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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농동
조진호  |  jino-j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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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년 08월 26일 (토) 00:40:07
최종편집 : 2023년 08월 26일 (토) 00:43:25 [조회수 : 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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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일, 8월 20일 오후 ‘전농가족합창단’ 음악회가 열렸습니다. 교회 창립 70주년을 기념하여 진행팀을 포함한 71명이 6월 첫 주부터 3개월 동안 매주 토요일에 모여 음악회를 준비했습니다. 초등학교 어린이부터 여든셋 고령의 할머니 권사님까지 온 세대가 모여서 함께 찬양함은 그 자체로 교회의 역사였고 현재 하모니였으며 미래의 희망이었습니다. 

새로운 도전에 반신반의하며 수줍게 첫발을 내딛던 대원들은 어느새 그들이 만들어 내는 하모니의 마법과 음악과 가사의 아름다움과 이 음악회의 역사성에 감동하여 지휘자인 저보다 더 열정적으로 연습했고 모두가 주인이 되어 함께 음악회를 준비했습니다. 

매주 토요일 연습 시간은 음악회를 위해 준비되고 희생되는 시간이 아니라 매 순간 은혜의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저마다의 삶이 분주하고 교회의 예배가 세대별로 나뉘어서 한 가족이 함께 모이거나 함께 예배드리기도 힘든 시대에 부모와 자녀, 조부모와 손주들, 형제와 친구들이 함께 화음을 이루며 찬양한다는 것은 매우 귀하고도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그런 연유로 매주 연습 시간은 그 자체로 기쁨과 은혜의 시간이었습니다. 

열 한 살 예슬이는 엄마와 할머니와 함께 음악회에 참여했는데 연습에 한 번도 빠지지 않아 개근상을 받았습니다. 그런 예슬이가 음악회가 끝나기 무섭게 80주년을 얘기했다고 합니다.  스물한 살이 되는 80주년이 금방 되어서 또다시 노래하고 싶다고 말입니다. 

연습 중에 함께 부르는 노래의 가사를 묵상하는 시간도 귀했습니다. 두 번째 곡 ‘쿰바야’는 ‘주여 여기에 임하소서’라는 의미의 영어 기도문 ‘Come by here’를 아프로-아메리칸 노예들의 발음으로 노래한 것입니다. 고된 일상의 노동과 지난한 삶의 현실 가운데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기를 간구하는 마음으로 모두가 이 찬송을 은혜롭게 불렀습니다. 

찬양곡 뿐만 아니라 1988년 뮤직 그룹 ‘동물원’이 발표한 ‘혜화동’을 ‘전농동’으로 제목만 바꾸어서 합창으로 편곡해 불렀습니다.

오늘은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네
내일이면 멀리 떠나간다고

어릴 적 함께 뛰놀던 골목길에서 만나자 하네
내일이면 아주 멀리 간다고 

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찾아가는 그 길
우린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어릴 적 넓게만 보이던 좁은 골목길에
다정한 옛 친구 나를 반겨 달려오는데

어릴 적 함께 꿈꾸던 부푼 세상을 만나자 하네
내일이면 멀리 떠나간다고 

언제가 돌아오는 날 활짝 웃으며 만나자 하네
내일이면 아주 멀리 간다고 

우리 교회 이름이 품고 있는 전농동은 청량리역 뒤편에 있는 동네입니다. 노래의 주된 이미지인 전철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지요. 그래서 우리는 이 노래를 부르면서 합창단 뒤편 화면에 교회의 역사를 담은 사진을 슬라이드로 담기로 했습니다. 정겨운 옛 교회의 모습, 사랑과 헌신의 교역자들, 지금 노래를 부르고 있는 중년들의 꽃다운 시절과 하늘나라에 가신 그들의 부모들이 그 사진 속에 생생히 살아 있었습니다. 

노래를 부르다 보니 이 노래의 가사를 쓴 사람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는 정말 대단한 시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노래 속의 잊고 지내던 친구, 내일이면 멀리 떠나간다는 친구는 우리의 추억, 우리의 역사, 우리의 청춘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지요. 

우리들의 교회는 그렇게 우리를 품어주고 있었습니다. 많은 것을 잊고 살다가 이렇게 돌아온 우리를 활짝 웃으며 맞아 주고 있었습니다.   

조진호   

https://youtu.be/P6QqVS6BB9s?si=hgAfI4_clL_8Op4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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