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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지는 호칭
황은경  |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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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년 07월 06일 (목) 06:16:32 [조회수 : 2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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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15년 전이다. 목사 안수를 받고 파주에 있는 연대교회에서 민간 성직자로 사역을 할 때였다. 오전에는 대대교회, 오후에는 GOP교회, 저녁에는 연대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순회 사역으로 젊은 병사들과 함께 꽤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사역을 시작하던 초반 어느 주일 오전 예배를 드리기 위해 2대대로 향했다. 부대교회를 가기 위해서는 집의 현관문이라 할 수 있는 위병소를 거쳐야 했다. 이등병으로 보이는 병사가 내게로 다가왔다. 무슨 용무로 왔느냐 물어서 교회에 예배를 드리러 왔다고 하니 잠시 기다리란다. 그리고 행정반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전화기 저편으로 누구냐고 물은 모양이다. 그랬더니 병사 왈, “집사님 같지 말입니다.” 그동안 교회를 부임한 성직자 모두 목사나 신부나 승려가 모두 남자였으니 그럴 만도 했겠다 싶었다. 

40대 초반에 마트를 갔다. 카트에 물건을 싣고 계산대로 걸어오는 중이었다. 오는 중에 야채 코너에서 세일을 하고 있었다. 눈으로 한번 쓰윽 훑고 지나가려던 차에 호객 행위를 하는 남직원이 나를 향해 큰소리로 말했다. “아줌마, 배추가 싸요. 얼른 들여가세요.” 순간 멘붕이 왔다. 그때만 해도 동안으로 부러움(?)의 대상이었는데 시장에 왔더니 카트를 밀고 있는 여자는 모두 아줌마로 통칭되었다. 결혼도 안한 때라 아줌마란 호칭이 얼마나 낯설었던지 잠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일면식도 없고, 여러 여자들 사이에서 나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을 뭐라 명확하게 부를 수 있었겠는가 싶었다. 

여기로 내려와서 불리는 호칭은 사모님이다. 남자는 사장님, 여자는 사모님이라 부른다. 사모님이란 호칭도 꽤 어색하다. 서로 높여 부른답시고 자연스럽게 입에서 나오는 호칭이지만 좀 느끼하게 들리기도 한다. 간혹 새댁이란 표현도 있었다. 그러나 이 호칭은 내가 목사이자 미혼인 것을 알고는 대번 사라졌다. 마을 사람들은 기분이 좋을 때는 목사님, 한잔 걸쳤을 때는 아줌마 등 자신이 부르기 편한 호칭으로 수시로 바꿔가며 부른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것처럼 이제는 하도 듣고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한다. 이렇게 불리든 저렇게 불리든 어떠하랴. 나를 기억하고 인사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얼마 전 농협은행을 갔다. 농협 카드가 없는 나에게 여직원은 반색하며 카드를 신청하라고 설득했다. 못 이기는 척하며 그녀의 꼬임(?)에 순순히 응해주었다. 직원은 카드에 대해 한참 설명을 하다가 매우 밝은 어조로 “어머니~ 여기에 이름과 사인을 해주세요.”라 며 신청서를 내밀었다. 이맛살이 찌푸려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직원 얼굴을 잠시 살펴보고 찌푸릴 인상을 폈다. 그녀의 나이를 보니 흔히 말하듯이 결혼을 일찍 했더라면 내가 그녀의 엄마 혹은 이모 뻘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어느새 나도 세월을 먹을 만큼 먹었다. 그렇게 여기니 뭐라 할 댓거리도 아니었다. 또 농촌에서 농협의 고객은 대부분 나이가 적잖이 많다. 그러니 너나 할 것 없이 자신보다 나이가 있어 보이면 “어머님” “아버님”이란 호칭은 창구마다 쉬이 들려온다. 

오래전에 음성군의 가축방역단에서 가축 수요조사로 통화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내가 40대 중반이었다. 호구조사를 하는 직원이 “어머니, 닭이 몇 마리 있나요?”라고 묻는 순간, 나의 심기가 매우 불편했다. 그래서 내가 당신보다 나이 차가 얼마나 된다고 어머니라고 부르냐며 호되게 쏘아붙인 적이 있었다. 지금이야 그러든 말든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이후에 통화를 하는데 똑같은 직원이 똑같은 호칭으로 나를 불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읍사무소나 군청이나 우체국을 가면 왜 그런지 모르지만 공무원들도 스스럼없이 어머님, 아버님이란 호칭을 썼다. 얼굴을 붉히며 일일이 말하기 귀찮아지면서 지금은 수용하는 편이다. 반대로 나는 상대에 대해 주어진 직급에 맞는 호칭을 정확하고 크고 분명하고 정중하게 부른다. 나는 너를 이렇게 대하니 너도 좀 각성하고 호칭을 바꾸면 어떻겠느냐는 나만의 소소한 핀잔이요 저항이요 복수다. 그러면 가끔 효과는 있다. 그런 중에 어떤 이는 금새 나에 대한 호칭이 바뀐다. 어머님에서 아무개님이나 고객님으로. 

호칭을 어떻게 불리느냐에 따라 기분이 좋기도 하고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때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들린다. 그날의 마음이 어떠냐에 따라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떤 호칭으로 불리든 부화뇌동하지 않으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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