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 복음’인가, ‘천국 복음’인가?

19세기 미국에서 시작된 ‘여호와의 증인’은 기독교의 이단 종파 중의 하나다. 우리나라에는 1912년 홀리스트 선교사의 문서전도 사역으로 시작되었다. 현재 이 종파의 모임은 국내에 약 1,400개 있으며 인원수는 약 10만 명이다. 이들이 사용하는 성경은 ‘한글개역성경’과 자기들에게 유리하도록 번역한 ‘신세계역 성경’을 별도로 쓰고 있다. 이들은 일반 기독교회는 잘못된 교회라고 부정하고 자기네 교회인 ‘왕국회관’만이 참된 교회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왕국회관’이란 자신들의 ‘모임처’를 말한다. 이들은 가까운 장래에 세상 종말이 올 것을 믿으며, 자신들은 여호와 왕국의 내용을 증언할 사명을 가진 자들이라 여긴다.

이들은 ‘왕국’이란 용어를 즐겨 사용하는데, 이로 인해 한국 개신교에서는 ‘왕국’하면 ‘여호와의 증인’을 연상할 정도이다. 예전부터 여호와의 증인들은 ‘병역’과 ‘수혈’을 거부하는 집단으로 여겨져 기독교인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여호와의 증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왕국’이란 용어 자체는 비성경적인 용어가 아니라 성경적인 용어라 할 수 있다. 왕국은 헬라어로는 βασιλεια(바실레이아, 왕국)이며, 영어로는 kingdom(킹덤, 왕국)이다. 모든 헬라어사전에도 바실레이아는 ‘왕국’으로 번역되었으며, kingdom(킹덤)도 모든 영어사전에 ‘왕국’으로 번역되어 있다. 따라서 모든 한글 성경들도 이것을 ‘왕국’으로 번역하는 것이 올바른 번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글 성경 번역자들은 성경적인 용어인 ‘왕국’에 대한 몰이해와 무지 그리고 여호와의 증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영향 등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신약성경에 162번이나 나오는 성경적인 용어인 ‘왕국’이란 단어를 ‘천국’ 혹은 ‘하늘 나라’ 등으로 잘못 번역하였다. 그러나 국내의 올바른 성경 번역자들은 ‘헬라어성경’과 ‘영어 성경들’을 참고하여, ‘왕국’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천국’과 ‘하늘 나라’의 번역이 오역임을 인지하고, ‘왕국’으로 옳게 번역하였다. 아래 부분에 올바로 번역된 성경들과 잘못된 번역된 성경들에 대해 별도로 설명해 놓았다.

일반적으로 구약성경의 전체적인 주제는, 메시아가 유대 땅에 오셔서 다윗의 왕좌에 앉아 ‘메시아 왕국’을 건설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초림 때에 이 ‘왕국의 건설’을 위해 메시아로서 유대 땅에 왕으로 오셨다. 그래서 예수님은 공생애를 시작할 때에 유대인들에게 “회개하라 하늘의 왕국이 가까이 왔느니라(마4:17)”고 말씀하시며, 왕국 복음을 계속 전했으나 그 백성들은 예수님을 메시아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결과 이스라엘은 A.D. 70년에 로마에 의해 멸망당하였고, 메시아 왕국의 건설은 예수님의 재림 때로 연기되었으며, 지금은 신약의 교회시대를 보내고 있다.

이 신약의 교회시대가 끝나면, 예수님의 공중재림으로 말미암아 이 땅의 구원받은 교회 성도들은 공중으로 휴거된다. 이후에 7년 환난기가 시작되는데, 이 7년 환난기 동안 이전에 연기되었던 ‘왕국 복음’이 다시 선택받은 십사만 사천 명의 유대인들에 의해 전해지게 된다. 이 왕국 복음은 메시아이신 예수님이 만왕의 왕으로서 다스릴 왕국을 말한다. 이 7년 환난기가 끝나면 예수님이 지상재림 하면서 천년왕국이 시작된다. 요한계시록 20장에는 ‘천 년’이라는 단어가 6번 나오는데, 이 천년왕국은 20장에 기록된 대로 이 땅에서 1000년 동안 지속되는 그리스도의 왕국이다. 그런데 이 ‘왕국 복음’이 한글 성경들에는 ‘천국 복음’이나 ‘하늘 나라의 복음’ 등으로 오역되어 성경 독자들로 하여금 혼란을 초래하게 했다. 여기서는 이와 관련된 여러 사항들을 살펴보자.

- 신약성경 마태복음 24장 14절을 올바로 번역한 성경들은 다음과 같다.

                                               - 다 음 -

(헬라어직역신약성경) 이 왕국의 복음이 모든 민족들에게 증거되기 위하여 온 세상에 증거되리니 그리하여 그때에 끝이 오리라

(존넬슨다비성경) 왕국의 이런 기쁜 소식들이 모든 민족들에게 증거되기 위하여 사람들이 거주하는 땅 전체에 전파되리니

(원문에 충실한 신약성경) 이 왕국의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증언되기 위하여 전 세계에 전파될 것이다.

(한글킹제임스성경,이송오) 이 왕국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증거되기 위하여 온 세상에 전파

(한글킹제임스흠정역성경,정동수) 왕국의 이 복음이 모든 민족들에게 증언되기 위해 온 세상

(KJV완역한글판성경,서달석) 이 왕국의 복음이 모든 민족들에게 증거되기 위하여 온 세상에

(공인역직역본한영대역성경,이일배) 그 왕국의 이 복음이 모든 민족들에게 어떤 증거로

(흠정역한글성경) 이 왕국의 복음이 모든 민족들에게 증언되기 위해 온 세상에 선포되리니

(흠정역영어성경) And this gospel of the kingdom(왕국의 복음) shall be preached

(NASV미국표준역성경) This gospel of the kingdom(왕국의 복음) shall be preached

(NIV신국제역본 영어성경) And this gospel of the kingdom(왕국의 복음) will be

(독일어루터성경) wird gepredigt werden das Evangelium vom Reich(왕국의 복음)

(헬라어원어성경 공인본문) … τουτο το ευαγγελιον της βασιλειας (왕국의 복음)

마태복음 24장 3절 이후부터 예수님의 지상재림에 대해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직접 그 내용을 알려주셨다. 마24:3-14은 7년 환난기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마24:15-28은 환난기의 후반부에 일어날 사건들에 관한 내용이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그런데 많은 개신교 목사들이 마태복음 24장에 나오는 말세의 징조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 내용을 신약 교회의 교인들에게 적용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말하자면 마24:3 이후의 말씀들은, 교회가 휴거된 이후에 일어나는 내용들이다. 그런데 무지한 목사들이 이것을 신약 교회에 적용하다 보니, 환난 중 휴거설과 환난 후 휴거설 그리고 부분 휴거설 등의 여러 교리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마24장의 내용은 교회의 휴거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

위의 본문에 나오는 ‘왕국의 복음’은, 다윗의 자손이신 예수님께서 직접 통치하실 ‘지상 왕국’을 건설할 것을 알리는 좋은 소식이다. 성경에서 이 복음은 두 번 선포되었다. 처음에는 침례자 요한이 선포했고(마3:2), 다음으로는 예수님이 공생애를 시작하실 때 “회개하라 ‘하늘의 왕국’이 가까이 왔느니라.”라고 예수님께서 직접 선포하셨다(마4:17). 그렇지만 당시 유대인들은 왕으로 오신 예수님을 거절했기 때문에, 이 왕국은 먼 훗날로 연기되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교회시대가 끝나고 교회 성도들이 휴거된 이후에, 이 ‘왕국의 복음’은 다시 선포될 것이다. 본문(14절)이 바로 이에 해당되는 말씀이다. 즉 이 왕국의 복음은 다윗의 왕좌에 앉으실 왕으로 오실 예수님에 대한 소식을 모든 민족에게 전할 것을 위임받을 십사만 사천 명의 유대인들이 선포할 것이다(계7:4).

- 다음 성경들은 마24:14의 ‘왕국의 복음’을 ‘천국 복음’이나 ‘하늘 나라의 복음’ 등으로 오역한 성경들이다.

                                             - 다 음 -

(한글개역성경) 이 천국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증거되기 위하여 온 세상에 전파되리니 …

(한글개역개정성경) 천국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증언되기 위하여 온 세상에 전파되리니

(현대인의성경) 이 하늘 나라의 기쁜 소식이 온 세계에 전파되어 모든 민족에게 증거가 …

(공동번역성서) 이 하늘 나라의 복음이 온 세상에 전파되어 모든 백성에게 밝히 알려질 …

(대부분의 한글성경) 이 하늘 나라의 복음이 온 세상에 선포되어 모든 민족들이

(중국어성경) 这 天 国 的 福 音(이 천국 복음) 要 传 遍 天 下

(일본어성경) この 御國の 福音(이 나라의 복음)は 全世界に 宣べ 傳えられて，

- 위의 성경들은 ‘왕국의 복음’을 ‘천국 복음’이나 ‘하늘 나라의 복음’ 등으로 잘못 번역하였다.

위의 성경 번역자들은 대부분, ‘왕국의 복음’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알지 못해, ‘천국 복음’이나 ‘하늘 나라의 복음’ 등으로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또 그들은 위와 같이 잘못 번역된 ‘중국어성경’이나 ‘일본어성경’을 모방하여 ‘천국 복음’ 혹은 ‘하늘 나라의 복음’으로 번역한 것이다. 만약 이들이 왕국의 복음이 무슨 의미인지 제대로 알았더라면 헬라어원어성경에 나오는 왕국의 복음, 곧 ευαγγελιον(유앙겔리온, 복음) της βασιλειας(바실레이아스, 왕국)을 영어 성경들처럼 ‘왕국의 복음’으로 올바로 번역했을 것이다.

복음이란 좋은 소식이란 뜻이다. 성경에 복음이란 단어가 76번 나오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단어들이 모두 같은 의미를 갖고 있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 성경에는 크게 4종류의 복음이 나온다. 즉 왕국의 복음(마24:14),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행20:24), 영광스러운 복음(고후4:4, 딤전1:11), 영존하는 복음(계14:6) 등이다. 사람들은 이 복음들이 모두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를테면, ‘왕국의 복음’은 예수님이 이 땅에 지상 왕국을 세우신다는 좋은 소식이다.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은 예수님이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사실을 믿는 자는 누구나 구원을 받는다는 좋은 소식이다. ‘영광스러운 복음’은 예수님의 지상재림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좋은 소식이다. ‘영존하는 복음’은 요한계시록에서 한 천사가 선포하는 복음인데, 곧 적그리스도와 그의 추종자들이 멸망으로 끝날 것을 알려주는 좋은 소식을 말한다.

한국 개신교의 대부분의 목사들은 신약시대의 ‘은혜의 복음’과 7년 환난기에 온 세상에 선포될 ‘왕국의 복음’의 차이점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본문에 나오는 복음도 신약시대의 은혜의 복음이라고 생각하여, 이 복음이 온 세상에 전파되면 예수님이 재림하신다고 엉터리로 가르쳐 왔다. 그리하여 국내의 많은 선교 단체들은 “우리가 미전도종족들(이슬람, 불교, 힌두교, 샤마니즘 등)의 지역에까지 복음을 다 전해야 예수님이 재림하신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또 “우리가 예수님의 재림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교인들을 닦달하며 부추겨 왔다.

특히, 인터콥 선교단체에서는 미전도종족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 최전방 개척선교를 목적으로 예수님의 지상명령을 수행하는데 전력투구해 왔다. 인터콥 선교단체의 설립자인 최바울 선교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규모 집회를 통해 마24:14을 언급하며 ‘천국 복음을 땅 끝까지 전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 역시 ‘은혜의 복음’과 ‘왕국의 복음’을 분간하지 못하는 가운데 엉터리 설교를 해왔는데, 그 원인은 무엇보다 상술한 것처럼, 한글 성경들이 ‘왕국 복음’을 ‘천국 복음’으로 잘못 번역한 것이 그 원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이 ‘왕국복음’은 신약시대의 선교 단체들이 전하는 것이 아니라, 7년 환난기 때 십사만 사천 명의 유대인들이 선포하는 것이다(계7:4).

오늘날 국내 기독교계에서는 수많은 목사들이 ‘왕국 복음’과 ‘천국 복음’을 분간하지 못해 교인들로 하여금 혼란을 야기시켜 왔다. 이와 같은 근본 원인은, 그들이 성경 말씀을 올바로 분간하지 못해서 생겨난 문제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이스라엘 민족에게 해당하는 신‧구약성경의 말씀들을 신약의 교회시대의 신자들에게 적용하고, 또 성경 말씀을 문자적으로나 시대적으로 제대로 구분하여 해석하지 않고, 영적으로나 자의적으로 잘못 해석하고 적용함으로 나타난 결과이다. 그리고 한글 성경들 대부분이, 헬라어성경과 영어 성경들에 기록된 ‘왕국 복음’에 대한 무지와 이해 부족으로 인해, 이것을 ‘천국 복음’으로 오역하여 본문이 의도하는 바를 전혀 깨닫지 못한 것도 그 원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영적으로 깨어 있는 성도들은 본문에 대한 올바른 분별력을 상실한 그릇된 목사들의 엉터리 설교에 속지 말고, 본문을 올바로 번역한 성경들의 진의를 제대로 파악하고 인식하고 분별해야 할 것이다.

권영문 / 전 경성대 교직원, 현 기독교 칼럼니스트 / 「성경 번역과 해석 올바른 설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