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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지방회(이종만감리사.봉재교회)가 지난 8일(수) 11시 역리교회(최정민목사)에서 한일장신대학교 이승갑 교수(역사신학/교리학)를 강사로 초청해 9번째 “독서와 세미나가 있는 교역자회의”를 진행했다.
이교수는 장로교신학대학교(학부.신대원.대학원), 프린스턴.예일.드루대학교(Ph.D)에서 역사신학을 공부한 후 현재 한일장신대학교 역사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2023년 아산지방회 2월교역자회의와 겸한 이번 세미나에 최정민 목사(역리교회)의 사회로 양희열 목사(둔포교회/부담임)가 기도를, 김종호 목사(아산교회)가 축도했다. 이종만 감리사가 이승갑 교수를 소개하고 강의가 시작됐다.
이날 이 교수는 “돈 톨슨(Don Thorsen)의 『웨슬리 vs 칼빈』(도서출판kmc)”을 제목으로 장로교 칼빈의 입장에서 감리교 존웨슬리를 재 평가하는 강의를 헸다. 이교수가 전한 강의 전문을 아래에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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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최정민 목사(역리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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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도: 양희열 목사(둔포교회/부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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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사: 이승갑 교수(한일장신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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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도: 김종호 목사(아산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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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사: 이승갑 교수(한일장신대) |
돈 톨슨(Don Thorsen)의 『웨슬리 vs 칼빈』, 어떻게 읽을까?
“본서는 웨슬리와 칼빈의 공통성과 차이성을 쉽고 명료하게 그려준다. 그러면서도 칼빈 신학의 약점을 놓치지 않고 (동시에) 웨슬리 신학의 강점을 도드라지게 드러낸다.”(협성대 이찬석 교수) 확실히 저자(Don Thorsen)의 생각과 판단은 웨슬리에게로 기울어져 있다. 하지만 칼빈의 삶과 신학을 비판만 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이 가진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면서 웨슬리 신학과 비교하여 기술한다. 각 주제마다 칼빈의 입장을 먼저 살피고 웨슬리의 관점을 논한 후에 둘을 비교하여 차이점들을 지적하고 종국에는 두 사람 각자의 믿음과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함축된 의미들을 이끌어 내는, 사실상 매우 균형잡힌 그리고 건설적 방식의 접근이다. 칼빈의 신학을 깎아 내리기보다 그것의 장점을 수용하면서 웨슬리 신학의 강점을 더 확대하고 심화시켜 나가길 원하는 웨슬리의 후예들에게 본서는 결정적인 안내서임에 틀림없다.(이찬석 교수) 아울러 칼빈주의 “5대 강령”(소위 TULIP)에 맞춰 웨슬리의 신학적 특징을 정리한 “5대 대안”(부록)은 칼빈의 신학이 지닌 이론적, 신학적 정합성을 넘어서는 웨슬리 신학의 현실적 합리성과 적절성을 보여주는 저자 나름의 시도이자 이 분야에서의 기여이다. 또한 신학수업에 있어서 감리교 전통(에즈베리, 드루)과 장로교 전통(프린스톤)에 모두 몸담았다는 점 또한 저자의 에큐메니칼적 성향을 설명해 주는 사항이라는 평가 또한 귀담아 둘 필요가 있다.
저자에 따르면, 칼빈에 비교될 때 웨슬리의 명백한 차이는 무엇보다 “이론 vs 실천”의 문제에 있다.
즉 칼빈이 기독교의 발전에 심대하게 기여한 게 사실이지만, 성경에 기술된 신앙, 가치, 그리고 실천을 개념화하고 발전시킴에 있어, 나아가 그것들을 그리스도인의 삶에 적용시킴에 있어서는 웨슬리가 칼빈보다 우월하다는 것이다. 저자가 볼 때, 웨슬리가 설명하는 기독교와 그리스도인의 생활이 본래적인 그리스도인의 삶에 더 가깝다. 웨슬리 전통 밖에 있는 그리스도인들조차도 자기 교파의 신학적 입장보다 웨슬리가 전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에 더 가깝고, 칼빈의 신학을 추종하는 사람들조차도 실제로는 웨슬리의 가르침과 설교, 목회에 더 가까운 삶을 살고 있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한 마디로 칼빈의 성격이 이론에 강하게 치우쳐 있는 반면 웨슬리의 강조는 실천에 있는데, 즉 웨슬리는 이론보다 실천에 강하다. 웨슬리는 자신의 신학을 하나의 신학 체계로 발전시키지 않았지만 잘 준비된 신학을 가졌고 그 신학을 삶으로 살았다. 반면 저자의 관점에서 볼 때, 칼빈 신학의 이론적 강점은 그 자체가 약점이다. 삶에서 신앙과 가치의 상호연관성은 논리적으로, 하나의 체계로 정립된 최상의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직신학적 설명은 도리어 기독교를 지나치게 편협하게 보이게 하고, 체계적 신학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신학적 명제를 증명하는 데만 과도하게 노력하며, 자신들의 신앙과 가치는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신앙과 가치를 비난하고 오류라고 간주한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다양한 형태의 신앙과 가치, 실천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부정하고, 이성적인 정당성이나 부당성, 혹은 합리적 설명에 근거한 일치나 모순에 지나치게 집중하면서 성령에 이끌리는 생명의 차원을 너무 자주 놓치는 우를 범하고, 무엇보다 그리스도인의 삶의 역동성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웨슬리는 사람들이 삶 가운데서 직면한 실제적 도전들을 깊이 이해하고, 상황에 응답하는 효과적인 지도력을 보여준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이성의 능력, 논리적 사고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성이 믿음, 소망, 사랑보다 높은 가치로 여겨져서는 안 되고, 오히려 기독교의 모든 신비와 역설을 포함해서 기독교의 복잡성을 탐구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요구된다. 그런 의미에서 웨슬리의 신학은 조직신학적 범주에서 볼 때 항상 정확한 기술은 아니었지만 성경적 기독교에 대한 실천적이고 종합적인 이해의 노력이며, 실존적 의의와 적합성을 성취한 것으로, 바로 이 점이 칼빈의 “이론적, 신학적 정합성”을 넘어서는 웨슬리의 “현실적 정합성”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웨슬리와 칼빈을 비교하면 차이보다 일치의 영역들이 더 많다.
성경에 근거한 기독교의 유산을 인정하는 것, 초대교회의 신조들과 중요 교부들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 초대교회 신조와 교부들의 문서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 것, 종교개혁과 개신교 전통 안에서 회복된 기독교 안에 있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반면에 웨슬리와 칼빈이 보여주는 차이 또한 분명한데, 저자는 그 차이를 ‘하나님’, ‘성경’, ‘인간’, ‘은혜’, ‘구원’, ‘영성’, ‘교회’, ‘사역’ 등 여덟 가지 영역들로 설명한다. 여기서는 “하나님과 인간” “은혜와 구원”이라는 두 개의 주제로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하나님과 인간”
웨슬리에게 하나님은 통치보다 사랑이다. 웨슬리와 칼빈 모두 하나님의 통치와 능력, 위엄을 믿었지만, 칼빈이 모든 일들이 하나님의 뜻 안에 있으며 사람은 그 모든 일들을 통해 하나님께 찬양과 감사를 돌려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면, 웨슬리는 자유를 훈련하는 인간을 위해 하나님이 거룩한 능력을 스스로 제한하기에 인간은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구원을 받아들이고 하나님을 사랑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칼빈은 하나님의 통치를 지나치게 강조하였으나 인간의 자유를 제한시킴으로 그것을 하찮은 것이나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기게 하는 잘못을 범했다고 볼 수 있지만, 반면 웨슬리에게 자유는 허상이 아니며 그리스도인들은 은혜로 주어진 자유로 인하여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것처럼 또한 하나님을 사랑하게 된다. 인간은 예정 안에 있기보다 자유의 존재이다. 칼빈에 따르면, 인간의 삶에 대해 하나님의 뜻은 강력하여 인간은 하나님께 무조건 의존해야 하기에 하나님의 관리 밖에서는 생명이나 구원이 일어날 수 없다. 반면 웨슬리의 관점에서 인간은 그 자유로 인해 하나님과의 역동적 관계성 안에 있다. 구원 또한, 칼빈에게 구원을 가능하게 하는 원인은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에게 있다면, 웨슬리는 구원을 보다 관계적으로 생각하였다.
“은혜와 구원”
칼빈에 따르면, 하나님의 은혜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Irresistable Grace). 반면 웨슬리에게 은혜는 불가항력(Irresitable)의 것이기 보다 먼저 주어진 것이다. 즉 웨슬리에게 있어서 하나님의 은혜는 “선행 은총”으로 하나님은 사람들의 삶에 선행하는 은혜를 역사하게 하여 그들이 하나님을 사랑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가능하게 하신다. 그러한 은혜는 하나님의 주권을 약화시키지도 않고, 능력을 주는 성령의 사역에서 사람들을 멀어지게 하지도 않는다. 또한 웨슬리에게 있어서 구원은 제한적(Limited)이기보다 무제한적이다. 즉 구원관에 있어서 칼빈과 웨슬리의 의미심장한 차이점이 존재하는데, 칼빈이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보편성을 분명하게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한적 대속(Limited Atonement)의 교리를 암시하였다는 것도 사실이라면, 반면 웨슬리는 인류에 대한 보편적 구속을 주장했다.
그렇다면 “웨슬리 vs 칼빈”의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신학은 진공 속에서 행해지지 않았고, 그럴 수도 없다.(Christian theology has never been done, nor can it be done in a vacuum) 신학은 문화, 인류의 갈등들과 성공들, 그리고 실패들에 의해 영향 받고, 그래야만 한다. 이것은 신학자들이 시대적 환경에 의해 영향 받는다는 의미이다. 신학은 만들어진 산물이며,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신학은 진화하고 발전한다. 신학이란 한 마디로 영적 삶과 경험에 대한 숙고이지만, 크게 보면 교회와 사회 안에서 민감하게 감지되는 주제들에 반응함으로써 발전한다. 새로운 신학이 태동하는 이유는 기존의 신학이 그 시대정신에 합당한 사상이나 내용을 매개해 주지 못한다는 데서 기인하고, 따라서 과거의 그 어떤 신학사조는 지나간 시대의 산물로서 그 나름의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해방신학이라고 하는 신학 역시 기존의 신학이라는 이름 앞에 해방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나오면서, 기존 신학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칼빈은 그의 과제가 고해성사, 면죄(벌)부, 연옥 등과 같은 가톨릭의 뿌리깊은 비성경적 관행을 제거하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1세대 종교개혁자인 루터와 문제의식을 공유하였고, 비록 성만찬을 둘러싼 루터와 츠빙글리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는 입장이었음에도 죄와 구원 등 문제들에서 루터와 입장을 같이하였다. 따라서 돈 톨슨이 말하고 있듯이, 칼빈이 이중예정이나 제한적 대속 교리를 주장한 것이 아니라 비록 명시적 교리가 아니었더라도 그의 후예들이 예수의 대속 사역을 제한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교리들을 받아들이고 발전시킨 것이다. 웨슬리의 경우를 보면, 그의 신학에 특징적인 ‘선행 은총’은 칼빈 보다 약 200년이 지난 대각성운동시대의 사람으로 그가 성장한 영국교회 안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던 개념이었다. 칼빈은 가톨릭의 불순하고 비성서적 관행에 저항하는 것, 즉 권력들과 체제들, 마술적 제의들과 공적으로 얻는 불확실한 구원에 대한 가르침에 저항하여 오직 하나님의 지고하고 영원한 의지만을 선포하는 것이 자신의 운명이었으나, 웨슬리의 과제는 수백년에 걸친 영국 종교개혁과 전쟁, 혁명의 상처를 치유하고, 교회의 분열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 그리고 동시에 독립 후 피폐해진 영적 상황에 대한 복음주의적 대응인 대각성운동에 부응하는 것이었다. 대략 이런 배경으로 볼 때 저자가 웨슬리의 신학을 설명함에 있어 금욕보다는 경건의 영성, 정죄보다는 일치의 교회관, 사역을 치리보다는 격려로 보고 있는 것 또한 설득력 있는 것으로 이해 가능하다.
한편 칼빈, 칼빈주의, 그리고 개혁교회 전통은 구분되어야 한다.
칼빈이 “개혁교회 전통”을 소위 “칼빈주의”로 불리게 하였지만 오늘날 칼빈주의라는 말은 몇 가지 이유에서 잘못된 호칭이라고 말해진다. 먼저 칼빈은 결코 “칼빈주의”의 기초자가 아니었다. 어떤 한 사람이 개혁교회 전통을 세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칼빈주의자로 불리는 16, 17세기의 다수의 사상가들이 자신들을 칼빈의 추종자로 간주하지 않았다. 또한 칼빈 자신조차도 칼빈주의자로 간주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도 계속되어 왔다. 칼빈이 이중예정, 또는 제한적 대속의 교리를 주장한 것이 아니라 그의 후예들이 그런 인상을 주는 교리들을 받아들이고 발전시킨 것이라고 볼 때, 개혁교회 전통은 어떤 하나의 신학자의 작업 속에 갇혀 있지 않다. 각 시대마다 당대의 개혁신학이 있어 왔고, 그런 의미에서 개혁교회 전통은 오늘의 개혁교회의 삶과 개혁신학으로 계승되고 있고 또한 그래야 하는 것이다. 개혁신학, 설사 칼빈주의라 할지라도 16세기 종교개혁 시기의 어느 특정한 신학자의 신학으로 한정하는 것은 협소한 이해이며, 모든 시대의 개혁신학이란 그 ‘본래의’ 16세기 신학을 잘 보존하고 계승하여 당대의 상황에 적용하는데 있는 것이라는 의견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슐라이어마허, 바르트, 몰트만 등의 신학자들은 모두 자신의 시대에 성실하게 응답하는 가운데 개혁신학의 전통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전통을 수립하는 데 공헌을 했다. 물론 이들의 신학은 그 시대의 제약과 더불어 그 신학자 개인들의 한계성 안에서 형성된 것들이기 때문에 후대의 관점에서 또한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다양성을 가진다는 것은 그 각자가 나름대로의 한계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모든 신학자들은 자신의 시대의 개혁신학자들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자유와 책임에 강조가 약화되어 있다고 평가받는 칼빈 신학의 윤리적 성격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종교성은 인간의 실제적 삶의 다양한 측면들에 결정적으로 관계되어 있다. 이런 의미에서 종교적 삶은 종교적 신앙의 결과(열매)이다. 따라서 종교적 의식은 신자들 각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결단하도록 도전할 수 있는 어떤 윤리적 동기들을 제공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교리와 삶이, 또는 종교와 도덕성이, 달리 말하면, 기독교 교의와 윤리가 서로 어디에서 어떻게 만나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웨슬리의 신학뿐만 아니라 칼빈의 신학 또한 나름대로 어떤 윤리적 함의들을 가지는지 토론하는 것은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신앙전통에 대한 해석과 삶을 연결시킴에 있어 웨슬리와 칼빈 모두 그들 나름의 다양한 길들을 제시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칼빈의 신학은 매우 윤리적 지향성(指向性)을 가진다는 사실은 학계에서 지배적인 의견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칼빈 신학에서 윤리적 측면을 간과하는 경향이 뿌리내려져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 대다수는 칼빈이 구원의 과정에서 행위의 역할을 중시하는 로마 가톨릭 전통을 반대한 주요 종교개혁자들의 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너무 성급하게 몰두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것은 유감스럽게도 개혁교회 전통의 한국의 장로교회들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장로교 목사이며, 신학교에서 개혁신학의 전통을 가르치는 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개혁신학의 윤리적 차원들을 발견하는데 매우 크고 지속적인 관심을 견지해 왔다.
결론적으로 말해, “웨슬리 vs 칼빈”의 논의에서 이신칭의(以信稱義)라는 종교개혁의 강력한 원칙의 영향을 받는 한국 개신교회는 칼빈 신학의 윤리적 함의들에 보다 더 많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상 정작 한국 교회들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그들이 교리상 보수적일 뿐만 아니라 현실의 삶에 관계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서, 즉 윤리적 경향성이 약하다는 사실에 있다. 한국 개신교회는 가톨릭교회와 비교할 때 자신들의 삶의 자리에서 제기되고 있는 사회적 이슈들에 충분히 적절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신학의 주된 관심을 하나님의 나라(the kingdom of God)로부터 이신칭의(justification by faith)의 원리로 옮김으로써 구원에 대한 개인주의적 해석으로 치우쳤고, 결과적으로 기독교적 삶의 윤리적 차원을 간과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그것은 복음을 기독교적 삶으로부터 사변적 철학으로 옮긴 것과 다름 아니며, 그것은 루터, 츠빙글리, 칼빈 등 종교개혁자들이 의도했던 바가 아니다. 중세의 스콜라주의나 17세기 정통주의, 즉 교리절대주의 시대가 그랬던 것처럼,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교리들의 단순한 고백이나 교리들의 체계화로 옮겨버린 것과도 같다. 오늘 우리의 신앙을 일깨우는 하나님의 나라 건설과 그리스도인의 책임적 삶은 그 현실적이고 체험적 삶에 있어서 은총의 선물이자 동시에 거룩한 과제이다. 은총(Grace)과 책임(Responsibility) 사이의 긴장을 유지하는 것, 즉 각자의 죄를 고백하고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교회와 신학의 갱신을 각자의 결단과 삶으로 이루어 나가는 것, 신앙을 은총의 주제이자 책임의 문제로 봄으로써 둘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종교개혁자들의 진정한 동기이자 관심이었고, 뿐만 아니라 종교개혁 전통 위에 서 있는 한국 개신교회와 그 성도들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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