히 알게 되었다. 보디발이 줄라이카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사랑이라기보다는 불쌍히 여기며 돕는 마음이었다.

줄라이카는 보디발의 배려로 동생들을 잘 키워낼 수 있었다. 비록 여자로서의 사랑을 받지 못했지만, 그래도 줄라이카는 인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어느 정도 행복한 나날을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부부와 같은 삶을 동경하며 지내왔다. 이렇게 이들의 결혼 생활은 어느덧 10여년이 흘렀다.

보디발은 사회적으로 한참 성장하는 과정 속에 있었다. 그야말로 일중독의 군인이었다. 수시로 전쟁에도 참가하며 숱한 고비를 넘겼고, 부대 운영에도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부하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덕장이었다.

그런 보디발에게 있어서 줄라이카는, 어찌보면 쇼윈도우 마네킹과 같은 존재였다.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감춰주며, 자기의 출세를 위해 아내라는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주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줄라이카는 자신을 도왔던 보디발에게 은혜를 갚고 싶어서 성심성의껏 내조를 했다. 하지만 마음 속 한 구석에는 해결되지 못한 응어리가 있었고, 이것이 시시때때로 줄라이카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가끔 사람이 없는 데서 혼자서 하루 종일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줄라이카는 일생일대의 반전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것은 새로 종으로 들어온 요셉으로 인해 생겨났다. 히브리 노예인 요셉은 처음에는 줄라이카의 주의를 끌지는 못했다. 특별히 외모가 잘생긴 것도 아니었고, 언변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알고 지내면 지낼수록, 요셉은 범상치 않은 사람이었음을 느끼게 되었다. 집안일을 하는 능력과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등을 통해, 요셉은 점점 보디발의 집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꼭 필요한 존재로 자리 잡아 갔다.

요셉은 줄라이카를 대할 때 늘 정중하게 대했으며, 상사의 아내로서 극진히 예우했다. 다른 사람들은 비록 집주인인 보디발의 아내라 하더라도, 소녀가장이라는 출신성분으로 인해 은근히 줄라이카를 무시하는 경향들이 있었다. 하지만 요셉은 다른 모든 사람들을 예의바르게 대했으며, 줄라이카에게도 다정하게 대했다.

줄라이카는 요셉으로부터 받는 대우에서 편안함을 느꼈으며, 자기가 여자라는 걸 느끼게 되기도 했다. 요셉에게 대한 마음은 처음에는 그저 좋은 집사로 생각되었으나, 줄라이카의 마음은 점점 요셉을 연모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남편으로부터 여인으로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줄라이카의 마음은 점점 요셉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요셉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상관인 보디발과 결혼은 했지만 줄라이카는 여자로서의 대접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을. 자신이 모시는 부부의 모습이 안타까왔지만 요셉이 거기에 관여할 수는 없었다. 요셉은 보디발의 집을 관리하는 데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그리고 줄라이카 또한 자신의 상관일 뿐이었다.

줄라이카가 자신을 좋아하기 시작한 것을 알았지만, 요셉은 거기에 응할 수가 없었다. 가끔 난처한 상황이 생기게 될 때마다 요셉은 슬기롭게 피해 나갔다. 이런 요셉에 대해 줄라이카의 마음은 타 들어갔다. 여자인 자기가 먼저 남자에게 호감을 표시하는데도 남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정말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3. 막장 드라마 사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다가왔다. 어느날 보디발의 집에서 김장을 담그게 되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모두 다른 일로 바쁜 터라, 요셉과 줄라이카 둘이서 그 일을 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이집트 반찬 토르시에 쓰이는 절인 양배추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줄라이카는 이날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그동안 참고 참아왔던 이야기를 했다.

“요셉! 내 마음 알죠?”

요셉은 가슴이 철렁했다. 결국 올 것이 왔구나 하는 마음이었다.

“줄라이카... 장군께서는 이 집의 모든 권한을 제게 주셨지만, 제가 오직 하나 어찌할 수 없는 게 있습니다. 저는 제 주군을 배신할 수 없습니다.”

줄라이카는 이런 요셉의 옷깃을 잡고 흔들었다.

“그런 소리 마세요. 어떻게 내 마음을 이렇게나 몰라준단 말이죠?”

줄라이카는 요셉에게 매달렸다. 요셉은 무척 난감한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뒤로 물러나며 줄라이카를 어떻게든 밀어내려고 했다. 아무리 어여쁜 여인이 자기에게 매달린다 해도 자신의 상관을 배신할 수는 없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줄라이카는 요셉을 더 잡아당겼고, 그럴수록 요셉은 줄라이카를 더 밀어냈다.

이때 작은 사고가 일어났다. 김장을 담그던 요셉의 손에는 양배추포기가 그대로 들려 있었다. 줄라이카가 달려들자 그걸 막는다는 것이 김치포기로 줄라이카의 얼굴을 밀고 마는 사고가 났다.

줄라이카는 엉겁결에 포기김치로 뺨을 맞는 꼴이 되었다. 여자로서의 자존심까지도 다 버린 채 사랑을 고백하다가 줄라이카는 너무나도 황당한 일을 겪게 된 것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김치로 뺨을 맞다니....

줄라이카는 이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막장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았다. 일순간 줄라이카의 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한참 동안 말도 안 나왔다. 줄라이카는 주저앉아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놀라기는 요셉도 마찬가지였다. 줄라이카를 막으려고만 했지, 줄라이카의 얼굴을 때리고 김치까지 묻힌 것은 결코 고의가 아니었다. 요셉은 미안한 마음에 어쩔줄 몰라 했다. 이 때 필요한 것은 스피드라고 했던가? 요셉은 그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집안 일 하느라 벗어놓았던 외투를 챙길 여유도 없었다.

한참을 주저앉아 있던 줄라이카는 조금씩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는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통곡으로 바뀌어 갔다.

안주인의 통곡소리를 듣고 하인들과 식구들이 몰려들었다.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는 말에 줄라이카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요셉과 몸싸움을 벌이다 흐트러진 줄라이카의 옷매무새와 요셉의 남겨진 옷,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모였는데, 오직 요셉만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요셉을 시기하던 몇몇 사람!

졸지에 요셉은 줄라이카 성추행범의 오명을 쓰게 되었다. 줄라이카가 그 얘기를 직접 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정황만으로 그런 추측이 이루어졌고, 줄라이카는 그걸 그냥 인정한 셈일 뿐이었다.

나중에라도 줄라이카는 그 모든 것이 오해였음을 밝힐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덧 요셉을 향했던 연모의 정이 분노와 원망의 마음으로 바뀌어 있었다. 게다가 사실대로 얘기할 경우, 오히려 자신이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줄라이카는 요셉에게 누명을 씌우게 되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때마침 보디발이 며칠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차라리 보디발이 며칠 동안 집으로 안 돌아왔으면 일이 더 커지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보디발은 요셉을 시기하던 하인으로부터 일의 자초지종을 들었다. 그 하인은 평소에 요셉의 성공가도를 시기하던 사람이었다. 그 하인에게 있어서 요셉은, 마치 굴러온 돌이 박혀 있던 돌을 쳐낸 것과 같은 존재였다.

그 하인은 히브리 노예로 팔려온 요셉이 이집트 시민권자인 자기보다 높은 자리에 올라간 것이 못마땅했다. 그러니 더 부풀려서 안 좋은 쪽으로 얘기를 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보디발은 그 얘기를 맹목적으로 듣기만 할 인물은 아니었다. 보디발은 자기 밑으로 천여명의 부하들이 있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항상 경청하며 좌우로 치우치지 않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는 여러 하인들로부터 얘기를 들으며, 어렴풋이 사건의 진실을 알아낼 수가 있었다. 그러자 자기의 아내인 줄라이카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또한 자신이 총애하는 요셉이 이 일에 휘말린 것에 대해, 자신도 많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당장 요셉이 없으면 여러 집안일들이 멈춰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보디발은 일순간 고민 속에 빠져 들어갔다. 명예를 지킬 것인가, 아니면 진실을 밝힐 것인가... 자신의 동성애성향을 커밍아웃하고, 줄라이카를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 결국은 자신이라는 것을 밝혀야 할지, 아니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대로, 자신도 거기에 편승하고 말지... 보디발은 양심의 외침 가운데서 번민했다.

하지만, 보디발은 일중독자였고 출세지향주의자였다. 결국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 자신도 침묵을 지켰다. 타인의 이목이 두려워 부득이하게 요셉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하지만 일반 범죄자처럼 대하지는 않았고, 왕의 죄수들을 가두는 곳으로 보냈다. 그리고 줄라이카는 조용히 그녀의 집으로 보내어졌다.

 

4. 남편의 죽음

요셉이 갇힌 곳은 비록 감옥이긴 했지만, 그곳은 왕의 죄수들을 가두는 곳으로서 비교적 좋은 시설로 되어 있었다. 또한, 어느 정도는 자유롭게 생활할 수도 있는 곳이었다. 보디발은 요셉을 그곳에 일정기간 있게 한 후 이 일이 좀 잠잠해지면 다시 자기 집으로 부르거나, 그게 여의치 않으면 그냥 자유롭게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놓아주고 싶은 생각이었다.

그리고 보디발은 다시 자신의 일터인 전장으로 나갔다. 당시 이집트는 리비아와 오랜 기간 동안 국경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전쟁 상황은 안 좋게 흘러가고 있었다. 많은 부하들이 전사했고, 요새가 함락되기 직전까지 이르렀다.

가정적인 문제와 업무적인 문제로 인해 보디발은 극심한 피로를 느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상황이 되자, 보디발의 판단력도 흐려지곤 했다. 작전상의 실수가 있기도 하며, 이로 인해 부관들을 걱정시켰다.

그러다가 어느날 보디발은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말았다. 전투에서 밀리는 동안, 후퇴할 시점을 놓친 채, 보디발은 적들의 포위를 당하고 만 것이다. 평소 같으면 하지 않을 실수를, 보디발의 마음이 심난하다 보니 판단착오를 한 것이었다.

부하들이 다시 돌아와 많은 희생을 치른 끝에 보디발을 구해내기는 했지만, 이미 보디발은 많은 자상을 입어 생명이 위독한 상태가 되었다. 급하게 후송된 보디발은 며칠 동안 사경을 헤맸다. 그리고 어느 날, 기적적으로 눈을 떴을 때, 간호하던 사람에게 보디발이 제일 처음으로 한 말은 이 말이었다.

“요셉에게 줄라이카를 잘 돌봐주라고 전해주게.”

이것이 보디발의 유언이 되었다. 이후 보디발은 회복되는 듯 하다가, 결국 패혈증으로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면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고 말았다.

요셉은 감옥에서 이 말을 전해 듣고는 통곡하고 말았다. 그는 자신의 상관이 요셉의 무죄함을 인정해 주었지만, 어쩔 수 없이 자기를 가두었음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상관이 자책하며 그런 일을 당했음도 알게 되었다. 한편, 상관이 갑자기 변고를 당하면서 자신을 옥에서 구해줄 기회를 놓친 것으로 인해 또다시 상심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몇 년이 지나 결국 요셉은 풀려나게 되었다. 그리고는 왕의 신임을 받아서, 보디발의 집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더 높은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다. 그동안 요셉은 자신을 인정해 주었던 상관의 말을 하루도 잊지 않고 있었다. 이제는 줄라이카를 돌봐줄 수 있는 상황이 되자, 자신의 상관 부부에게 은혜를 갚고자 했다.

줄라이카는 그동안 보디발의 집을 떠나 다시금 동생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자신이 돌봐주었던 동생들이 다 장성하자, 이제는 동생들로부터 도움을 받는 입장이 된 셈이었다.

줄라이카에게는 지난 십여 년간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부모님과의 사별, 동생들을 위한 희생적인 삶, 보디발 오빠에 대한 원망, 그리고 갑자기 자신의 마음속에 들어온 요셉, 그를 향했던 잘못된 선택, 그리고 모든 것이 물거품처럼 사라진 지금, 모든 것이 현실이 아닌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줄라이카의 앞에는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다. 요셉이 자기 앞에 서 있는 것이었다. 요셉은 줄라이카를 이미 용서했다. 그리고는 보디발의 유지를 받들어서 줄라이카를 돌봐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는 용기를 내어 줄라이카를 찾아온 것이다.

 

5. 행복한 결말

“요셉, 미안해요. 그때 난 너무 어리석었었어요.”

“괜찮습니다, 줄라이카. 난 이미 당신을 용서했어요. 그리고 보디발 장군의 유언대로 당신을 지켜주고자 합니다.”

“어떻게 저 같은 사람을 돌봐주신다는 거예요? 저는 당신의 하녀가 될 자격도 없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보디발 장군을 존경했듯이, 당신도 존경합니다.”

이전에 그랬듯이, 요셉은 줄라이카에게 극진한 예우를 다했다. 줄라이카는 자신으로 인해 어려움에 빠졌던 요셉이 이렇게 성공한 것을 보고는, 그동안 느끼고 있었던 죄책감과 남편을 잃은 슬픔 등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줄라이카에게는 요셉이 생명의 은인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요셉으로부터 보디발 장군을 존경했듯이 자신도 존경한다는 얘기를 들은 후, 줄라이카 또한 보디발 장군만큼이나 요셉을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다.

진심으로 요셉의 앞길을 축복해 주게 되었으며, 보디발 가문의 친척인 아스낫을 요셉에게 소개하기까지 했다. 이것은 자신의 잘못된 사랑을 뉘우치는 실천적 의미도 있었다. 요셉은 그러한 줄라이카의 진심과 호의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자신의 상관이었던 보디발을 생각하며 아스낫에게 정성을 다했다. 줄라이카와는 다시금 좋은 인연이 만들어졌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요셉도 은퇴를 했고, 줄라이카의 머리도 하얗게 되었다. 요셉은 사랑하는 아내 아스낫과의 사이에서 두 아들을 낳았는데, 이들의 이름을 각각 므낫세와 에브라임이라고 지었다. 그리고, 이들도 유년기를 거쳐서 어느덧 장성한 청년이 되었다.

이들은 한편으로는 요셉을 닮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보디발을 닮기도 했다. 줄라이카는 요셉의 아들들을 대할 때마다 언뜻언뜻 보디발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제는 볼 수 없는 보디발의 유전자가 이들에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는 시간이 또 흐르며, 결국 요셉도 열조에게로 돌아갔다. 그런데 줄라이카는 요셉의 죽음이 그렇게 많이 슬프지는 않았다. 요셉은 자신의 삶을 훌륭하게 살며 천수를 누렸기 때문이었다. 줄라이카도 보디발이 있는 곳, 그리고 요셉이 있는 곳으로 자신도 가게 될 날이 멀지 않았음을 느꼈다.

그날 이집트 사막을 비추는 태양은 여전히 뜨거웠다. 로뎀나무 그늘 아래서 태양의 열기를 피하던 줄라이카는, 멀리서 보디발과 요셉이 사랑이 가득 담긴 얼굴로 자신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남몰래 사랑하던 보디발 오빠, 그리고 보디발만큼이나 사랑하는 요셉을 바라보며, 줄라이카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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