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경 지단(삼상14:14)’이 무슨 말인가?

대한성서공회는 대한민국 개신교 재단법인으로서 한국의 대표적인 성경 번역기관이다. 대한성서공회에서 발간한 번역 성경은 연도별로 5가지 종류 - 개역한글판성경(1961년), 공동번역성서(1977년), 표준새번역성경(1993년), 개역개정판성경(1998년), 새한글신약성경(2021년) - 등이 있다. 대한성서공회에서 발간한 최초의 개역한글판인 〈한글개역성경,1961년〉 가운데. 우리말을 한자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한문으로 바꾸어서 「국한문 개역한글판 성경」(1964년)을 출간하였다. 여기에 들어 있는 한자어로 된 단어는 약 5,300개인데, 이것들은 대부분 현대의 독자들에게는 어려운 말들이다.

〈한글개역성경,1961년〉은 출간된 지 반세기가 훨씬 지났다. 이 성경에 나오는 한자어들 가운데 알기 어려운 단어들이 많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인, 구약성경 사무엘상 14장 14절에 나오는 ‘반일경 지단(半日耕 地段)’이란 복합어가 있는데, 여기서는 이 단어에 알아보고자 한다. 이 복합어는 ‘반일(半日)’과 ‘경(耕)’과 ‘지단(地段)’이 합쳐져서 이루어진 말이다. 라이프 성경사전에 “반일경 지단(半日耕 地段)은 멍에를 맨 두 마리의 소가 한나절(반일, 半日) 동안에 경작할 수 있는 넓이의 땅을 가리킨다.”라고 쓰여 있다(생명의말씀사,368쪽).

이 내용에서 밑줄 친 한나절은 반일(半日)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반일경 지단(半日耕 地段)은 한나절 동안 경작하는 땅, 즉 ‘한나절 갈이 땅’인 셈이다. 다시 말해 ‘반일경 지단은 한나절 갈이 땅’이다. 우리말 국어사전에 한나절은 ‘하루 낮의 절반인 반날, 곧 반일(半日)’이라고 쓰여 있다. 그러므로 한나절은 하루 낮의 절반인 6시간이고, 반나절은 한나절의 절반이므로 3시간이 되는 셈이다. 한국어학과 교수들도 한나절은 6시간이고 반나절은 3시간이라고 한다. 따라서 ‘반일경 지단(半日耕 地段)’은 ‘한나절 6시간 정도의 밭갈이 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개역개정판성경인 〈한글개역개정성경,1998년〉은 〈한글개역성경,1961년〉에 나오는 ‘반일경 지단’을 한나절 갈이 땅이 아닌, 반나절 갈이 땅으로 고쳐서 잘못 번역하였다. 즉 “요나단과 그 무기를 든 자가 반나절 갈이 땅 안에서 처음으로 쳐 죽인 자가 이십 명 가량이라”고 했다(삼상14:14). 말하자면 〈한글개역개정성경,1998년〉이 계산착오로 한나절을 반나절로 고쳐서 번역했던 것이다. 당시 ‘개역개정판성경’의 번역자들이 ‘한글개역성경’의 ‘반일 경 지단(半日 耕 地段)’의 ‘반일(半日)’을 ‘반나절’로 착각한 것이다. 이러한 실수는 하나님 말씀인 성경을 신중을 다해 번역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경솔하게 번역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고 할 것이다. 더욱이 다른 여러 한글 성경들도 이 같은 〈한글개역개정성경,1998년〉을 모방하여 한나절을 반나절로 잘못 번역한 사실이 드러났다.

여기서는 이러한 ‘반일경 지단(半日耕 地段)’이란 용어와 관련하여, 올바로 번역된 성경과 잘못 번역된 성경에 살펴보고자 한다.

- 사무엘상 14장 14절을 올바로 번역한 성경들은 다음과 같다.

                                             - 다 음 -

(한글개역성경) 요나단과 그 병기 든 자가 반일경 지단(半日耕 地段) 안에서 처음으로 도륙한 자가 이십인 가량이라

(가톨릭성경) 이렇게 요나단과 그의 무기병이 겨릿소 한 쌍이 한나절에 갈아엎을 만한 들판에서 처음으로 죽인 군사들은 스무 명쯤 되었다.

(현대인의성경) 그들은 약 2,000평방미터 정도의 지역 안에서 …

(중국어성경) … 都是在四分之一公顷的范围内 … (모두 4분의 1 헥타르의 범위 내에서 …)

(일본어성경) … それは 一阿の 牛が 一日で 耕す 畑の 半分ほどの 場所で 行われた (한 쌍의 소가 하루에 경작할 수 있는 밭의 절반 정도 …)

(한글킹제임스성경,이송오) … 처음 살육한 수는 반 에이커의 땅 …

(한글킹제임스흠정역성경,정동수) … 한 겨리의 소들이 쟁기질 할 수 있는 반 에이커 땅에서

(공인역직역본한영대역성경,이일배) … 반 에이커의 토지 내부에서 …

(흠정역영어성경) within as it were an half acre of land, (… 반 에이커의 땅이 있었다)

(NASV미국표준역성경) … half a furrow in an acre of land.(한 에이커의 땅 반 킬로)

(NIV신국제역본 영어성경) in an area of about half an acre.(반 에이커 정도 되는 면적)

(히브리어원어성경) ותהי המכה הראשנה אשר הכה יונתן ונשא כליו כעשרים איש כבחצי מענה צמד שדה׃

/(… 한 쌍의 소가 한나절 동안 갈만한 땅에서 죽인 사람은 20명쯤 되었다)

사무엘상 14장 1-15절의 내용은, 요나단이 블레셋 진영을 격파하는 장면이다. 당시 이스라엘 군대는 열악한 상태라 블레셋 군대를 이길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본장에서는, 믿음과 용기를 가진 요나단이 블레셋 진영으로 건너가 하나님을 의지하는 가운데 그들을 공격하여 승리를 거두었다. 본문 14절은, 요나단과 그 무기를 든 젊은이가 한 쌍의 소가 한나절 동안 갈만한 땅에서 죽인 사람은 20명쯤 되었는데, 그것은 하나님의 도우심이었다는 내용이다.

위에서 (한글개역성경)은 밑줄 친 바와 같이, ‘반일경 지단(半日耕 地段)’이란 어려운 한자어를 사용해서 번역했음을 알 수 있다. 이 단어를 처음 접하는 대다수의 독자들은, 이것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 그냥 지나치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말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사전에 나오지 않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올바른 번역이라 할 수 없다. 다행히 국한문한글개역성경을 소지한 독자는 ‘반일경 지단(半日耕 地段)’의 한자어를 통해 대충 그 의미를 짐작하고 지나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수십 년 전에는 성경사전이나 성경한자용어사전, 그리고 영어성경이나 중국어성경, 일본어성경 등이 기독교 서점에 거의 나오지 않아 궁금증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글개역성경)은 ‘반일경 지단(半日耕 地段)’이라고 번역했다. 당시 한글개역성경 번역자가 우리말을 사용하여 ‘한나절 갈이 땅’이라고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번역하면 될 것을, 구태여 중국어성경이나 일본어성경에도 없는 어려운 한자어를 자의적으로 창안하여 번역한 것이다. 말하자면 가톨릭한글성경(2005년)처럼 ‘한나절 갈이 땅’으로 알기 쉽게 번역해야 했다. 그리고 영어성경들과 이것들을 한글로 번역한 여러 성경들은 ‘반 에이커 땅’이라고 번역했는데, 영어의 acre(에이커)는 영어권에서 사용하는 면적 단위이므로 한국인들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위의 (현대인의성경)처럼 한글로 약 ‘2,000평방미터’라고 번역하는 것이 한국인 성경독자들을 위한 번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영어성경들은 모두 다 ‘acre(에이커)’로 번역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영어 한 acre(에이커)는 면적의 단위로써 약 4,000평방미터이다. 따라서 반 에이커는 약 2,000평방미터이다. 그리고 반 에이커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위의 (가톨릭성경)처럼 ‘한 쌍의 소가 한나절에 갈 수 있는 넓이의 땅’을 말한다. 당시 고대 중근동에서는 면적을 계산할 때, 한 쌍의 소가 하루 동안 쟁기로 갈 수 있는 양에 의해 넓이를 측정했다고 한다. 여하튼 위의 성경들은 대체로 바르게 번역된 성경들이다.

- 하지만 다음 성경들은 사무엘상 14장 14절을 잘못 번역하였다.

                                                - 다 음 -

(한글개역개정성경) 요나단과 그 무기를 든 자가 반나절 갈이 땅 안에서 처음으로 쳐죽인 자가 이십 명 가량이라

(표준새번역성경) … 겨릿소 한 쌍이 반나절에 갈아엎을 만한 들판에서 …

(쉬운말성경) … 한 쌍의 소가 반나절 동안 갈아엎을 만한 지역 안에서 …

(우리말성경) … 한 쌍의 소가 반나절 동안 갈 만한 땅에서 …

(쉬운성경) … 한 쌍의 소가 반나절 동안 갈아엎을 만한 들판에서 …

(바른성경) … 반나절 갈이 넓이의 땅에서 …

(전수성경) … 한 겨리의 소가 반나절 갈이 할 땅 안에서 …

위에서 (한글개역개정성경)은 ‘한나절 갈이 땅’이 아닌, ‘반나절 갈이 땅’으로 잘못 번역되었음을 알 수 있다. 대한성서공회는 1998년 당시, ‘한글개역성경’의 잘못 번역된 수많은 부분들을 오랜 기간에 걸쳐 수정‧보완하면서 새로운 성경으로 대체하기 위해 ‘한글개역개정성경’을 발간하였다. 말하자면 한글개역성경을 수정하는 가운데, 그중의 하나인 ‘반일경 지단’이라는 용어를 ‘반나절 갈이 땅’으로 고쳐서 번역하였다. 다시 말해 한글개역개정성경 번역자들은 하루 낮의 절반인 반일(半日)을 ‘한나절 갈이 땅’으로 번역해야 할 것을 경솔하게도, ‘반나절 갈이 땅’으로 잘못 번역하였다. 그 후 몇 차례 이것을 수정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고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글개역개정성경(1998년) 이후에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하여 간행한 한글 성경들, 이를테면 쉬운성경(2001년), 우리말성경(2004년), 전수성경(2007년), 바른성경(2008년), 쉬운말성경(2013년) 등의 번역자들도, 한글개역개정성경을 모방하여 반일(半日)을 ‘반나절’로 잘못 번역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그러나 가톨릭성경(2005년) 번역자들은 앞서 예시한 바와 같이, ‘한나절에 갈아엎을 만한 들판’이라고 번역했는데, 그들은 개신교에서 발행한 성경들과 달리, ‘반나절’이 아닌 ‘한나절’로 올바로 번역하였다. 한편, 장로교 총회신학연구원 교수이며 성경번역전문위원인 강원주 목사는 자신의 저서인 「한글개역개정판에 대해 말한다, 42쪽」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한글개역개정성경이 반일(半日)을 ‘반나절’로 번역한 것은 오류를 범한 것이다. 반일(半日)을 ‘한나절’로 고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글개역성경은 서두에 언급했듯이, 수많은 한자어로 쓰여 있어 성경을 처음 읽는 독자들은 물론이고, 신앙생활을 오래한 신자들도 읽기 어려운 책이다. 왜냐하면 약 한 세기가 지난 예전의 한자어들은, 현대에 와서는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3년에 ‘성서원’에서는 ‘쉬운말성경’을 발간했다. 성서원은 국내에서 성경과 찬송가 등을 주로 출간하는 저명한 출판사이다. 이 ‘쉬운말성경’은 제목 그대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읽고, 심지어 초등학교 어린이들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우리말로 풀어 옮긴 성경이다.

이 출판사는 당시 간행사에서 언급하기를, 기존의 한글개역성경에 대해 “한글개역성경은 수많은 어려운 용어들, 오늘날 쓰이지 않는 폐어들, 아주 오래된 고어들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읽기가 매우 어렵다.”라고 했다. 그래서 성서원에서는 한글개역성경의 어려운 내용들을 전부 알기 쉬운 우리말로 쉽게 고쳐서 표기했다고 했다. 또한 틀린 맞춤법들도 오늘날의 개정된 한글맞춤법에 맞게 모두 고쳤으며, 읽기 쉽도록 문장부호를 적절하게 살려 구두법(句讀法)을 올바로 세웠다고도 했다.

본문에 나오는 사무엘상 14장 14절과 관련하여, 여러 성경들의 번역 내용을 앞에서 예시하였다. 각 성경마다 번역자들이 최선을 다하여 번역했겠지만, 신‧구약성경 전체를 완벽하게 번역할 수는 없을 것이다. 본문인 삼상14:14의 내용도 앞에서 보는 바와 같이, 번역자들이 대부분 한글개역개정성경을 모방하여 ‘한나절’을 ‘반나절’로 잘못 번역하는 실수를 저질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성경 번역자들은 다른 성경들을 참고하여 번역하되, 오역된 것을 그대로 모방하여 번역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실수로 오역한 것이 드러나면 즉시 수정‧보완하여 다시 번역해야 한다. 그러므로 ‘한나절’을 ‘반나절’로 오역한 한글 성경들은 모두 다 ‘한나절’로 고쳐서 바로잡아 주어야 할 것이다.

권영문 / 전 경성대 교직원, 현 기독교 칼럼니스트 / 「성경 번역과 해석 올바른 설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