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칭’과 ‘명칭’(잠16:11)은 국어사전에 없다

저울은 물건의 무게를 다는데 쓰이는 기구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성경 시대에 저울은 주로 저울대 양 끝에 접시를 매단 접시 저울, 곧 천평칭(天平秤)형태가 일반적이다. 그리고 저울추는 무게를 달 때 저울대 한쪽에 거는, 일정한 무게를 지닌 돌로 만든 추를 가리킨다. 성경에서 공평한 저울과 공평한 추는 공정한 상거래와 정직한 인간관계와 신뢰받는 사회를 입증하는 척도이며,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바른 삶의 모습으로 간주되었다.

고대 근동지역 사회에서는 상거래를 할 때, 주로 돌로 만든 추를 사용했다. 이때 부정직한 상인은 물건을 살 때는 무거운 추를 사용하고, 팔 때는 가벼운 추를 사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부정한 저울추를 사용하는 행위가 당시 성행하였다. 이와 같은 행위는 공의로우신 하나님을 속이고 이스라엘 공동체를 불신과 미움, 혼란과 무질서 상태로 몰아넣게 된다. 여기서는 이러한 ‘저울과 저울추’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 성경에는, 저울과 관련된 말씀들이 여러 군데 언급되어 있다. 실례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 레위기 19:35-36에 “너희는 재판할 때나 길이나 무게나 양을 잴 때 불의를 행하지 말고 공평한 저울과 공평한 추와 공평한 에바와 공평한 힌을 사용하라 …”고 했다. 이 말씀처럼 이스라엘 백성은 공평한 저울과 추를 사용해야 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공평하신 분이기 때문이다.

- 신명기 25:13에 “너는 네 주머니에 두 종류의 저울추 곧 큰 것과 작은 것을 넣지 말 것이며”라고 했다. 여기에서 ‘두 종류의 저울추’를 가지는 것은 상대방을 속이기 위한 것이며, 공정한 상거래를 해치는 행위이다.

- 잠언 11:1에 “속이는 저울은 여호와께서 미워하시나 공평한 추는 그가 기뻐하시느니라”고 했다.

- 잠언 20:23에 “한결같지 않은 저울추는 여호와께서 미워하시는 것이요 속이는 저울은 좋지 못한 것이니라”고 했다.

- 미가서 6:11에 “내가 만일 부정한 저울을 썼거나 주머니에 거짓 저울추를 두었으면 깨끗하겠느냐”라고 했다. 이처럼 미가 선지자 시대에는, 상인들이 물건을 살 때와 팔 때 많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무게가 다른 두 개의 저울추를 소지하였다.

- 여기서는 잠언 16:11에 나오는 저울과 저울추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 잠언 16장 11절을 올바로 번역한 성경들은 다음과 같다.

                                             - 다 음 -

(한글개역개정성경) 공평한 저울과 접시 저울은 여호와의 것이요 주머니 속의 저울추도 다 그가 지으신 것이니라

(공동번역성서) 저울과 천평은 야훼의 손 안에 있고 주머니 속의 저울추도 다 그가 만드신 것이다.

(표준새번역성경) 정확한 저울과 천평은 주님의 것이며, 주머니 속의 저울추도 다 그분이 만드신 것이다.

(쉬운말성경) 공정한 저울과 천칭은 모두 주님께 속한 것이고, 주머니 속의 저울추도 그분께서 다 만드신 것이다.

(우리말성경) 공정한 저울과 추는 여호와의 것이고 주머니 속의 모든 추들도 다 그분이 만드신 것이다.

(바른성경) 정의의 저울과 천칭은 여호와의 것이며, 주머니 속의 모든 저울추들도 그분께서 만드셨다.

(원문성경) 정확한 저울과 저울판은 여호와의 것이요, 주머니 속에 있는 저울추도 다 그분이 만드신 것이다.

(가톨릭성경) 올바른 저울과 저울판은 주님의 것이고 주머니 속의 저울추도 그분의 소관이다.

(흠정역한글성경) 공정한 추와 저울은 주의 것이요, 주머니 속의 추들도 다 그분께서 지으신 것이니라.

(전수성경) 공평한 저울과 평행추는 여호와의 것이라, 주머니 속의 저울추도 다 그의 지으신 것이니라.

(중국어성경) 公正的秤和天平(공정한 저울과 천평)은都屬耶和華，囊中的一切法碼都是他所造的

(일본어성경) 正しいはかりと 天びんとは(바른 저울과 천평은) 主のものである， 袋にあるふんどう(주머니에 있는 저울추)もすべて 彼の 造られたものである

(흠정역영어성경) A just weight and balance(공정한 추와 저울은) are the LORD's: all the weights of the bag are his work.

(NIV신국제역본성경) Honest scales and balances(정직한 추와 저울은) are from the LORD; all the weights in the bag are of his making.

(히브리어성경) פלס ומאזני משפט ליהוה מעשהו כל־אבני־כיס׃ / (공정한 추와 저울은 주의 것이요, 주머니 속의 추들도 다 그분께서 지으신 것이니라.)

위의 성경들은 대부분 ‘공정한 저울’과 ‘공정한 저울추’에 대한 단어들을 언급하며 번역하였다. 본문에 나오는 ‘주머니’는 당시 돈이나 물품(저울추) 따위를 넣는 전대를 말한다. 그리고 ‘주머니 속의 저울추’는 상대방을 속이기 위한 ‘거짓 저울추’를 뜻한다(미6:11). 그래서 본문의 전체 의미는 공평한 저울과 부정한 저울이 공존하지만, 궁극적으로 공의는 하나님에 의해 유지되고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씀하고 있다.

- 그런데 다음 성경들은 본문(잠16:11)을 잘못 번역하였다.

                                               - 다 음 -

(한글개역성경) 공정한 간칭(稈稱)과 명칭(皿稱)은 여호와의 것이요 주머니 속의 추돌들도 다 그의 지으신 것이니라

(현대인의성경) 사람은 모든 상거래에 있어서 정직해야 한다. 이것이 여호와께서 세우신 원칙

이다

(메시지성경) 하나님은 일터에서의 정직함을 중요하게 여기시니 네 일이 바로 하나님의 일이다.

여기서 한글개역성경의 번역자는 ‘저울’과 ‘접시 저울’을 한자어로, ‘간칭(稈稱)’과 ‘명칭(皿稱)’이라고 번역했다. 그런데 이 단어들은 우리말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개역성경의 번역자는 이 구절을 번역할 당시에, 중국어성경과 일본어성경을 참조하여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와 같이 중국어성경은 ‘公正的秤和天平(공정한 저울과 천평)’ 그리고 일본어성경은 ‘正しいはかりと 天びんとは(바른 저울과 천평)’으로 번역되어 있다. 그래서 당시 한글개역성경 번역자는 중국어성경인 ‘秤(저울)’을 모방하여, 자의적으로 ‘간칭(稈稱)’이란 단어를 창안하여 만들었고, 또 접시 모양의 ‘천평(天平)’을 모방하여 자의적으로 ‘명칭(皿稱)’이란 단어〈여기서 명(皿)은 접시임〉를 만들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한글개역성경의 잘못된 번역을 간파한 한글개역개정성경의 번역자는, 이러한 개역성경의 오역을 바로잡기 위해, 앞서와 같이 ‘공정한 간칭(稈稱)’은 ‘공평한 저울’로, 그리고 ‘명칭(皿稱)’은 ‘접시 저울’로 수정하여 올바로 번역했음을 알 수 있다. 한글개역성경을 최종적으로 번역한 시기는 1961년이다. 그리고 한글개역개정성경의 최초 번역은 1998년이다. 그렇다면 한글개역성경을 읽어 온 독자들은 37년 동안 우리말 국어사전에 나오지도 않는 잘못 번역된 본문(잠16:11)을 읽어 왔던 셈이다. 말하자면 38년만에야 올바로 번역된 한글개역개정성경을 읽고 그 뜻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위에서 현대인의성경과 메시지성경은 지나친 의역으로 번역되었음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이 성경들은 ‘공정한 저울’과 ‘공정한 저울추’에 대한 단어들을 아예 빼버리고 의역(意譯)을 해 놓았음을 볼 수 있다. 의역은 직역과 달리, 의미 위주로 전달되도록 번역한 것을 말한다. 하지만 성경을 지나치게 의역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고 교리가 모호해 질 수 있다. 왜냐하면 성경에 나오는 단어들은 모두 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딤후3:16에 “모든 성경 기록은 하나님의 영감으로 주신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하나님의 영감이란 ‘하나님이 숨을 불어넣으신 것’으로 성경의 모든 말씀(단어)은 살아 있는 참된 하나님의 말씀인 것이다. 그러므로 단어를 정확하게 번역해야 올바른 번역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본문의 말씀대로, 저울은 공정하며 정확해야 한다. 특히 본문은 ‘저울’과 관련된 내용이므로 한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저울과 같이, 본문을 번역함에 있어서도 공정한 저울처럼 정확하게 성경을 번역했어야 했다. 하지만 한글개역성경의 번역자들은 성경을 자의적으로 번역했을 뿐만 아니라 무성의하고 부주의하게 번역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당시 한글개역성경의 번역자들의 일부는 성경 번역에 있어서, 그 번역 수준이 함량 미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말 성경 연구」의 저자인 장로교 신학대학의 나채운 교수는 한글개역성경의 번역자들의 수준은 서구에 비해 낮다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대한성서공회에서 발행한 성경들 - 한글개역성경(1961), 공동번역성서(1977), 표준새번역성경(1993), 한글개역개정성경(1998) -은 모두 다 문제점들이 많은 성경들이었다.

물론 모든 면에서 원어성경을 완벽하게 번역할 수는 없지만, 그렇더라도 한글맞춤법에 많이 어긋나거나 또 번역의 수준이 기준에 미달된 오역된 단어들과 그리고 우리말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단어들을 자의적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본문과 관련하여, 잠언 16장 11절의 한 구절에서 두 군데나 한글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단어를 자의적으로 만들어 번역하여 사용한 것은 수치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이것을 37년 이상이나 수정 내지 보완을 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해 온 것은 성경 독자들을 우롱한 일이며, 나아가 한국 개신교의 망신이자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므로 대한성서공회는 한글개역성경의 본문(잠16:11)에 나오는 단어들을 하루속히 수정‧보완하되 우리말 국어사전에 나오는 단어들을 사용하여 올바로 고쳐야 할 것이다.

권영문 / 전 경성대 교직원, 현 기독교 칼럼니스트 / 「성경 번역과 해석 올바른 설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