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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 부활
송병구  |  sbkb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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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년 04월 09일 (일) 01:02:48 [조회수 : 4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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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사람들은 부활절을 맞아 ‘프로에 오스턴’(Frohe Ostern)이라고 인사한다. 누구든지 얼굴만 스치면 먼저 꺼내는 전통적인 부활절 축하 인사말이다. 독일 복흠한인교회 2세 청소년들과 한글공부를 하면서 ‘프로에 오스턴’을 한국말로 번역해 보라고 했더니 ‘축! 부활’이라고 옮겼다. 제대로다. 어쩌면 이렇게 한국적일 수 있을지, 20여 년 전 일인데 즐겁게 웃었던 기억이 새롭다.  

  봄이다. 그동안 살랑살랑 어영부영 봄이 오더니, 이제 부활절을 맞으면서 완연한 봄이 되었다. 여전히 꽃샘추위와 잎샘추위가 변덕스레 들락거리겠지만, 결코 봄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서양에도 ‘4월 4월’(April April)이란 속담이 있다. 못 믿을 4월 날씨란 뜻이다. 이른 봄에 가장 먼저 찾아오는 봄꽃들은 대체로 노란색이다. 산수유, 개나리, 수선화들이다. 수선화는 나팔 모양처럼 생겼기에 부활의 나팔 혹은 부활절 종이라고 불린다. 

  정교회(Eastern Orthodox Church)는 전통적인 부활절 인사를 나눈다. 주후 4세기에 갈리아(스페인) 출신 에테리아(Etheria)가 성지를 순례한 후 예루살렘에서 경험한 예배에서 전래한 것이다. 순례기는 당시 초대교회의 대부활절 기간을 기록하였는데, 현재 예루살렘대주교청 예배와 동일하다고 한다.

  “크리스토스 아네스티.”
  “알리토스 아네스티.”

  몇 해 전 마침 부활절기 중 그리스로 성지순례를 갔다가 부활절 인사를 반갑게 나눌 수 있었다. 그리스 사람들은 누구나 성탄절에 ‘메리 크리스마스’하듯, 서로 부활절 인사를 주고받는다. 심지어 부활절 7주간, 50일 동안 부활인사로 축하를 나눈다고 하니 흥미롭다.

  러시아 사람들도 정교회 전통으로 인사하기는 마찬가지다. 러시아한민족한글학교의 이나탈리아 선생에게 러시아 사람들의 부활절 인사법을 물어보았더니 같은 내용이었다.  

  “흐리스또쓰 바쓰크레쎄.”
  “바이쓰찌누 바스크레쓰.”

  색동교회도 부활절기 내내 아름다운 모국어로 부활절 축하 인사를 나눈다. 인도자가 선창을 하면, 모두가 후창을 한다. 특히 후창하는 사람들은 ‘정말’에 율동미와 강세를 두며 환하게 웃는다.

  “주님은 부활하셨습니다!”
  “주님은 ‘정말’ 부활하셨습니다!”

  한국정교회 본부에 주문한 이콘을 찾으러 갔다가 서점에서 <아토스 성산의 수도사들>을 구입하였다. 수도사들에 대한 전설 같은 일화를 가득 담아둔 책이다. 거기에 그리스 사람들이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네”라는 인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눈에 들어왔다.   
 
  아토스 섬 쿠트루무시 수도원에서 수도 생활을 하며 평생 영적인 삶을 살던 하랄람보스 수도사가 독감에 걸려 몸져누웠다. 나이 든 그는 점점 일손이 부족해진 수도원에서 무리하게 일하였다. 도서관 운영과 나무를 심고 관리하는 일 그리고 성가대원을 맡았다. 그를 진찰한 의사는 곁을 지키던 수도사들에게 몇 시간 후면 세상을 떠날 것이니, 그의 곁을 떠나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그러자 침대에 누워있던 하랄람보스 수도사가 말하였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나는 이번 부활절에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네’를 말하기 전까지 결코 이 세상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두 달을 더 살았고 마침내 부활절을 맞아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네”라고 축하한 후 성체성혈(성찬)을 받은 다음 다른 세상을 향해 떠났다는 이야기다. 

  신학자 불트만은 “그리스도교는 십자가에서가 아니라 부활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교회는 부활의 교회이다. 색동교회 십자가는 그 모양이 부활을 상징한다. 마치 춤추듯 두 팔을 훨훨 흔들며 일어서는 모습이다. 부활절 내내 십자가에 수의를 상징하는 흰 천을 걸어 둔다. 강단에 세우는 예배용 초는 두 개를 나란히 둔다. 전통적으로 이를 ‘파스카의 초’라고 부른다. 흰 수의와 파스카의 초는 예수님의 승천일까지 40일 동안 계속 유지한다.

  부활절 내내 예배를 시작하면서 ‘부활 찬양송’을 부른다. 부활절기에 드리는 성 요한 크리소스톰 성찬예배문에서 배운 찬양이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네. 죽음으로 죽음을 멸하시고 무덤에 있는 자들에게 생명을 베푸셨나이다.” 
   
  그리스도교가 안식일이 아닌 안식 후 첫날에 가장 중요한 예배를 드리는 이유는 이날에 예수님이 부활하셨기 때문이다. 모든 교회는 주일(主日) 곧 ‘주님의 날’(Lord's Day)을 지킨다. 부활하신 이날은 새로운 삶이 시작된 첫날이다. 그리고 매 주일은 작은 부활절이다.
   
  부활절에 처음 문을 연 세상의 모든 교회들에게 축하 인사를 드린다. 불트만의 말처럼 주님의 부활은 모든 교회의 생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문수산성교회(1985.4.11.)와 색동교회(2010.4.4.)를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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