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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의 40일》 (Last Days in the Desert, 2015)
이진경  |  jinkyung.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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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년 08월 01일 (화) 01:21:20
최종편집 : 2023년 08월 01일 (화) 01:21:51 [조회수 : 2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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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 목사의 영화일기

《광야의 40일》 (Last Days in the Desert, 2015)

수도 없이 제작된 예수에 관한 영화들을 살펴보면 대개 그 성격에 따라 다음의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첫 번째 방향은 복음서에 기록된 대로 충실하게 예수의 일대기를 재현하려는 시도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예수 영화들은 이 기조를 따른다. 물론 영화이다 보니 어느 정도 새로운 캐릭터의 창조와 사건의 각색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런 경우라도 이런 장치들은 복음서의 이야기를 최대한 있는 그대로 재현하기 위한 부차적인 도구로 사용된다. 1927년 제작된 무성영화 《왕중왕》을 시작으로 이후 제작된 다양하고 많은 영화들은 대체로 이에 속한다. 그러나 이런 방향과는 반대되는 두 번째 경향의 영화들도 있다. 이 경향의 영화들은 예수의 삶을 성경에 따라 재현하기보다는 특정한 주제를 중심으로 새롭게 해석하기를 시도한다. 여기에는 복음서에는 등장하지 않는 사건과 인물에 대한 자유로운 상상이, 때로는 그 자유가 지나쳐 과격하게 보이기까지 하는 상상이 활용된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최후의 유혹』을 영화화한 《예수의 마지막 유혹》은 아마도 이에 대한 대표적 예가 될 것이 분명하다. 또 다른 최근의 예인 《막달라 마리아: 부활의 증인》은 복음서에는 부차적으로만 등장하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예수의 이야기를 여성주의적으로 해석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광야의 40일》 역시 후자에 속하는 영화라 할 만하다.

《광야의 40일》이라는 제목을 보면 자연스럽게 예수께서 광야에서 겪으신 세 개의 유혹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제목만 본다면 누구든지 빵과 성전과 세상권력에 대한 악마의 유혹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영화 속에서 묘사될까 기대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영화에서는 이 유명한 사건이 전혀 다뤄지지 않는다. 아니, 그런데 어떻게 제목이 ‘광야의 40일’일 수 있을까? 이런 오해는 제목에 대한 우리말 번역에 기인한다. 영어의 원제목 ‘Last Days in the Desert’는 ‘광야의 40일’이 아니라 그 40일의 마지막 며칠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영화는 이미 저 유명한 세 개의 시험을 다 통과한 후의 예수와 광야를 상상한다. 세 개의 시험은 통과했으나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고 남은 시험시간, 영화가 상상력을 펼치는 지점은 바로 이곳이다. 이 최후의 며칠간 예수는 광야에서 살고 있는 한 가족을 만나고, 자신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악마의 냉소와 유혹으로 끊임없는 영혼의 고통을 받는다. 아들과 아버지는 서로 사랑하는 것은 분명하나 꿈도 생각도 너무나 다르고 서로 대화하는 방법도 모른다. 그리고 죽을병이 든 어머니는 아들의 꿈을 이뤄주고 싶다. 이 가족과 함께 지내는 며칠 동안 예수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 하는 두 부자의 모습을 통해 자신과 하나님의 관계를 고뇌한다. “난 나쁜 아들이 아니야!” 아버지와의 갈등을 새의 날갯짓과 함께 날려버리려는 듯 장난치며 말하는 사내아이의 말은 예수의 심정을 고스란히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신의 나쁜 아들이 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예수의 영적 고뇌가 고스란히 겹쳐지는 것이다.

성경의 묘사와는 다소 다르게 영화는 시간적으로뿐 아니라 공간적으로도 광야를 곧바로 예루살렘에 연결시킨다. 예수는 광야에서 만난 가족에게 자신은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하고, 광야를 떠나는 예수에게 악마는 마지막 순간에 네게 가겠다고, 내게 신호만 하면 널 내려주겠다며 십자가 위에서 벌어질 최후의 유혹을 암시한다. 영화의 마지막도 결국은 예루살렘이다. 이렇게 영화는 예수의 모든 역사를 압축하여 ‘광야에서 예루살렘으로’라는 간단한 도식을 제공한다. 마치 이것이야말로 예수 삶의 본질이었다고 말하려는 듯이. 《광야의 40일》은 매우 작은 규모의 독립영화다. 최소한의 배우가 등장하며, 드라마틱한 사건보다는 내면의 갈등을 표현하는 대사가 중요한 영화다. 한마디로 그다지 재미는 보장할 수 없는 영화라는 말이다. 하지만 영화의 촬영감독은 《그래비티》, 《버드맨》,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무려 3년 연속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한 엠마누엘 루베즈키다. 자연광만을 고집하며 촬영했다는 영상은 솜씨 좋게 팔레스타인 광야를 재현하고, 영화에 꼭 어울리는 미니멀리즘적인 음악 또한 기억에 깊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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