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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를 심다
황은경  |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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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년 05월 18일 (목) 00:17:07 [조회수 : 6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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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들깨보다 참깨를 좋아한다. 그래서 들깨는 안 심어도 참깨는 작게라도 심는다. 올해도 나는 기를 쓰고 참깨를 심기로 했다. 지난주에 고추를 비롯한 다양한 작물들을 앞쪽으로 배치하여 심었는데, 이번에는 뒤쪽 거의 100미터가 되는 길이를 정리하여 참깨밭을 만들었다. 이젠 나의 삽질은 육군 말년 병장급으로 깊이와 속도와 요령에 버금갈 정도가 되었다. 초반 삽질을 할 때는 원칙을 고수하다 팔목이 시큰거려 며칠을 파스를 뿌리며 살았다. 며칠 고생하다 보니 지금은 요령을 피울 줄도 알게 되었다. 힘을 덜 들이고도 밭을 파고 흙을 다듬을 수 있는 경지(?)에 오른 것이다. 

기온이 여름 날씨와 같아서 얼마 안가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맺힌 땀은 무게에 못이겨 쪼르륵 흘러내렸다. 뜨거운 햇볕으로 자외선을 차단하기 썬크림을 덕지덕지 발랐는데 이것이 고역이 되었다. 땀이 흘러내릴 때마다 썬크림의 유분은 땀과 뒤범벅되어 눈에는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주었고, 입에는 찝찌르하고 쓰고 역한 맛을 느끼게 했다. 그럴 때마다 땀이 차서 잘 벗겨지지도 않는 장갑을 벗은 뒤 땀을 닦고 삽질을 이어갔다. 이런 맛을 몇 번 겪고 나니 막판에 가서는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눈 한번 질끈, 침 한번 퉤 하고 뱉어내는 것으로 적응이 되었다. 그렇게 하여 비록 목표한 바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100미터짜리 6줄에 10센티 간격으로 참깨를 심었다. 

마침 10센티 간격의 비닐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안그랬으면 100미터를 6번 오가며 구멍을 뚫어야 했으니 구멍을 세다가 날 샐 뻔했다. 농사를 지어본 사람은 안다. 참깨는 매우 작다. 한 꼬집 짚으면 한 꼬집으로 구멍 열 개에 심어도 되는 양이다. 쪼그리고 앉아 100미터에 10센티 간격의 구멍의 흙을 파고 참깨를 넣고 다시 흙을 덮고 옆으로 이동하는 것은 중노동이다. 얼마 못 가 허리가 끊어지는 경험을 맛보게 된다. 허리를 편다고 일어서면 하늘이 노래진다. 앉으나 서나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래도 고소한 참기름을 얻겠다는 일념으로 그 모진 고통을 감내하였다. 좀 걸리는 점은 이틀 전 비가 온 것으로 물 주는 것을 대신한 것이다. 빠르면 일주일, 늦으면 이주일 후에 참깨가 올라온다고 하니 이젠 기다릴 때다. 

어린이날 즈음 심었던 작물들은 대체적으로 잘 자라고 있다. 상추는 조만간 뜯어 먹어도 될 정도로 성질이 급하게 올라왔다. 호박도 거름이 좋아서 그런지 예년에 비해 잘 자라고 있었다. 오이는 살짝 걱정이 든다. 잎이 하얗게 변하는 것이 토양과 잘 맞지 않은 것일까? 네이버에게 좀 물어봐야겠다. 그리고 고추도 나름 잘 견디고 있는 듯 보인다. 중간중간에 말뚝도 박았다. 무엇인가 얻으려면 손이 많이 간다. 작물이 풍년이 되게 하기까지는 내가 을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 작물이 요구하는 것들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제때 공급해주어야 제대로 얻어먹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정성을 다해야 작물도 마지막까지 나에게 선한 것을 내어준다. 올해는 그 선한 것을 얻기 위해 지난 3여 년 동안 무시했던 관심을 쏟고 있다. 그렇지만 나의 애씀, 농부의 노력이 꼭 100퍼센트 완벽하게 얻어지지 않음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기대도, 불만도 하지 않을 때 얻어지는 모든 것에 넉넉해질 수 있다. 

참깨를 심고 난 뒤 지금 수시로 들여다보고 있다. 아, 맙소사! 이를 어찌할꼬. 주일 아침 교회에 가기 전 참깨를 보러 갔다가 낭패를 만났다. 글쎄, 참깨를 심은 구멍이 나의 손이 지나간 것과는 판이했다. 여기저기 파여 있었다. 범인을 찾았다. 개미와 새였다. 개미는 그렇다고 치자. 땅속에 사니 땅속에 먹잇감이 들어왔다고 신나 할 수 있다. 하지만 하늘의 새는 어찌 알고 그랬을까. 내가 참깨를 심을 때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나? 후각이 어느 동물보다 뛰어난가 혹은 시력이 얼마나 좋은가. 고양이가 그렇게 많아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또 고양이를 피해 용케 작디작은 참깨를 파먹을 정도라면 두손 두발 들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조만간 한 번 더 심어야 할 것 같다. 교회에 가서 사모님과 얘기하면서 사후방지책을 얻어왔다. 새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요즘은 참깨를 심고 난 뒤 하얀 부직포나 비닐로 싹이 날 때까지 덮어놓는다고 하니 아직 남아있는 이랑을 할 때 이 방법을 써 봐야 할 것 같다. 허참, 농사짓기 참 어려우나 시작했으니 나는야 고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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