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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이성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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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년 06월 02일 (금) 04:57:48
최종편집 : 2023년 06월 02일 (금) 04:59:09 [조회수 : 2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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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이성 사이에서>, 길희성, 세창출판사, 2015

현대인들은 인간 이성과 자연과학을 신뢰한다. 그렇다면 이성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 성경 내용을 신화로 치부하는 것이 지성인다운 태도일까? 반대로 신앙인들은 순수한 신앙을 지키기 위해 세속적 이성을 거부해야만 할까? 믿는 것과 이해하는 것이 따로 가는 게 아니라 같이 갈 수는 없을까? 그리스도교 신학은 신앙과 이성, 계시와 이성, 초자연의 문제를 다루어 왔으며, 이는 서구 지성사를 관통하는 가장 큰 주제이다. 서구 지성사는 양자의 구별, 대립, 대화, 조화, 종합, 분열과 대립, 재통합의 노력 등이 진행되어온 역사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저자는 비교종교학을 전공한 서강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우리나라 보수적 신앙관을 가진 개신교인이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이 책이 제시하는 여러 가지 새로운 관점들을 소개한다

- ‘변증론자’는 변증론이야말로 진리의 유일한 기준이라고 생각했고 신학도 변증론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쎌 수록 반대하는 쪽의 반응도 격해졌다. ‘신앙주의자’는 “변증론이란 신학의 고유한 보물을 훔쳐가기 위해 ‘악마가 만들어낸 발명품’이거나 기껏해야 ‘신학의 시녀’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 성경 해석의 문자주의는 탈피되어야 한다. 성서에는 시대적 상황이 반영되었고 은유적 메타포적 유비적으로 쓰여졌다. 또 성서적 인격 신관(역사 속에 살아계시는 하나님)를 잘못 해석하면 하나님을 기복 신앙의 대상으로 만들고, 하나님을 유한하고 편협한 존재로 만드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 세계 만물은 하나님의 자기 현시, 보편적 자기계시이고 성육신이다. 창조적 진화과정은 하나님의 로고스 인도에 따라 방향과 목적을 가지고 진행되며 이는 기계적 결정이 아니고 창발적으로 진행된다.

- 자연은 성스러우나 자유의지의 인간이 사는 세계는 선과 악이 혼재한다. 자연악의 발생은 물질적 창조력의 특성에 기인하고, 도덕악의 발생은 인간 자유 의지의 오용에 기인한다.

- 신앙이 기적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기적을 입증할 필요가 없다, 신앙은 신의 선하신 로고스와 일반섭리를 믿고 자신을 맡기는 실존적 결단이다. 개별적 사건에 대해 하나님 운운하는 간증보다는 하나님의 로고스를 믿고, 행과 불행을 모두 포함하는 자기 삶 전체를 통해서 하나님을 고백하고 수용해야 한다. 기도가 나를 위해 하나님을 바꾸기보다는 나 자신을 바꾸는 기도가 되고, 섭리에 순종하는 기도가 되고, 이웃을 위한 기도가 되어야 한다.

- 신관이 종교마다 문화마다 시대마다 다르다는 것은 비교종교학에서는 상식에 속한다. 인간에게 이성과 자유가 없다면 영성은 불가하고, 이성이 영성에 뿌리 박지 않으면 편협해진다.

- 그리스도교는 이제 과학기술과 민주주의가 주도하는 세계에서 거기에 부응하는 종교사상을 제시해야만 하는 근본적 과제를 안게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현대의 정신적 위기를 초래하게 된 근본 원인을 제공한 그리스도교의 초자연주의 신관의 극복이 필수적이다.

- 세속화된 근대적 이성과 개인주의가 초래한 이성과 감성, 개인과 개인, 개인과 공동체, 인간과 자연, 그리고 인간과 신의 대립적 구도를 넘어 양자를 아우르고 화해시킬 수 있는 새로운 신관과 영성이 필요한 것이다.

신영배 (경기중부기독교교회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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