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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땅에는 네피림이 있었고 그 후에도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에게로 들어와 자식을 낳았으니 그들은 용사라 고대에 명성이 있는 사람들이었더라(창6:4)."
하나님의 아들들에 대해 말하는 창세기6:4은 수세기 동안 신학자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의 주제였다.
어떤 학자들은 그들이 천사나 신성한 존재였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다른 학자들은 그들이 경건한 사람들의 아들이나 또는 왕이나 통치자와 같이 큰 권세와 권위를 가진 사람들이었다고 주장했다.
사람의 딸들의 정체성도 논쟁거리인데, 일부 학자들은 그들이 단순히 평범한 인간 여성이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학자들은 그들이 악하거나 경건치 않은 사람들의 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의인의 아들들과 악인의 딸들이 결합할 때 네피림이 나온다는 건 누가 보아도 아주 비상식적인 해석으로 보인다. 전혀 종교적 또는 생물학적 근거가 없다. 그런 공식이라면 오늘날도 네피림이 계속 나와야 정상이다.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는 왜 네피림이 안 나오는지 논리적인 설명이 안된다.
권세있는 자들의 아들이나 권세없는 자들의 딸들이 결합해서 네피림이 나온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비상식적인 해석이다.
결국 본문의 문자 그대로 하나님의 아들들이 신의 아들 또는 천사라는 해석이 그나마 가장 유력한 셈이다. 그리고 나름대로 합당한 이유가 있다.
신의 아들들이 천사나 신성한 존재라는 생각은 고대 유대교와 기독교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러한 전통에서 천사들은 하나님과의 밀접한 관계 때문에 때때로 하나님의 아들들로 불렸다.
욥기 서론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우리는 하나님이 천사들과 함께 하늘 법정에 모이는 것을 본다(욥1:6). 욥기에서 이 천사들은 분명히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불리운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 역시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천사가 인간 여성과 결혼한다는 개념이 성경의 다른 가르침과 그다지 일치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많다.
예수님도 천국에서는 장가 가고 시집 가는 일이 없다(눅2035)고 하셨다. 그래서 어느 쪽으로 해석하든 결론이 그리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그럼에도 나는 개인적으로 창세기의 하나님의 아들들이 '천사'라는 견해를 지지하고 있다. 우선 다른 해석들은 논리상 너무 터무니 없기 때문이다. 창세기가 무슨 시나 소설처럼 문학책이 아니라면 문장의 흐름상 그건 그냥 신의 아들들 또는 천사를 의미한다고 보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
더구나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나의 영이 영원히 사람과 함께 하지 아니하리니(창6:3)"라는 표현은 하나님의 영을 지닌 천사와 사람과의 상대적 관계를 의미하는 게 분명하다. 문맥상 특정 사람이 또 다른 사람과 함께 하지 않는다는 뜻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즉 여기서 언급한 "나의 영"은 적어도 사람은 아닌 존재이기에 "사람과 함께 하지 아니하리니"라는 뒤의 문장이 논리상 성립되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성경들과의 모순적 문제는 차라리 그대로 인정하고 별도로 연구하는 것이 더 옳다고 본다. 여러 복음서들만 보더라도 성경의 모든 구절들이 항상 모순없이 서로 일치하고 있지는 못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 떄문이다.
오히려 그렇게 일치하지 않는 구절들을 무리하게 일치시키려 하면 무리한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개신교 조직신학이 신론, 구원론, 종말론 등에서 부분적으로 허술한 점이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성경 본문들 상호간의 부조화에 크게 기인한다고 본다.
차라리 모르면 그냥 솔직하게 모른다고 하면 좋겠다. 어설프게 아무거나 다 아는 척 하려는 게 앵무새 신학의 고질병이다. 더 고심하고 더 연구하지는 않으면서 그냥 선배들이 물려준 세습 신학만 되풀이하며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학의 전통에 따라 성경의 특정 구절을 다른 구절들과 조화시키기 위해 억지로 확대 해석하지 말고 그냥 현재의 문맥에 맞게 충실하게 이해하는 것이 일단은 가장 바른 해석 자세라고 생각한다.
성경 해석에 있어서 여러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지만 그게 곧 성경을 각자 제 멋대로 해석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리고 누구든 자신의 해석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늘 겸허히 받아드려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구약 외경으로 분류된 고대 문서 '에녹서'에는 이 하나님의 아들들이 바로 천사라고 아주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늘의 아들인 천사들이 땅위의 아름다운 인간의 딸들을 내려다 보게 되었다. 그들은 서로 말하기를 "보라, 우리가 지상으로 내려가 인간의 자녀들 중에서 아름다운 여인을 취하여 아내로 삼아 자식을 낳으면서 지상에서 살자"고 하였다(에녹서6:2).
신성남 / 집사, <어쩔까나 한국교회> 저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