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 안상학, 걷는사람, 2020

  안동을 대표하는 안상학 시인은 2020년 출간한 시집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로 2021년 4월 5.18 문학상 본상을 수상하였고, 같은 해 11월에는 백석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이러한 수상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안상학 시인의 시는 세상의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의 아픔과 설움을 함께 부둥켜안고 보듬는 깊은 위로를 담고 있다. 고통의 연대이다. 그의 시언어는 꾸밈이 없고 땀내 나는 민중의 털털함이 묻어 있다. 『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에는 그래서 사람냄새가 난다. 그의 시 재료들은 형이상학적이지 않고 우리의 삶에 그대로 묻어 있는 일상들이다. 그래서 살갑다. 그는 어릴 적부터 맛보았던 가장 지역적이고 토속적인 ‘간고등어’, ‘안동식혜’, ‘헛제삿밥’ 등을 구수한 안동 사투리로 담아낸다. 그래서 안동을 대표하는 시인하면 단연 안상학을 떠올린다. 주변 이웃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가슴 아픈 사연들을 차마 두고 볼 수가 없어 그는 글로나마 그 아픔을 세상에 알린다. 그러고 보면 안상학 시인은 그토록 존경하며 따랐던 권정생 선생님과 결이 참 많이 닮아있다. 글에 담긴 작고 여린 것들에 대한 진정 어린 마음이 느껴져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훔치게 되니 말이다. 

  안상학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이렇게 글을 남겼다.

시를 쓰면서
시를 쓰지 않아도 좋은 날이 오기를 빌었다.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세상은 사랑보다 슬픔이 많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렇더라도
시를 쓰지 않아도 좋은 날이 오기를 빌고 또 빈다.

자꾸만 늘어나는 슬픔으로
자꾸만 줄어드는 사랑을 차갑게 안는다.
자꾸만 녹아내리는 빙산을 안는 심정으로.

  시를 쓰지 않아도 좋은 날... 사랑이 슬픈보다 많은 날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시인의 말처럼 사랑보다 슬픔이 많다. 슬픔이 많기에 시인은 펜을 놓을 수가 없다. 그는 시 한 편을 쓸 때 ‘녹아내리는 빙산을 안는 심정으로’써내려간다. 그에게 있어 시는 슬픔으로 녹아내리는 삶이 너무나 안타까워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힘겨운 몸부림이다. 그래서 그의 시작(詩作)를 추동하는 것은 슬픔이라 할 수 있다. 슬픔이 없는 세상이 있을까? 부디 그런 세상이 오기를 빈다. 더 이상 시를 쓰지 않아도 되는 세상...

  시를 논할 실력은 없지만 난 할 수만 있다면 안상학 시인의 시를 널리 알리고 싶다. 세상은 여전히 슬픔으로 가득하니까... 슬픔을 끌어안지 않는 사람이 시인일 수는 없다. 세상엔 참 좋은 시인들이 많지만, 난 그 자랑스러운 이름들 가운데 안상학 시인을 넣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의 시집을 사서 읽고 얼마 되지 않아 그의 시에 젖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혁 목사(의성서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