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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운 감정의 길 위에서
김화순  |  givy4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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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년 08월 06일 (일) 23:51:33 [조회수 : 4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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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길인지, 이 길의 끝은 어디인지 마치 흑암에 뒤덮여 있는 것처럼 온통 어지러운 형국이다. 곳곳에서 불어오는 경악할 사건들은 심장을 얼룩덜룩한 이미지로 바꾸어 놓았다. 도무지 멈출 줄 모르고 타오르는 태양, 아무 연관도 없는 사람이 사람을 마구 찌르는 무법의 난무, 언제 무너질지 몰라 발끝을 세우게 하는 철근 빠진 건물, 물 한 모금 찾기 힘든 사막에 놓여있는 것만 같은 잼버리 대회의 모습까지, 내면에 잠재되어있는 격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요소들이다.

차라리 폭염 탓을 하고 싶다. 잠시라도 몸을 움직이기만 하면 온몸이 땀에 젖는다. 견디기에는 한계가 있어 에어컨을 찾느라 여념이 없다. 그래서 그런 것이라면 덜 죄스럽겠다. 이러한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남 탓’하며 제 감정과 책임을 떠넘기며 이유를 찾기에 급급하다. 그래야만 안심하는 우리의 조악한 태도의 일면이다. 

기독교 전통에서 7대 죄악 중에 하나가 분노이다. 죄악의 종류가 다 인간의 감정들이라는 데에 놀라고 의문을 갖게 되지만 감정 그 자체가 죄가 아니라 죄를 부르는 원인이라고 해석하고 있으니 위안이 된다. 이 부분을 오해하면 인간의 감정과 욕구 자체를 부정하게 되기 쉽다. 단순히 분노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불의에 대해 분노하는 ‘의분’이라는 것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분노에 휩싸인 사람은 폭력·살인 같은 죄를 저지를 수 있다. 따라서 분노를 죄의 씨앗으로 지적한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는 사건들이 많아진 사회에서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심한 분노를 드러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 간의 대화에서도 과도하게 화를 내는 사람에게 분노조절장애가 아니냐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곤 한다. 분노조절장애는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모든 증상을 일컫기 때문에 다양한 정신질환과 연관될 가능성이 높다. 공식적으로는 충동조절장애라고 부르는데 심각한 분노를 느끼게 되면 사고 및 판단 능력이 마비되고, 분노 표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주변에 있는 도구를 활용하여 폭행이나 살인과 같은 강력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는 것이다.
 
분노를 충동적으로 표출한 뒤에는 일시적으로 이완된 기분을 느낄 수도 있으나, 죄책감이나 수치심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공감 능력이 부족하거나 도덕적 기준이 덜 발달 된 경우 자신의 분노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평소에는 충동적이거나 공격적이지 않으나 사소한 자극에 의해 갑작스럽게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도 보이기도 한다.

건강한 감정 표현이 사라진 요즘, 주변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충돌 안에 분노가 섞이지 않을 때가 있을까? 특히 무더위를 몸소 실감하고 있는 요즘 같은 때엔 몸에 흐르는 땀과 높은 습도가 사람을 정말 힘들게 만든다. 누가 살짝만 건드려도 머리 안에서 인내의 벽이 무너지는 소리가 난다. 감정은 금세 행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마음 안에 분노의 빨간 불이 켜지자마자 언성을 높이거나, 폭언, 과격한 행동이 뒤따라온다. 그런 감정의 행동화가 속을 시원하게 만들어주지도 않는다. 감정을 터뜨리고 나서의 찜찜함이 마음 한 켠을 차지해서 자신과 타인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을 우리는 자주 경험하지 않는가! 

성경에서는 분노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인내라는 덕목을 밝히고 있다. 인내는 환경에 대한 참음, 서로에 대한 참음,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이 모두 포함된다. 우리는 분노를 조절할 수 있다. 감정이라 이름 붙여진 마음의 현상이 지나가도록 건강한 시도를 할 수 있다. 감정에 휘둘린 행동으로 분노를 분출했다면, 그 감정을 이성적으로 파악하고, 다른 건강한 행동으로 대처하는 새로운 경험이 필요하다. 분노를 잘 통제했던 경험은 이후 변화의 중요한 동기가 된다. 시끄럽고 소란스럽고 스산하기까지 한 우리의 정신적, 사회적 무더위가 적절한 때에 소리 없이 떠나주기를 조금 더 인내하며 기다려 본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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