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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와 따뜻함 사이
황은경  |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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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년 01월 25일 (수) 23:39:34 [조회수 : 2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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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와 따뜻함 사이

지난 11월까지는 봄이 온 듯, 초가을로 다시 돌아간 듯한 포근함이 지속되어 다가오는 겨울이 너무 따뜻하지 않을까 괜한 걱정을 했었다. 이유는 그해 겨울이 따뜻하면 이듬해 농사에 지장이 있기 때문이다. 3년 전 겨울이었던가? 그해는 여느 겨울보다 따뜻해서 그 이듬해에 심한 병충해로 농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작년 겨울은 초반에만 반짝 추웠고, 내내 추위 걱정없이, 눈 걱정없이 겨울을 보냈다. 결국 봄 가뭄으로 고생하고, 4월 말 냉해로 고추 농사에 피해를 입었다. 이렇듯 겨울 날씨가 어떠냐에 따라 그 이듬해 농사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고, 따뜻한 겨울보다 추운 겨울이 농사에 도움을 준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작년 11월까지 소풍을 가도 될 만큼 하늘은 맑고 따뜻하여 올겨울도 따뜻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그런데 웬걸? 12월 들어서자마자 추위가 찾아왔다. 그것도 맹추위였다. 기온이 순식간에 영하로 곤두박질쳤다. 연탄 태워지는 속도가 빨라졌다. 그만큼 난방비 지출이 높아진다는 증거다. 

12월 내내 영하권에서 노닐다보니 이후 기온이 영상으로 잠시 올라왔을 때 몸에 걸친 옷이 무거웠다. 다시 봄타령을 한다. 바람의 기운이 따뜻하고, 코끝 공기가 가볍고, 뜰에 내려앉은 햇살이 따사로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추위로 바깥 출입을 멀리하던 한라와 냥이들이 죄다 밝은 빛 아래 모였다. 한라는 간만에 네다리를 쭈욱 뻗고 땅바닥에 누워 곤한 잠을 청했다. 냥이들은 삼삼오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졸음에 몸을 맡겼다. 말년 병장만큼이나 만고 땡이다. 이제 한 마리 남은 수탉도 개와 고양이 옆에서 햇살에 녹은 땅을 헤치며 무언가 열심히 쪼아대고 있었다. 잠시 오른 영상의 따스한 기온이 사람의 마음이건, 동물의 마음이건 모두에게 평화롭고 정겹고 편안함을 주었다. 스케치를 할 줄 아는 능력이 있었다면 좋았으련만, 그런 재능이 없어서 좀 아쉽다. 

설 연휴 내내 따뜻했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 농사에 도움을 준다고 하지만, 잠시나마 찾아온 따뜻함이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추위로 몸이 굳으면 움직이는 것이 싫은데, 이번 명절은 집도 따뜻했고, 바깥도 따뜻해서 현관문을 수시로 들락달락 하였다. 표면의 언 땅이 녹아 물이 배어 나왔다. 땅을 밟을 때마다 미끄럽고 질척거리긴 했어도 그 느낌조차 좋았다. 이럴 때 요긴한 것이 연탄재다. 열심히 날라다 깨뜨렸다. 연탄재가 땅의 수분을 흡수하면서 미끄럼과 질척거림을 막아주고, 곱게 으깨진 연탄재는 땅을 고르게 펴주기도 하고, 냥이들의 화장실로도 적절하게 쓰인다. 하우스 옆에 있는 밭을 바라보니 지난 12월 초에 마지막으로 콩을 수확하고 미처 걷지 못했던 비닐이 해져 보기 흉하게 남아있었다. 날씨가 따뜻하니 하다만 숙제를 해야 할 것 같은 충동이 일었다. 곧 밭에 가서 비닐을 벗겨보려 했지만 끄트머리만 벗겨질 뿐 속은 아직 한겨울이었다. 천상 완연한 봄이 와야 밀린 숙제를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이다. 

추위가 찾아왔다. 또 맹위를 떨친다. 그런데 더 춥게 느껴진다. 12월 한 달 영하 추위에 적응이 된 줄 알았는데 중간에 따스한 자유(?)를 잠시 누리고 다시 맞은 추위는 맵고 아리고 시렸다. 집도 춥고 바깥은 더 추웠다. 이번에는 바람까지 부는 통에 마음까지 춥게 만들었다. 난방비 폭탄이란 기삿거리가 흉흉하니 연탄이 활활 타오르는 것도, 기름보일러가 가동되는 것도 신경이 곤두섰다. 그래서 어제는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새는 단열을 잡았다.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 들어온다는 말처럼 시골집은 사방이 바늘구멍이라서 겨울이 오기 전 최대한 단열에 신경을 쓴다. 그래서 이 집에 이사 오기 전 한 번, 지난번 추위를 막느라 두 번 단열을 하였는데 여전히 모자란가 보다. 바람은 틈새 전략을 잘 이용했다. 미처 막지 못한 곳으로 이번에는 곱절로 들어왔다. 손과 얼굴을 이용하여 바람이 들어오는 곳을 살폈다. 그렇게 하여 임시방편으로 바늘구멍을 막았는데 한결 나아졌다. 나중에 귀농이건 귀촌이건 농촌에 내려와 집을 짓거들랑 절대 집을 크게 짓지 말아야 한다. 집은 작게 짓고 대신 창고를 두어 개 짓는 것이 농촌살이 하는데 더 좋다. 나도 나중에 이사할 집은 그런 집으로 했으면 좋겠다. ㅎㅎ

올겨울 이렇게 추우니 올 농사는 괜찮았으면 한다. 이 추위에 해충도 멀리 떠나면 좋겠고, 눈도 제법 왔었으니 봄 가뭄도 없었으면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농사를 지으려는 나의 의지가 훨훨 타올랐으면 한다. 아니, 타오르지 않아도 괜찮다. 때를 놓치지 않고 작물을 심고, 풀 뽑고, 관리하고 수확을 한다면 좋겠다. 조금 더 바란다면 농사를 같이 지을 동료가 생겼으면 하는데, 안되겠다. 이게 가장 어려운 바램이겠으니, 때를 놓치지 않되 무리하지 않고 하는 것으로 하자. 앞으로 추위와 따뜻함이 두어 번 반복되고 나면 아, 봄이 왔네!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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