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에 놓인 신앙적 고민

<100년 논쟁, 무엇을 먹을 것인가>, 헨리 S. 솔트, 서경주, 다슬기, 2020

2월 22일은 사순절을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이다. 이 날부터 기독교 내에서는 신앙적 열심과 결심에 따라 금식을 시작한다. 하루 한끼 이상 또는 자신이 즐기는 기호식품을 끊으면서 주님의 고난에 조금이라도 동참하려고 한다. 

사순절이 다가오면 카니발이란 풍습을 방송을 통해 본다. 카니발은 라틴어의 ‘카르네 발레(carne vale, 살코기여, 잘 있거라)’ 또는 ‘카르넴 레바레(carnem levare, 육식 금지)’가 어원이라고 한다. 그리스도의 고난을 기억하며 육식을 금하기 전 3일에서 7일간 마음껏 먹고 마시는 시간이다. 

기후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많은 이들이 지구기온을 높이는 온실가스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온실가스의 대부분이 이산화탄소이지만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수 십 배(학자에 따라 50~70배)가 넘는 온실효과를 낸다. 메탄가스는 소의 트림과 방귀, 배설물의 부패과정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이들은 대규모 축산과 육식을 반대하는 운동을 펼친다.

사순절을 준비하며 육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려고 헨리 S. 솔트(1851-1939)의 <100년 논쟁,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펼쳤다. 솔트는 ‘채식주의’라는 용어를 처름 만든 영국 <채식주의자협회>의 회원으로 활동하였고 “동물들의 복지가 아니라 사회의 진보라는 관점에서 동물과 인간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모든 생명에 대해 인도주의적 유대감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며 동물의 권리를 처음 주장하였다.

오늘날 채식주의자들의 범주는 다양하지만 이 책에서는 채식주의자를 ‘고기를 먹지 않으면서 달걀, 우유, 치즈 같은 동물성 식품은 허용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라고 정의한다. 완전 채식인 비건 보다 온건한 락토오보다. 

채식주의의 존재 이유와 목적은 무엇일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채식주의는 엄격한 공식이 아니다. 대신 고기를 먹는 관습에는 심각한 해악이 내재한다는 본능적 느낌에 의해 촉발되고, 이성과 경험에 의해 확인된 신념에 근거를 두고 있다. 고기에 대한 혐오는 화학적인 방응이 아니라 도덕적, 사회적, 위생적 반응이다. 우리의 탐욕적 식습관이 동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가할 뿐만 아니라 인류의 건강과 윤리에도 큰 해악을 미친다고 생각하여 육식의 점진적 중단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가 이 책을 쓴 당시의 도축과 유통과정은 그리 위생적이지 않아 지금과 동일시 하기는 어렵지만 도덕적, 사회적이란 지적은 여전하다. 탐식을 채울 목적으로만 동물을 사육하는 문제, 그리고 사육장의 환경과 도축과정을 우리가 목도한다면 그 폭력에 ‘이렇게까지 해서 동물의 살을 먹어야 하나’라고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동물을 살육하는 노동자들의 정서적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그런 측면에서 육식은 도덕적, 사회적 문제점을 피하기 어렵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공정무역이란 단어가 등장했었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얼마나 많은 커피농장의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있는지를 공정무역은 알려주었다. 공정무역은 우리에게 윤리적 질문을 커피 한 잔 속에 녹여냈고 이를 통해 노동자들의 착취를 막았다. 이런 측면에서 솔트는 육식이란 선택적 관습에 윤리적 문제를, 그리스도인에게는 신앙적 질문을 제기한다.

“자연계에는 경쟁의 법칙과 상호협력의 법칙, 두 가지 원리가 작동한다. 육식 동물과 비육식 동물, 포식자 집단과 사회적 집단이 있는데 중요한 문제는 인간이 어디에 속하느냐는 것이다. (중략) 신체적 구조나 인정 많은 본능 등을 고려할 때 인간은 서로 잡아먹는 종이 아니라 서로 협력하는 종이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 인간은 자연에 순응하는 대신 자신을 ‘맹수’로 설정해 자연에 가장 큰 해악을 끼치고 있다.”

기후위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기후정의란 윤리가 대두되고 있다. 그와 더불어 기후위기의 중심에 있는 채식과 육식의 논쟁에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는 어디로 흐르고 있을까? 

이원영 목사(예장통합총회농촌선교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