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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오후 두어 시간!
황은경  |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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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년 02월 09일 (목) 00:56:19 [조회수 : 3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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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일은 정월 대보름이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정월 대보름 주간이면 교회에서 점심 식사로 여선교회가 오곡밥과 각종 나물을 대접하여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었었다. 그런데 이제 그런 행사는 몇 년 전 기억이 되어버렸고 이후로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교회 식사 공동체는 사라졌다.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어떤 교회들은 식사 공동체를 다시 세워나간다고 하지만 내가 소속된 농촌의 작은 교회는 아직 점심 식사를 엄두내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한참 사회적 거리 두기 강도가 심할 때 9시의 1부와 11시의 2부로 나눠 예배를 드렸던 시간이 여전히 완화되지 못하고 2부 예배로 나눠 드리고 있다. 한동안은 물론 앞으로도 몇 달은 1부를 드리는 교우와 2부를 드리는 교우가 서로 오작교의 견우와 직녀가 되는 경험을 해야 한다. 한때 2부 예배를 드리는 연세드신 권사님과 1부와 2부 사이의 막간 시간을 통해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 권사님 내외는 나의 손을 꼭 붙잡으시고 눈물까지 글썽이시며 반가움을 표현하셨다. 연로하시고 건강이 안 좋으신 상태셔서 반가움이 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종종 2부 예배에도 나오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그랬던 것이 어느새 3년이 되어가고 있다. 

내가 소속된 교회의 교우들은 대부분이 코로나 몸살을 앓고 지나갔다. 그런데 유일하게 아직 코로나 밖 청정지역에 서 있는 분이 있으니 바로 담임 목사님과 사모님이다. 목회자로서 코로나에 걸리면 교우들에게 민폐라는 투철한 사명을 띤 전사처럼 웬만해서는 외출을 자제하시고 설령 나간다 해도 마스크는 철저히 착용하며 움직이신다. 또한 군이나 정부에서 내놓는 방침을 잘 따를뿐더러 현재 마스크 해제임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마스크 착용에 앞장서고 계신다. 지난주 다른 교회에 예배 집례가 있어 참석을 못했지만, 이때 교회 광고로 비록 마스크 해제가 공식화 되었어도 당분간은 교회 예배는 1부와 2부로 계속 드릴 것이며 식사 공동체도 없을 것이라고 했단다. 사실 1부 예배를 드린 지 3년이 되어 가다 보니 처음의 어색함은 점차 익숙함으로 채워졌다. 또한 주일 아침 부산을 떨며 일찍 예배를 드리고 온 뒤의 오후 시간은 2부 11시 예배를 마치고 돌아온 오후 시간과는 느낌이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뭐랄까? 1부 예배 이후의 오후 시간은 마치 하루를 더 받은 느낌이다. 그때의 평온함과 편안함은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다가온다. 왜냐하면 그 시간에는 아무도 나를 찾거나 부르지 않기 때문이다. 평일에도 철저히 혼자 있는 시간이 다반사임에도 주일의 혼자 있는 시간은 더 경건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두어 시간의 안식이 줄어들 때면 아쉬움이 밀려온다. 

평온함과 편안함과 경건함이 배가 되는 주일 오후 두어 시간! 그렇다고 뭐 딱히 무언가를 하는 시간은 아니다. 조용하고 무료함 그 자체를 즐길 뿐이다. 멍하니 앉아 벽을 바라보거나 책의 문장 한 줄 읽거나 아니면 재미난 동영상 몇 컷 보거나 한라와 냥이들에게 간식을 주며 소통하거나 뒤안에 내리쬐는 햇살을 받으며 걸어보는 것 등 매우 소소하고 사소한 일로 채울 뿐이다. 그런데 그 사소하고 소소함이 가득한 시간이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고 여유있게 만든다. 간혹 이 두어 시간이 깨질 때가 있다. 한달에 두어 번 정도 주일 오후에 훈련원 모임이 있을 때인데 이때는 모임을 준비하느라 괜히 바빠진다. 같은 시간이나 확연히 다른 느낌으로 맞는 시간이다. 외적으로 같으나 내적으론 매우 다르다. 누구나 그렇듯이 쉬는 날은 온전히 쉬는 것이 좋은데, 세상살이가 늘 같을 수만은 없으니 어쩌다 놓치는 시간이라 해도 또 늘 놓치는 것은 아니니 스스로 위로를 할 수 밖에. 

지난 주일 정월 대보름을 맞기 전, 윗집에 사시는 사모님과 음성 오일장에 다녀왔다. 함께 장터 국밥과 순대를 점심으로 먹은 뒤 시장을 구경했다. 오래간만에 구경해보았다. 크지도 않은 장터여서 이쪽에서 저쪽까지는 천천히 걸어도 15분이면 족할 것이다. 그러나 이날은 정월 대보름에 먹을 잡곡과 나물을 사기로 하여 어디가 더 싸고 어디가 더 주는지 살피며 걸었다. 대보름날이 코 앞이라 장날의 물건은 잡곡과 나물이 대세였다. 그 덕에 오일장은 사람들도 넘쳐났고 분위기는 흥겨웠다. 사람들의 흥정에 따라가 사모님과 나도 나이가 꽤 있으신 할머니에게 잡곡을 샀다. 한 소쿠리에 오천원인데 한 소쿠리만 담아 주는가. 아니다. 거의 배는 덤으로 얹어 주셨다. 먼저 구입한 나물은 중년의 아저씨로부터 정가에 정량을 받았는데, 이럴줄 알았으면 나물도 할머니에게 살 걸 그랬다면서 살짝 아쉬워했으나 정월 대보름의 밥과 나물은 꿀맛이었다.  

이제 몇 주 후면 주일 두어 시간의 평온함은 잠시 내려놔야 할 것이다. 꽃피는 춘삼월이 다가오면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과 함께 농사 시작이기도 하다. 훈풍이 밀려오고 햇살이 따사롭게 내려올 때면 먼저 지난해 게으름을 피우다 거두지 못한 비닐을 거두는데 일념해야 한다. 비닐 거둘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허리가 욱씬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농사의 시작과 끝은 비닐을 씌우고 거두는 것과 같으니 3월 땡 하면 몸과 마음이 바빠지기 전에 이제 세 번도 채 남지 않은 주일 오후 두어 시간을 옹골차게 보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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