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적 신앙은 곧 실존이다.

(<소유냐 존재냐>, 에리히프롬, 까치, 2020)

사람마다 좋아하는 책이 있다. 그리고 누군가 본인에게 좋아하는 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이 책을 고를 것이다. 사실 이 책만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에리히 프롬의 책을 대부분 좋아하는 편이다. 그 중에서도 사랑의 기술과 더불어 자유로부터의 도피, 마지막으로 이번에 소개할 “소유냐 존재냐”도 포함이다.

이번 책을 리뷰할 때는 어느정도 컨셉이 필요하다. 지면은 한계가 있고 내용은 방대하기 때문에 내용 중에서도 특별히 ‘신앙’ 부분을 골라서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컨셉이 필요하다는 이유는 에리히 프롬이 말하는 존재로서의 신앙과 더불어 칼 야스퍼스가 말하는 철학적 신앙을 접목시키고 싶기 때문이다.

에리히 프롬은 이번 책인 “소유냐 존재냐”에서 실존양식을 두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소유로서의 실존양식이고 다른 하나는 존재로서의 실존양식이다. 오늘날 사회를 기반으로 현대인은 ‘소유’에 대해서 굉장히 민감하다. 왜냐하면 무엇인가를 소비하는 형태로 존재하는 자아가 곧 ‘나’이고 ‘나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서 나는 ‘존재’한다. 소유의 형태가 아니라 실존의 형태로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소유로 생각되는 나는 소비되고 양의 문제로 판단되지만 존재로 생각될 경우에는 내용의 문제로 판단된다.

때때로 우리는 신앙을 소유로 착각할 경우가 많이 있다. 신앙이 소유로 해석된다면 그것은배타적으로 변한다. 이때 배타적이라는 표현은 결코 기독교의 절대성을 말하는 것이 아님을 상기해야 한다. 왜냐하면 소유적 신앙은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오히려 내면화된 종교적 경험이고 그로 인하여 실제적 경험이 소유된 것이다. 그에 비해서 신앙을 존재적 측면에서 바라보게 된다면 우리는 신앙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 오히려 신앙 안에 있다.

그런 점에서 칼 야스퍼스가 철학적 신앙에서 신앙의 내용은 실존의 내용이라고 말한 지점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오늘날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경험이 많은 현대인들을 위한 내용이라 강하게 추천할 수 있다. 우리가 신앙 안에 있다는 사실은 소유로서 생각되는 주객분열의 상황이 아니라 오히려 통합적인 시선이다. 마찬가지로 야스퍼스가 철학적 신앙을 실존의 내용이라 파악할 때 드러나는 무제약적인 요청이 존재한다. 아마 에리히 프롬도 존재적 실존양식으로 신앙은 언제나 희생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로 그러한 신앙은 능동성이 있다는 점에서 배타적 진리주장과는 거리가 있다.

에리히 프롬과 칼 야스퍼스의 어느정도 결이 비슷한 신앙에 관한 내용을 통해서 단순히 종교적 경험에 따른 신앙을 좀 더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사실상 신앙은 종교의 영역이고 현실은 삶의 영역이라서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복음주의적 신앙을 통해서도 신앙이 종교와 현실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적용되는 것처럼 믿음, 즉 신앙은 정체성에 관한 문제다.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신앙은 세계관에 관한 것이다. 칼 야스퍼스가 철학 1권에서(작년 열심히 서평하면서 소개했다는 점을 전제로) 사람은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설명”으로서 철학적 세계정위를 이루어내야 한다면 소유로서의 신앙이 아니라 존재의 형식으로서 신앙을 표현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