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여, 이웃과 창조세계를 향하여 응답하라!

(<응답하라 한국교회>, 이광섭 지음, 신앙과지성사, 2023)

글에는 지문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담고 있는 특유의 성품과 지향점이 드러나지요. 그래서 글을 보면 사람이 보입니다. 글에는 경험, 만남, 배움, 깨달음, 사색이 차곡차곡 쌓여 그 사람의 주름과 상처와 시선까지 오롯이 보여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글의 묶음인 책은 한 사람의 복사판입니다. 어떤 이들은 책을 출판하는 것이 자식을 낳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광섭 목사님이 <응답하라 한국교회>라는 책을 냈습니다. 이 책은 ‘하나님 나라의 미래를 여는 신앙칼럼’이라는 부제가 붙어있습니다. 한국교회의 과거와 현재를 통과하고, 미래를 조망하고 도전하면서 적은 66개의 칼럼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본서는 1부-목회와 영성. 2부-문화와 미래, 3부-삶과 환경이라는 세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신앙을 기반으로 문화에 대한 관심, 환경과 지구에 대한 실천으로 시선이 확장되는 전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책에 대한 설명은 그 사람의 삶의 궤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글의 장르가 칼럼이라면 더욱 그러하겠지요. 이광섭 목사님은 은총의 숲 전농교회를 담임하는 지역교회 목회자이고,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의 대표입니다. 특별히, 기후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자각하고, 환경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신앙적 틀에서, 또 교회라는 공동체와 울타리 속에서 어떻게 풀어낼까 고민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성장과 외연 확장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현 풍조 속에서 지역과 마을을 소중히 여기고, 이를 기반으로 ‘지구 지키기’ 사역을 펼친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글에는 이런 관심이 곳곳에 녹아져 있습니다. 

책장을 넘기다 <똥 이야기 좀 할게요!>라는 글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여기에는 이광섭 목사님이 겪어온 각종 똥 이야기가 망라되어 있습니다. 군대에서 얼어붙은 똥 탑을 부수며 그 파편에 행복한 비명을 질렀던 일, 부름받은 목회지에서 심혈을 기울여 똥 퍼나르기 사역을 펼쳤던 일 등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습니다. 속으로 ‘뭐 이런 구수한 내용을 잔뜩 적으셨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말미에 똥을 통해 역사하는 하나님의 섭리를 고백하는 장면으로 내용이 변주되는 것을 보면서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더럽게만 생각했던 똥이 생명을 창조하고 순환시키는 하나님의 창조질서였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똥 이야기를 이토록 재미나게, 그러면서 추억에 젖어 들게, 동시에 믿음의 고백과 교훈으로 풀어내는 통찰이 놀랍습니다. 

<태양은 청구서를 보내지 않는다>는 글도 있습니다. 원전에 의존하고 있는 에너지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자연에너지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내용입니다. 문득 지붕에 붙어있는 시커먼 태양광 패널판이 ‘하나님 나라를 보여주는 희망의 창문일지 모르겠다’는 말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습니다. 이광섭 목사님은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을 신앙과 영성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절벽을 향해 돌진하는 기후문제는 단순히 어떤 행동을 바꾸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창조세계와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회복될 때,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이 책에는 이런 맛깔나는 이야기부터 환경과 지구의 경고까지 각각의 이야기가 꾹꾹 담겨 있습니다. 소탈하면서도 예리하고, 묵직하면서도 가볍게 읽힙니다.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하나님과 교회, 이웃과 세상, 환경과 지구적 관심으로 우리의 생각을 안내합니다. 한국사회(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와 진단, 이를 위해 교회가 응답할 수 있는 단서의 조각들이 곳곳에 가득합니다. 신앙인으로서 하나님과 이웃과 세상을 고민하는 이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신동훈 목사 (마포 꿈의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