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열방을 유업으로 주리니’는 ‘선교’ 말씀인가?

어떤 기독교인이 경건의 시간(QT)을 가지면서, 한글개역성경 시편2:7-8을 읽고 묵상했다. 7절에 “여호와께서 내게 이르시되 너는 내 아들이라 오늘 내가 너를 낳았도다.”라고 했다. 그는 이 구절을 자신에게 적용하면서, ‘하나님께서 자신을 아들로 삼아주시고 내가 너를 낳았다.’고 하심에 감격하면서, 이 놀라운 신분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가 넘친다고 했다. 또 8절에 “하나님께 구할 때 열방을 유업으로 주리니”라고 했으므로, 하나님께서 나를 어디로 보내시든지 선교를 가겠다고 작정했다. 그는 경건의 시간을 가진 후에 자신을 아들로 삼아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나를 어디로 보내주시든지 선교하러 나아가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구약성경 시편 2:7-8의 내용은 ‘선교’와는 무관한 내용이다. 이것을 선교와 결부시키는 것은 본문 말씀을 왜곡하고 잘못 적용한 것이다. 기독교에서 선교란, 기독교 신앙을 선전하여 널리 펴는 일을 뜻한다. 예수님은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성부 하나님에 의해 이 땅으로 파송되신 분이다. 그분은 선교(십자가의 구원 사역)의 사명을 감당하신 후에 부활, 승천하시면서 제자들에게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고 명령하셨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서 선교와 관련된 말씀은, 마태복음 28장 19절에 나오는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라.”는 말씀과, 또 요한복음 17장 18절의 “아버지께서 나를 세상에 보내신 것같이 나도 너희를 세상에 보내었다.”는 말씀, 그리고 사도행전 1장 8절의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는 등의 말씀이 있다.

이 외에도 선교와 관련된 성경 구절은 더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선교와는 무관한 성경 구절을 선교와 관련된 것으로 판단하고, 이것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성경 구절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구약성경 시편 2편 8절에 나오는 “내게 구하라 내가 열방을 유업으로 주리니 네 소유가 땅 끝까지 이르리로다.”라는 말씀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많은 기독교 선교 단체들과 일반 교인들이 이 성경 구절을 ‘선교’를 위한 말씀으로 잘못 이해하고, 이것을 자신들에게 적용한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과연 이 말씀이 선교를 위한 말씀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를 가진 말씀인지,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 〈한글개역개정성경〉의 시편 2편 1-12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다 음 -

1절: 어찌하여 이방 나라들이 분노하며 민족들이 헛된 일을 꾸미는가

2절: 세상의 군왕들이 나서며 관원들이 서로 꾀하여 여호와와 그의 기름 부음 받은 자를 대적하며

3절: 우리가 그들의 맨 것을 끊고 그의 결박을 벗어 버리자 하는도다

7절: 내가 여호와의 명령을 전하노라 여호와께서 내게 이르시되 너는 내 아들이라 오늘 내가 너를 낳았도다

8절: 내게 구하라 내가 이방 나라를 네 유업으로 주리니 네 소유가 땅 끝까지 이르리로다

9절: 네가 철장으로 그들을 깨뜨림이여 질그릇 같이 부수리라 하시도다

12절: 그의 아들에게 입맞추라 그렇지 아니하면 진노하심으로 너희가 길에서 망하리니 그의 진노가 급하심이라 여호와께 피하는 모든 사람은 다 복이 있도다

시편 2편의 내용은 예수 그리스도와 관련이 있다. 본문은 예수님의 영광스런 재림과 더불어 천년왕국 통치 직전의 시점에 관한 것이다. 그때는 이방 나라들과 그 왕들의 거대한 연합체가, 그리스도께서 세계통치권을 취하시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뭉칠 것이다(1-3절). 그러나 시편 기자는 그러한 이방 나라들을 향해 하나님의 기름 부으신 메시아 왕을 대적하는 행위를 포기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철장을 가지고 모든 나라를 다스리도록 하나님이 세우신 하나님의 아들의 권위에 복종하라고 훈계하고 있다(7-9절).

본문 7절은, 성부 하나님께서 성자 하나님에게 하시는 말씀으로, 그리스도께서 영원부터 하나님의 아들이셨다는 의미이다. 8절은 하나님 아버지께서 그 아들에게 온 땅의 통치권을 약속하신 것이다. 즉, 온 땅이 메시아의 권위에 복종할 것이며, 그분의 통치는 땅 끝까지 미칠 것이라는 말씀이다. 9절은 메시아이신 그리스도께서 자기를 거역하는 자들을 철장으로 깨뜨리시고 질그릇같이 부순다는 말씀이다.

8절은 앞서 언급했듯이, 성부 하나님께서 성자 하나님에게 모든 ‘이방 나라’를 유업(상속)으로 주신다는 말씀이다. 다시 말해, 모든 이방 나라들은 하나님의 기름 부음 받은 자이신 그리스도에게 정복당하게 될 것이다. 그런 다음에 9절에 나오는 것처럼, 천년왕국에서 그리스도께서 철장으로 이방 나라들을 다스리며 반역하는 자들을 징벌하실 것이다. 이 같은 해석이 일반적인 성경학자들의 견해다.

- 한편, 〈한글개역성경〉의 시편 2편 1절과 8절의 내용을 살펴보자.

1절: 어찌하여 열방이 분노하며 민족들이 허사를 경영하는고

8절: 내게 구하라 내가 열방을 유업으로 주리니 네 소유가 땅 끝까지 이르리로다

여기서 여러 한글 성경들 가운데 유독 ‘〈한글개역성경〉’만 ‘열방’이라고 번역했다. 이 ‘열방’이라는 단어는, 한자로는 ‘列邦(여러 열, 나라 방)’인데, ‘여러 나라’라는 뜻이다. 히브리어원어성경에 나오는 ‘고이(גוֹי)’는 주로 ‘이방 나라’를 뜻하지만, 그 외 ‘여러 나라’, ‘이방 민족’, ‘이방인들’을 뜻하기도 한다. 한글개역개정성경에는 ‘이방 나라’로 번역되었고, 한글개역성경은 ‘열방’으로 번역했다. 국내에는 10여종의 한글 성경들이 있는데, 한글개역성경을 제외하고, 다른 모든 성경들은 알기 쉬운 우리말과 이해하기 쉬운 한자어로 번역되어 있다. 하지만 한글개역성경(1961년판)은 어려운 한자어나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 옛날 말이 많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본문에 나오는 ‘열방’이라는 한자어도 다음과 같은 성경들처럼 ‘여러 나라’나 ‘이방 나라’로 번역해야 이해하기도 쉽고 해석하기도 쉬울 것이다.

- 본문(시2:8)과 관련하여, 다른 여러 성경 번역들은 다음과 같다.

                                             - 다 음 -

(한글개역개정성경) 내게 구하라 내가 이방 나라를 네 유업으로 주리니 네 소유가 …

(현대인의성경) 나에게 구하라. 내가 모든 나라를 너에게 줄 것이니 온 세상이

(표준새번역성경) 내게 청하여라. 뭇 나라를 유산으로 주겠다. 땅 이 끝에서

(우리말성경) 내게 구하여라 그러면 내가 이방 민족들을 네게 기업으로 주어 온 세상이

(쉬운말성경) 내가 너에게 뭇 민족들을 유산으로 줄 것이니

(바른성경) 너는 내게 구하여라 내가 민족들을 네 유업으로 줄 것이니

(가톨릭성경) 나에게 청하여라 내가 민족들을 너의 재산으로

(쉬운성경) 나에게 구하여라 그러면 내가 모든 나라들을 네게 유산으로

(일본어성경) わたしに求めよ。わたしは国々(나라들)をあなたへのゆずりとして与え

(중국어성경) 你 求 我 ， 我 就 将 列 国(열국) 赐 你 为 基 业

(흠정역한글성경) … 내게 구하라. 내가 네게 이방인들을 네 상속으로 주고 땅 끝

(흠정역영어성경) Ask of me, and I shall give thee the heathen(이방인들) for

(독일어루터성경) heische von mir, so will ich dir Heiden(이방인들) zum

(히브리어원어성경) … גוים נחלתך ואחזתך(이방 나라)

한글개역성경은 위와 같이, 중국어성경의 ‘列国(열국)’을 모방하여, 한자어로 ‘列邦(열방)’으로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열방’이라는 한자어가 이와 같이 다른 한글 성경들의 표현보다는 고상하고 지적(知的)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한글개역성경에는 ‘열방’이란 단어가 100번 정도 나오는데, 다른 한글 성경들은 모두 다, ‘여러 나라’ 혹은 ‘이방 나라’, ‘모든 나라’, ‘이방 사람들’로 바꾸어 번역했다. 하지만 최초로 번역된 ‘한글개역성경’은 ‘열방’으로 번역했다. 그리하여 한국 개신교회의 수많은 목사들이 한글개역성경의 ‘열방을 유업으로 주리니’라는 이 말씀을, 모든 나라들을 대상으로 ‘선교’를 하라는 말씀으로 잘못 이해하고 해석하고 설교하는 바람에, 수많은 선교 단체들과 일반 교인들이 목사들의 엉터리 설교에 현혹되어 그들의 인생의 목적과 삶의 이정표가 잘못 설정되고 적용된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처럼 본문(시2:8)을 왜곡하여 잘못 해석하고 설교한 다음 사례들을 살펴보자.

                                                - 다 음 -

사례 1) : 어떤 설교자가 시2:8인 “내게 구하라 내가 열방을 유업으로 주리니 네 소유가 땅 끝까지 이르리로다.”라는 구절을 제목으로 삼고 말씀을 전했다. 그는 이 말씀을 낭독하고 나서 ‘우리 모두는 하나님께서 주신 이 말씀에 어떻게 응답해야 하겠습니까?’라고 했다. 그는 우리 모두는 열방을 위해 기도해야 하며 땅 끝까지 선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나님께서는 간절히 원하는 우리들에게 선교할 기회를 주실 것이다. 구원받지 않은 세상 사람들은 우리 교인들이 가서 그들을 구해주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우리 모두는 사명감을 가지고 이에 동참해야 하며, 아낌 없이 헌신해야 할 것이라고 설교를 했다.

사례 2) : 순복음교회의 어느 목사는 “내게 구하라 내가 열방을 네 유업으로 주리니 네 소유가 땅 끝까지 이르리로다.”라는 말씀을 제목으로 하여 설교를 했다. 그는 말하기를, 오늘 본문 시2:8절 말씀, 이 구절은 성경에서 익숙히 다가오는 말씀 가운데 하나입니다. 여기서 유업으로 주신다는 것은, 곧 유산을 받는다는 의미이며, 많은 복을 받는다는 말씀입니다. 이 세상을 사는 우리로서는 매우 관심이 가고, 또한 이 말씀이 우리 자신에게 다가오는 특별한 말씀이기를 원할 만한 내용입니다. 그러나 이 말씀은 아무 이유 없이, 그리고 아무런 수고와 바른 자세도 없이 그냥 복을 받아 누리게 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유업을 받으려면 그에 따르는 참된 영적인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입니다.

본문 8절 말씀, 이 약속을 오늘부터 시작하여 한 주간 꼭 붙잡으시기 바랍니다. 반드시 기도를 통해서 응답을 받을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복을 절대로 잊지 말고 하나님의 자녀답게 기도의 날개로 날아오르며,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권세를 가지고서 살아가는 믿음의 사람이 되기 바랍니다. 더욱이 하나님이 주시는 복을 받아 이 복이 나 한 사람에게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정과 직장, 그리고 우리 교회를 살리는 복의 근원이 되기 바랍니다. 우리는 주님께 간절히 구해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것들로 우리 유업이 되게 하사 우리의 소유가 땅 끝까지 이르러 참된 축복의 통로가 다 되기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사례 3) : 미국의 한 유명한 국제선교단체인 ‘파이오니아’의 설립자인 ‘스티브 리처드슨’ 목사가, 한국 CTS 기독교 TV 뉴스에 초청되어 강연회를 가졌다(2019년 3월). 그는 40년 전에 선교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100개가 넘는 나라에 300개 선교팀, 3,000명이 넘는 사역자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당시에 시편 2편 8절에 나오는 “내게 구하라 내가 열방을 유업으로 주리니 네 소유가 땅 끝까지 이르리로다.”라는 성경 구절을,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말씀으로 받아들이고 실행하여 그 결과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미국 목사는 이 성경 구절(시편2:8)이 선교와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아전인수격으로 성경을 해석하고 자신에게 적용했다. 더욱이 강연까지 하면서 이 구절(시편2:8)을 ‘선교’에 관한 말씀으로 착각하고 인용한 것은 본문을 왜곡하고 적용한 부끄러운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본문을 잘못 해석하고 설교한 사례들이 부지기수다. 예수님께서는 마태복음 22장 29절에서 ‘부활이 없다’고 하는 사두개인들에게 “너희가 성경도 하나님의 능력도 알지 못하는 고로 오해하였도다.”라고 했다. 당시 사두개인들은 유대교 당파 중 하나인데, 그들은 성경에 나오는 부활이나 천사나 영생 등을 믿지 않는 자들이었다. 이 사람들처럼 성경 내용의 본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오해하게 되면, 결국에는 그릇된 적용으로 인해 파탄에 이를 수도 있는 것이다.

위의 몇 가지 사례를 살펴봤듯이, 본문 말씀인 “내게 구하라 내가 열방을 유업으로 주리라.” 는 말씀에 대해, 많은 기독교인들이 이것을 ‘선교를 위한 말씀’으로, 또는 ‘복을 받아 누리게 된다는 말씀’ 등으로 잘못 해석하고 적용해 왔다. 그리하여 그들은 하나님께 간구한 후에 선교지에 가서 복음을 전하면, 온 세상이 구원을 받고 복을 받아 누리며 천국이 실현될 것처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 말씀은 선교나 복 받음을 위한 메시지가 아니다. 이를테면 “네가 철장으로 그들을 깨뜨림이여(9절)”라는 말씀은 결코 선교활동이나 복 받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말씀은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우실 ‘천년왕국’과 관련이 있으며, 복음을 통한 세상의 구원이 아니라, 만왕의 왕이신 ‘메시아의 통치’를 가리키는 것이다.

성경을 해석함에 있어서, 어느 한 구절만 골라 뽑아서 문맥과 상관없이 해석하고 적용하게 되면 전혀 다른 의미가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성경 말씀을 읽을 때는, 그 말씀이 어느 시대, 누구를 향해, 어떤 목적으로 하신 말씀인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작정 읽고 자의적으로 해석하게 되면, 본문과는 동떨어진 해석을 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기본적으로 문맥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읽어야 한다.

또한, 성경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성경 본문의 앞뒤 문맥과 책 전체의 문맥을 고려해서 해독하는 것이 좋다. 앞에서 성경 본문과 관련하여 잘못 해석하고 적용한 사례들에서 살펴봤듯이, 대부분의 잘못된 해석은 전체 문맥을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생겨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점을 유의하면서 성경을 마주 대하고 해석하고 적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개인이나 단체가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 구덩이에 빠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많은 기독교 이단과 사이비들이 성경 본문의 본래의 뜻을 왜곡하고 해석하여 적용함으로써, 그 집단에 속한 신도들이 모두 다 멸망의 구렁텅이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성경 독자들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권영문 / 전 경성대 교직원, 현 기독교 칼럼니스트 / 「성경 번역과 해석 올바른 설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