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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미래로 가는 길
장상  |  통일미래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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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년 08월 30일 (수) 00:20:50
최종편집 : 2023년 08월 30일 (수) 00:21:41 [조회수 : 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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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강4

통일미래로 가는 길

 

장상 박사 /통일미래로 대표

   
 

I. 들어가는 말

 

통일미래를 향해 가는 여정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들, 씨름해야 하는 문제들을 소개하는 전달 학습의 수준입니다. 오늘날 관심은 통일이 아니라, 핵 억제, 핵 방어입니다. 통일을 해야만 하느냐,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시점입니다. 남북한은 반만년에 걸쳐 혈통과 언어와 문화를 공유해온 민족입니다.

그럼에도 통일된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어떤 통일인가? 자유민주주의를 타협하는 통일이어도 되는가? 비핵화가 가능할 것인가? 비핵화 없이 통일이 가능할 것인가? 종전 선언을 통한 통일의 길을 모색하는 일은 막힌 듯 합니다.

한국은 통일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저는 통일 문제에 관해 강연을 할만한 전문가는 아닙니다. 저는 통일 문제에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 약간 기특한 면이 있다면 그 관심을 나름대로 끈기있게 이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WCC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를테면, 북과의 소통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특히 2013년 부산에서 개최된 WCC 10차 총회에서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전 세계 교회가 뜻과 힘을 같이하는 소위 “평화선언”을 합니다. 매우 감격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총회에 참석한 한 사람으로서 총회의 역사적인 선언과 후원을 이어받아서 한국교회는 새로운 각오로 통일을 위해 더욱 헌신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막연했습니다.

저는 자그마한 노력이라도 하기로 하고, 총회에 참석하였던 몇몇 여성지도자들과 함께 통일기도회를 시작했습니다. (2015.7.) 두세 사람이 있는 곳에 내가 있으리라는 말씀(마태 18:20)에 의지하여 “Pilgrimage of Prayer Partner for Peace & Reunification”(PPP로 약칭합니다)을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7월 7일은 기도회가 시작된 지 8주년이 되는 기념 기도회가 있었고, 8월 25일에는 184회가 있었습니다.

PPP가 시작되고 2년이 지난 후에 <통일미래로>란 이름으로 통일미래를 열어가는 노력의 일단으로서 통일 관련 공개강좌를 시작했습니다 (2017.4.). 매달 1회씩 진행하면서 6년의 세월이 흘렸고, 공개강좌 횟수는 62회에 이르렀습니다. 복음서에 나오는 슬기로운 다섯 처녀(마태 25:1-10)와 같이 통일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기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통일미래로는 통일에 대한 관심, 지혜, 비전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통일 미래에 관련된 상황을 알고 배우고 연구하고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수가 확대되는 것이 통일의 길을 닦아 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입니다. 최선을 다해서 전문가를 모십니다. 저는 이 모임에서 가끔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남과 북이 소통하고 통일하려면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 서초동과 광화문의 대화는 가능해야 하지 않느냐.” 통일미래로는 통일에 대한 관심과 지식과 비전을 나누는 배움의 장, 토론의 장, 소통의 장입니다.

오늘 제 강연은 62회에 걸친 강연에서 1시간 넘지 않게 제가 관심하는 부분만을 엮어서 전달하는 일이 되겠습니다. 따라서 이 자리에 선 것은 통일 문제에 대한 전문가적 지식을 말할 수가 있어서가 아니라, 한반도의 미래가 통일미래이기를 기대하면서 통일미래로 가는 길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를 나름대로 소통하는 자리입니다. 보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통일에 대한 저의 관심은 정치학적이라기보다는 신앙적입니다. 한 신앙인이 한반도의 통일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담겨져 있습니다.

 

II. 글로벌 환경의 변화

 

미.쏘 양강체제의 해체에 따른 국제질서 개편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현상은 러시아 영향력의 약화, 미중 전략 경쟁 심화, 미국 유럽 등 민주주의 진영 대(對) 중국, 러시아, 북한, 시리아, 이란 등의 대결, 한반도 긴장, 동남중국의 영토 분쟁, 양안 갈등 등, 또한 글로벌 군비 및 핵무기 경쟁 강화,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 핵 위협 등 핵무기 사용 우려 증대입니다. 미국의 영향력은 여전히 가장 강력하지만, 세계적 문제에 대한 국제조정 메커니즘의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한반도의 통일미래에 어떤 영향을 지니게 될까 하는 질문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III. 북한사회에 대한 이해

 

- 북한 체제의 형성 과정

1945년에 지역 분단이 이루어지고, 1948년에 체제 분단이 이루어집니다. 1950-53년 6.25전쟁으로 인해 지역적, 체제적 분단을 넘어 심리적 분단으로 적대적 관계로 발전해서 오늘에 이르게 됩니다. 1991. 9. 17. 북한은 남한과 같이 UN에 동시 가입함으로써 국제법으로 볼 때 북한은 남한과 대등하게 국가입니다. 남과 북의 관계가 국가와 국가의 관계이므로 통일논의는 제도적 성격을 띠어야 할 것입니다.

- 3대에 걸친 김씨 일가의 통치가 오늘의 북한을 이루었습니다. 김일성은 주체사상을 기반으로 북한 정권을 세우는 사상 강국을 주도하였으며, 그의 아들 김정일은 사상 강국과 핵 기술을 이어받아 선군 강국을 추구(예: 군 의무 – 17세부터 30세까지)하였습니다. 3대째 지도력인 김정은에게 있어서 정치지도자의 모델은 김일성이나, 경제 분야의 모델은 등소평입니다. 그는 수령의 절대적 지위를 계승한 수령이지만, 김정일과는 다르게 절대화하거나 신성시하지 말라고 주장하면서, 주민과의 접촉도 확대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그러나 김정은 역시 핵 무력 건설과 경제건설의 병진 노선을 추구하며, 특히 경제 강국에 집중합니다.

집권 1기(2011~2017)에는 권력 기반 강화와 핵을 통한 국방력 강화에 주력하면서, 2012년 개정헌법 서문에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제도화하였습니다. 북의 궁극적인 목적은 ‘핵보유국’의 지위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예: 2017.11.29. - ICBM 화성-15형 발사 직후 국가 핵 무력 완성을 선언) 북의 핵 개발 목적은 단순히 방어적인 것만이 아니라, 북이 주도하는 한반도 통일에서 미국을 중립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북은 미국이 언젠가 자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것을 기대합니다.

집권 2기인 2018년 이후 김정은 정권은 경제건설 및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에서 경제건설 집중 전략으로 전

환합니다. 핵개발 집중 투자로 인한 경제적 불균형의 발생으로 경제적 후유증 해소를 위해 경제 발전에 집중해

야 할 필요성에 직면하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핵 개발의 질적 진전에 계속 집중하며, 대미 강경장

기전 전환을 선언합니다. (2021. 1. 19.)

북의 주적은 미국입니다. 남한은 상대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우리 민족끼리” 표현과 운동은 우리에게는

낭만적 의미가 내포된 듯이 보이나, 북에게는 체제 유지를 위한 방편에 속할 뿐입니다. 전승절 기념연설에서 (2022. 7. 27.) 북은 마침내 남북관계 단절을 경고합니다.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김여정의 담화가 있습니다. (2022. 8. 18.) 동시에 대남 공격용 전술핵을 실전 배치하여 공세적, 집중적 무력 시위를 단행합니다. 예를 들어 북한 무인기 수도권 침범 (2022.12.26.) 및 화성-18형 발사 (고체엔진, ICBM, 2023.4.13.), 뿐만 아니라, 한국 군사 시설, 비행장, 항구를 목표로한 모의 핵 공격 훈련을 실시합니다.

이와 같은 북한 체제의 유지가 어떻게 계속 가능한가? 그것은 반세기 동안 유지된 유일 지배 체제인 기득권 세력의 존재와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는 북한 당국의 정책 능력입니다. 동시에 변혁을 초래할만한 시민사회가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은 대북제재, 코로나 사태, 대규모 수해 피해 등으로 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의 경제적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경제 발전에 집중해야 하며, 동시에 체제 결속에도 집중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더 제기됩니다.

체제 결속을 도모하는 북한의 통치는 물론 김정은 시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북한 체제의 폐쇄성은 언제나 체제 결속을 위한 노력이 요청되는 상황을 동반합니다. 북한 체제 폐쇄성의 실상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는 “민주주의” “공화국” “인민”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명백히 드러납니다. 뿐만 아니라, 수령제 사회의 지도자 우상화 현상은 상상을 넘어섭니다. 우선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과 같은 존엄을 함부로 입에 올려서는 안 됩니다. 김일성 장군은 하늘이 낸 위대한 수령으로서 인간으로서는 사망하였으나 수령으로서 영생하였다고 주장합니다. (예: 김일성 동상 38,000개, 김일성 혁명사상 연구소 4502개)

북한 사회에서는 여전히 철저한 반동사상 및 문화 배격 운동이 계속 진행되고 있으나 북한 사회에도 변화의 징후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말하자면 시장화의 진전과 배급체제의 붕괴로 국가 통제 능력의 전반적 하락 현상이 있습니다. 특히 대북제재에 따른 국제적 고립 및 정권 안보에 대한 대내외적인 스트레스로 이념적, 사상적 통일성의 균열 현상도 있습니다. 특히 탈이념적인 새로운 세대의 등장, 즉 ‘새 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적 취향을 지향하는 경향이 눈에 띕니다. (예: 휴대전화 수 증가) 이와 같은 사회 전 분야에 걸친 사상 이완의 현상을 방지하려고, 김정은 정권은 정치 사상 교육을 더욱 강화합니다. 특히 세계화와 정보화에 대한 관심의 증대에 따라, 외국어 교육과 과학기술 교육이 강화됩니다. 특히 외국어는 영어로 교체되어서 소학교 4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칩니다. 평양외국어대학에 영어과 정원을 증원하고 다른 어학 전공자도 영어를 필수과목으로 수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체제 결속을 도모하는 정책적 노력과 함께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노력도 진행됩니다. 예를 들면 괴뢰 영화, 녹화물, 편집물, 도서, 노래, 그림, 사진 같은 것의 보관을 허용하지 않으며, 최소 5년에서 최고 15년까지의 노동교화형(징역)이 가능합니다. 이를 제작 및 유입, 유포한 경우에는 무기 노동교화형에 해당됩니다. 괴뢰문화 재현, 불순문화 전파를 불허합니다. 또한, 괴뢰식으로 말하거나 글을 쓰거나 괴뢰 창법으로 노래를 부르거나 괴뢰 서체로 인쇄물을 만드는 자는 노동단련형에 처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위기 상황과 변화의 요인은 근본적으로 경제에 있습니다. 북한은 경제 살리기 정책으로 일찍이 경제관련개선 조치(2002. 7. 1.)를 취하고 시장을 용인하는 사회로의 전환을 시도하였습니다.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통해 나타난 주민들의 자생적 생존능력을 평가하여 ‘각자도생’의 진로를 보장해주고, 주민 복지에 대한 책임을 공식 포기하는 조치도 취했습니다. 이를테면, 자본주의 행위로 규정하고 없애고자 했던 주민의 장사행위를 제도권 안에서 공식 승인함으로 각자도생의 길을 허용하게 됩니다. 그 결과 국가 자금으로 운영되던 국영기업들은 개인 자본에 의존하면서 사영화가 가능해지고, 개인권, 소유권 역시 가능해집니다. 이를테면 북한은 시장 메커니즘이 국가 경제와 사회 전반을 조직하고 움직이는 시장사회로 전환됩니다. 이것이 가장 의미 있는 심각한 변화입니다. 북한 시장은 국가 권력의 억압 속에서도 수십 년 동안 주민들의 생계 활동, 생존 투쟁에 의해 밑으로부터 형성되었습니다. 시장은 북한 풀뿌리 자본주의의 밭입니다. 북한은 시장에 의해 자본주의로 전환되고 있는 과정입니다. 주민들은 “노동당보다 장마당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한편 ‘장마당’이 소위 ‘우리식 사회주의’를 안으로부터 와해시키고, 자본주의로 가는 길을 앞당긴다는 북한당국의 불안감이 갈수록 고조됩니다. 경제개선 조치를 통해 시장을 공식 제도화 하였으나 (2002. 7. 1.) 불안감에 의해 시장 확장을 억제하려고 통제와 허용 정책을 반복합니다. 시장으로부터 북한체제를 보호하기 위한 북한 당국의 노력은, 시장 허용 → 시장 통제 → 시장 축소 → 시장 봉쇄 (2009년 몰수형 화폐개혁) → 시장 장려 → 시장 활성화 등의 반복되는 과정에서 드러납니다. 개인의 운영권을 박탈하고, 재물을 회수하고, 정도에 따라 공개 처형했습니다. 예를 들어, 2009년 화폐개혁은 시장을 통하여 성장한 신흥부자들, 소위 ‘돈주’를 겨냥한 화폐압수정책이었습니다.

북한 당국이 시장을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두고 확장하지 못하게 압력을 가할수록 그러한 정책에 맞서는 주민의 대응은 국가와 시장 간의 갈등과 타협이라는 생존을 위한 전략을 터득하게 하는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시장은 주민들에게 해방, 개방의 통로이며, 동시에 다른 세계로의 접근을 가능케 하는 기회입니다. 주민들은 특히 외부 물품을 직접 보고 쓰는 과정에서 북한 바깥 세상의 삶을 느끼고 보고 읽히면서 모방과 창조를 통해 북한식 시장 경제를 발전시켜 나가게 됩니다.

향후 북한 정권의 전망을 어떻게 헤아려 볼 수 있을까? 북의 핵은 체제안보를 불가역적으로 보장해주는 수단이므로 현재로 북의 핵 폐기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핵 능력의 발전과 강화에 의존하여 대남 대미 강경책을 지속하며 대남 무력통일 전략으로 가리라고 봅니다. 사실상 남과 북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북은 공세적, 집중적 무력시위로 대남 공격용 전술핵 실전배치 하며 한국 군사 시설, 비행장, 항구 목표 모의 핵 공격 훈련 실시도 하였습니다. (예: 북한 무인기 수도권 침법 (2022. 12. 26.), 화성-18형 발사 (고체 엔진 ICMB), 남북관계 단절 경고 (2023. 4. 13.) - 북.러 연대 강화 / 북.중 연대 강화를 통해 경제 및 군사 협력 개연성이 있다.) 핵발전에 의한 자신감으로 한반도의 두 나라의 존재를 상정하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김여정은 2023. 7. 10~11 담화에서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후, 두 개의 조선, Two Koreas를 시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테면 핵무기로 체제 유지하면서 한국을 압박하는 북한우위의 적대적 공존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위기 상황은 악화되는 경제 상황만이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에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리스크에 대한 관심은 그의 과다체중과 수면 부족 현상을 의미합니다. 집권 초기에는 90kg이었으나 현재는 140kg 중반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유의해야 할 북한의 위기 상황은 경제에 있으며, 동시에 변화의 가능성도 경제에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인한 무역 불가능, 산업 생산력의 저하를 비롯해 1990년대 중후반에 이어진 ‘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의 식량난을 겪고 있습니다. (아사자 지난해 3배 추정, 자살자 40% 증가, 강력범죄 3배 폭등이란 소식)

북한 주민의식 변화에 주체사상보다 경제가 우선시되면 단기적으로는 현 체제 지속 가능성이 높을지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김정은에게 불리합니다. 김정은의 전략은 경제적으로는 자력갱생 추구이나, 한편 당내의 동요를 막기 위해 사상 투쟁, 반부패 운동을 전개합니다. 그러나 반부패 운동은 권력층과 관료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경제난 극복을 위한 중국 지원에 의존합니다. 그러나 중국의 도움은 북한의 연명을 돕는 것이지, 발전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북중무역이 증가할수록 북한의 장기적 발전 가능성은 오히려 제약됩니다.

북한은 가계 소득 가운데 시장 소득의 비중으로 보아 사회주의 역사상 선례가 없을 정도로 시장화되어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련(1954-1991)의 가계 소득 중 시장 소득이 16%였는데 반해, 북한(1996-2009)은 70% 이상입니다. 탈북민 대상(3000명) 조사에서도 배급에 의한 소득이 25%고, 나머지는 시장 활동에 의존했습니다. 북에서 데모에 나오라고 해도 돈을 주고 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할 정도입니다. 시장 활동이 그만큼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경제 난관에 따른 장마당 자본주의의 성장에 의해 북한의 변화의 가능성은 경제와 주민의식에서 발견됩니다.

 

IV. 통일미래로 가는 소통의 길

 

지난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어느 정도 기대와 신뢰가 있었다고 생각되나, 현 정부는 북의 핵 능력 강화에 긴장하고 있으며, 북의 핵 능력 대응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의 외교, 안보, 통일 정책은 더 강고해진 한미동맹에 있으며, 그것은 안보동맹, 포괄적 동맹입니다. 한미동맹이 ‘핵기반 동맹’으로 격상하여 북핵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 핵미사일의 위협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확장 억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협의체인 한미 ‘핵 협의 그룹(NCG)’ 회의가 최근 서울에서 개최되었습니다. (2023. 4. 26.) NCG를 앞둔 북한은 7월 12일 고체 연료를 장악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화성-18형을 발사했습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미국이 확장 억제 체제를 강화할수록, 군사동맹체제를 확장할수록, 우리를 저들이 바라는 회담 탁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공언하였습니다. 최근의 북한 상황은 군사적 측면에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전쟁 준비에 더 공세적”으로 하라고 지시를 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통일에 대한 전망을 논하는 것은 부자연스럽습니다. 남북의 평화 관계로의 발전이 현시점에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핵 위주로만 생각하면 가능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북과 남은 핵위협 대(對) 핵 방위에 집중하지만, 그러나 그것이 전부일 수는 없습니다.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남과 북의 소통의 길이 모색되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남북은 70년의 전쟁과 분단을 통해서 심각한 갈등과 아픈 상처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이유가 너무나 많습니다. 남과 북은 서로가 서로에게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입니다. 정상회담의 선언으로 극복할 수 없는 갈등과 상처가 깊습니다. 경제 협력과 이익이 아무리 매력적이라 해도 남북이 경험한 깊은 상처와 갈등을 극복하고 화해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최근 한반도의 상황을 보면 온통 긴장 조성만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군사적 힘겨루기, 첨단 무기 상호 경쟁만이 노골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현재진행형인 남북한 긴장, 국내외적 정치, 경제적 불안 속에서 통일의 길을 구체적으로 논하는 것은 부자연스럽고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더욱이 세대가 바뀌면서 통일의 당위성에 대한 논란마저 깊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마다 과제가 있고 책임이 있고, 그것을 시대정신이라 일컬을 수 있습니다. 근대역사를 이끌어온 시대정신은 독립, 산업화, 민주화, 그리고 통일입니다. 통일이 없으면 끊임없이 뻗어나는 한반도의 역사와 미래에 대한 기대는 어찌될까? 한반도의 1000년의 통일 역사에 비추어 보면 분단 70년은 긴 것이 아닙니다. 한반도에서 우리 민족은 신라통일 이래로 1000년 통일국가로 존재하였습니다. 통일은 그 원형을 회복하는 길입니다. 3.1독립운동이 100여년 넘게 근세 민족의 역사를 이끌어 온 정신적 기둥이 되듯이, 민족의 통일은 앞으로 오는 세대를 이끌어갈 정신이 될 것입니다. 민족의 역사라는 면에서 보거나, 국제적 측면에서 보거나, 한반도에 새로운 출구가 필요하며 그것은 통일입니다. 이 시대 우리에게 통일은 불가능한 과제가 아니라 가장 창조적인 기회라고 생각됩니다.

이 시대 우리에게 통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여겨지며, 책임이 아니라 시대적 운명이라고 여겨집니다.

통일을 위해서는 꿈과 비전, 용기와 끈기가 있어야 하며 역사적인 사명 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통일미래를 향한 남북의 소통의 길을 열어가야 하며, 비전을 품고 가는 길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물론 한반도 평화통일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는 역사적 작업이며, 통일미래로 가는 길은 예측불허로 가득합니다. 핵의 강력한 진전이 북을 어디로 끌고 갈 것인가? 오늘의 한반도 상황을 확신 있게, 확실하게 누구도 말할 수 없습니다.

통일이 2개 국가를 하나로 만드는 것이라기보다는, 분단으로 발생한 문제를 해소해가는 것이 우선이어야 하며, 불가피하다면 통일을 사건으로 이해하기보다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정치적 차원에서는 통일의 사건이나, 사회적 문화적 차원에서는 소통과 공존과 통합의 과정이라고 여유 있게 이해할 수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남과 북이 대결적 태도를 지양하고 핵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서 통일친화적 방향으로 가려면 상호 소통과 신뢰의 토양이 우선 형성되어야 합니다. 평화통일의 과정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일련의 과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 과정이 흔들리지 않고, 탈선하지 않고, 진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준비 과정입니다. 그중의 하나가 북을 진정성 있게 이해하는 노력입니다.

통일미래로 가는 소통의 길을 열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우리는 북한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동족이며, 역사, 언어, 문화, 지정학적 조건이 같기 때문에 쉽게 갖는 편견입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북한에 대해 잘 모르거나 오해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우월감에 의해 무시하거나, 아니면 두려워하거나 불신합니다. 그와 같은 자세로는 소통의 길을 열 수가 없습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북은 민주주의 경험이 없음을 우선 기억해야 합니다. 유교 봉건주의, 일제 군국주의, 김씨 일가의 독재로 이어진 과정에 의해 민주주의 경험이 없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합니다. 철저한 계급사회이며 사이비 종교국가의 성격이 있습니다. 한국전쟁은 매우 잔혹한 내전이었으며,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최대의 전쟁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심각한 이데올로기 전쟁이었습니다. 그와 같은 참혹한 전쟁으로 인한 70년에 걸친 분단이었기 때문에, 남북한 사회는 상호 이질적인 사회가 되었습니다. 남은 민주주의, 개인주의, 자본주의, 세계화로 특징되는 사회인 반면에, 북은 북한식 공산주의, 집단주의, 사회주의, 민족주의로 특징지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소통의 길을 여는 진정성 있는 인내와 지혜가 절실합니다.

- 우선 북의 체면을 손상하지 않으며, 태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북의 붕괴를 전제로 하지 않음을 명확히 하고, 특히 정권에 대한 절대적인 존경을 이해해야 합니다. 북한과 북핵 문제를 분리해서 사고하며 상호 불신을 극복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 북의 다양한 반응에 너무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아야 합니다. 자존심은 높으나 자존감은 높지 않으며, 반면에 쉽게 분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감사’라는 말은 수령님에게만 하는 말입니다. 감사를 말하는 것은 자신이 한 수 아래라는 느낌을 갖는다고 합니다. ‘폐를 끼친다’라는 말도 안 씁니다. 다름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고, 남은 북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상호 간에 배척이나 경쟁이 아니라, 이해하고 수용하는 자세로 심리적 이해를 넓히는 것입니다.

- 북한은 대화를 포함한 모든 대남정책을 투쟁의 도구로 사용합니다. 그러나 협박이 통하지 않음을 보여주며 지속적으로 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대화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여하한 상황에서도 대화의 상대로서 북과 만나 대화를 시도하는 것을 멈추지는 말아야 합니다. “믿을 수 없다” “술수다” 라고 생각되더라도, 한 번 더 속는다는 자세로 진정성을 살려내야 합니다.

- 대화는 신뢰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서 신뢰 형성의 기회를 창조해내는 것입니다. 사실 신뢰 형성의 기회를 창조해내는 것이 소통의 진정한 기능입니다.

-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의 핵심은 상호 이해, 상호 용서, 상호 치유, 상호 화해, 상호 협력입니다. 따라서 통일 미래에서 평화, 공존, 번영을 꿈꾸는 남과 북은 서로를 배우고, 상호 이해하며, 상호 수용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준비 과정이 필요합니다.

- 정치군사 문제와 경제 문제를 분리해서 경제 협력의 비중이 높아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군사주의에서 경제주의로 관심을 유도하며, 남북의 의존도 및 친밀감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경제 협력, 경제 소통의 의미가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경제가 소통의 중심적 주제이며 관심인 것입니다.

- 소통의 대상은 주민입니다. 북한 주민과 북한 당국을 분리해서 주민과의 소통 또는 교류를 시도해야 합니다. 북한의 변화는 지도층에서가 아니라 주민으로부터 비롯됩니다. 따라서 주민과의 소통의 길을 터야 합니다.

북은 지난 70년간 “쌀이 사회주의다”라고 강조하며 ‘주체농법’을 구사해 왔으나, 식량부족의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였으므로, 농민들은 노동당의 말에 귀를 잘 안 기울입니다. “올라가야 논두렁, 내려가야 논바닥”이라고 자조합니다.

북한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고통 경감 정책을 지속적으로 노력하며, 북한 주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북은 남한과의 경제 협력에 관심이 큽니다. 북한 주민의 살길을 터주는 소통이 가장 우선적입니다. 북한 주민의 시장 경험을 살려주는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깨기름은 남쪽에 보내는 대신 쌀을 사 가는 것 같은 노력입니다. 또한, 농기계 이용, 품종 개량의 부족으로 북의 자체 힘으로는 농업 해결이 어렵습니다. 특히 농업 경영화의 지식 전수가 필요합니다.

소통의 길을 여는 노력의 중요성은 그것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길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소통을 통해서 북한과의 통합의 가능성을 터득하게 됩니다. 상대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상당한 혼란과 고통을 초래할 것입니다. 소통은 70년의 간격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며, 이념적, 문화적, 정서적, 경제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작업입니다. 민족의 동질성 회복의 과제입니다. 통일 과정과 통일 이후의 혼란과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도 소통의 역할은 필수적입니다. 남북 사이에 소통 없이 평화 통일은 불가능합니다.

북을 이해하는 기본자세는 북이 지금은 적이나 미래에 함께 살 동포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북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여유가 가능해야 합니다.

잦은 만남을 통해서 교류협력의 길을 열며, 상호 의존, 상호 신뢰를 증대하며, 상처 치유의 기회를 가지며 소통의 길을 넓혀가는 것입니다. 통일의 전 단계로서 남북공감대 형성을 이루는 길입니다. 변화는 밑에서부터, 아래에서부터 일어납니다. 소통의 길이 통일미래로 가는 길입니다. 그 길에서 만나는 소통의 대상은 주민이고, 소통의 중심 과제는 경제입니다. 소통이 전부는 아니나, 소통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이룰 수도 없습니다. 소통은 인내와 겸손으로 무장한 창조적 헌신입니다.

 

V. 소통과 선교

 

남과 북의 소통의 길을 여는데 선봉이 되어야 할 사명이 교회에 있습니다. 선교는 복음을 전하는 소통의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우리 가운데 먼저 온 통일 이웃을 기억합시다. 소위 탈북민들입니다. 탈북민들은 자신을 북향민이라고 불러주기를 원합니다. 북은 그들의 가나안입니다. 누구보다도 가나안에 들어가는 날을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북한선교에 마중물이 될 것이며, 선발대의 위치에 있을 것입니다. 이를테면, 하나님이 보내신 통일준비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향민과 관련된 사회적 현안은 통일 준비며 통일 예습에 속합니다. 탈북민에게 남한은 살만한 나라라고 인 식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사명의식을 갖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준비 과정과 북한선교의 마중물로서의 기대가 필요합니다. 사실 북향민을 위한 선교, 북향민에 의한 선교활동이 이미 많은 교회들의 도움에 힘입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북향민에 대한 선교 교육과 민주시민 교육을 한국교회의 차원에서 책임있게 신중하게 생각해야할 과제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신앙과 신학의 훈련만이 아니라 책임과 의무에 대한 민주시민 교육이 담긴 새로운 가치관 정립의 필요성이 있습니다. 저는 이 책임을 교회의 북향민 선교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반도 평화와 공존의 통일미래를 창조하는 일은 먼저 온 통일 이웃에게 사실상 상호 이해, 상호 치유, 상호 화해, 상호 협력을 이루는 일입니다. 한국교회의 사명과 과제가 바로 이 점에 있습니다.

교회의 선교적 사명은 “복음에 빚진 자”의 사명입니다. 사도 바울은 로마교회 방문이 지연되고 있을 때 스스로를 ‘복음에 빚진 자’라고 고백합니다.(로마서 1:14) 한국교회가 관심해야 할 우선과제는 남과 북이 자유로이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시여”라고 기도와 찬양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북에도 교회가 있습니다. 봉수교회, 칠곡교회, 가정교회 등등이 “하늘이 계신 우리 아버지시여”라고 기도합니다. 짐작하는대로 자유로운 분위기는 부족합니다. 그분들을 보면 오늘 남쪽에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얼마나 큰 축복을 누리고 있는가를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사도 바울의 간절한 고백처럼 우리는 북한 주민들에게 ‘복음에 빚진 자’의 심정으로 북한 동포들과 소통하며 선교의 손길을 펴야 할 것입니다. (해방 당시 남북 총 교회가 4000교회, 42만 성도. 그런데 북에만 총 3000교회였고, 30만 정도 성도.) 통일선교는 몇몇 지도자들만이 관심해야 할 사명이 아니라, 모든 교회, 모든 교우가 함께해야 할 것입니다.

교회는 사실상 통일을 위한 기도를 항상 드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날마다 드리는 주기도가 사실은 통일 기도입니다. 주기도에 통일신앙과 통일신학이 담겨 있습니다. 하나님의 뜻이 이미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고 기도하며, 평화통일을 향한 하나님의 섭리를 고백합니다. 이어서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의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라고 드리는 세 기원은 사실상 밥상공동체와 용서공동체, 그리고 은혜공동체를 위한 기원입니다.

① 북한 동포들의 가장 큰 고통은 “날마다 일용할 양식”이 부족한 것입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서 가장 관심하시는 소위 밥상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어려운 것입니다.

② 남과 북의 주민들의 진정한 소통의 문제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향하여 “우리의 죄를 용서하여 주소서” 라고 기도할 때, “오늘날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라고 고백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용서한 것 같이 우리 죄를 용서하소서”라고 기도할 때, 그 기도는 용서와 화해공동체를 위한 기도를 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70년의 단절, 갈등, 분노를 씻어내고, 서로 용서로 하나되는 화해공동체를 이루는 소통의 노력이 한국교회의 몫입니다. 우리는 평화를 논하나 진정한 화해의 뜻은 없고, 더욱이 용서의 뜻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용서 없이 화해가 가능하지 않듯이, 화해없이 평화가 가능할까? 이것이 바로 한국교회가 이루어야 할 가장 어려운 선교의 사명입니다.

③ “시험에 들게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라고 간구합니다. 우리는 통일미래를 향해 갈 때 안팎으로 다가오는 크고 작은 시험과, 감당하기 어려운 악의 세력에 의해 당하는 시험과 유혹에서 구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위해서 기도하는 것입니다. 한반도는 국제열강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통일미래로 가는 길을 방해하는 세력이 국제 관계에서 원심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통일선교는 밥상공동체를 이루고, 용서와 화해 공동체를 이루고, 은혜공동체를 기도하며 사모하는 선교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선교의 길을 위해서는 진정한 주기도공동체가 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평화통일의 노력이 top-down식으로 이해되고 논의되고 추진되었습니다. 그러나 통일미래로 가는 소통의 길을 넓히기 위해서는 bottom-up식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교회들이 의례적인 행사로, 또는 이벤트식으로 통일기도회를 갖는 듯한 관례를 벗어나서, “복음의 빚진 자”의 심정으로 모든 교회, 모든 교우가 함께하는 통일선교 주일예배, 통일헌금 제정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통일에 관한 논의의 내용이 학자들, 전문가들, 지도자들의 관심 영역으로부터 교인 모두가 참여하는 통일선교의 길이 넓혀지기를 기대합니다. 한국교회는 통일의 그 날을 위해 기름을 준비하는 슬기로운 처녀와 같이 통일미래를 향해 가는 길을 기도하며 가는 순례자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한반도에서 전개되는 상황에 불안과 불신을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통일미래로 가는 소통의 길이 막혀서 소위 소통의 발걸음이 멈칫멈칫하며 지연된다면, 그것은 통일미래를 위한 준비의 시간이며 소통의 길을 더 넓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통일미래로 가는 길이 순탄치 않다고 하더라도 소통의 길은 마침내 열리고 역사의 바퀴는 굴러간다는 겨자씨 같은 믿음이 필요합니다. 한국교회는 통일미래의 주역이 되는 준비의 시간이 더욱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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