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과 ‘영’을 분간 못하는 한심한 성경 번역자들

신약성경 요한복음 3장에 ‘거듭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이며, 한자로는 ‘중생(重生)’이며 영어로는 ‘born again’으로 표현한다. 우리말 국어사전에서 ‘거듭남’이란, “개신교에서, 영적(靈的)으로 새 사람이 됨을 이르는 말”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것은 성경적으로도 별 흠이 없는 올바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예수님은 요한복음 3장에서, 유대인의 종교 지도자인 니고데모에게 ‘거듭나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은 ‘육체적인 출생’이 아니라, ‘영적인 출생’을 가리킨 것이다(요3:4-6).

이처럼 거듭난다는 것은 영적인 출생으로, 각 개인에게 일어나는 개인적인 사건이다. 우리 각자는 성령님에 의해 거듭남으로써, 사탄의 권세로부터 벗어나 하나님의 나라로 옮겨진다(골1:13). 또한 우리는 새로운 창조물이 되어 새로운 영 안에서 의와 참된 거룩함으로 새 사람을 입게 된다(엡4:24). 예수님께서는, 사람이 하나님의 나라를 보거나 들어가려면 반드시 거듭나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경고하셨다(요3:3,5). 그러므로 사람에게 있어 거듭남의 문제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절대 필연의 중대한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요한복음 3:6에서 “사람이 육체적으로는 그의 부모로부터 태어나지만, 영적으로는 성령으로부터 태어난다.”고 했다(쉬운성경). 이와 관련하여 대부분의 성경들은 아래와 같이 ‘성령으로 난 것은 영이다.’라고 번역했지만, 일부 성경들은 이와는 달리 ‘영으로 난 것은 영이다.’라고 잘못 번역하였다. 여기서는 이 둘 중에 어떤 번역이 올바른 번역이며, 그 차이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 요한복음 3장 6절의 올바른 성경 번역들은 다음과 같다.

                                                 - 다 음 -

(새한글신약성경, 2021년) 육신으로부터 태어난 것은 육신이고, 성령님으로부터 태어난 것은 영입니다.

(한글개역성경) 육으로 난 것은 육이요 성령으로 난 것은 영이니

(현대인의성경) 육체에서 난 것은 육체이고 성령으로 난 것은 영이다.

(표준새번역성경) 육에서 난 것은 육이요, 영에서 난 것은 영이다.

(쉬운말성경) 육체에서 태어난 것은 육체이고, 성령에서 태어난 것은 영이요,

(우리말성경) 육체에서 난 것은 육체이고 성령으로 난 것은 영이다.

(쉬운성경) 사람이 육체적으로는 그의 부모로부터 태어나지만, 영적으로는 성령으로부터 태어난다.

(바른성경) 육으로 난 것은 육이고, 성령으로 난 것은 영이다.

(전수성경) 육으로 난 것은 육이요, 성령으로 난 것은 영이니

(공인 표준원문 직역성경) 육체에 의하여 태어나게 된 것은 육인즉 그리고 성령님에 의하여 태어나게 된 것은 영이니,

(원문성경) 육에서 태어난 것은 육이고 성령에서 태어난 것은 영이다.

(흠정역한글성경) 육에서 난 것은 육이요 성령에게서 난 것은 영이니

(흠정역영어성경) That which is born of the flesh is flesh; and that which is born of the Spirit(성령) is spirit. (육에서 난 것은 육이요 성령에게서 난 것은 영이다)

(NASV미국표준역성경) "That which is born of the flesh is flesh, and that which is born of the Spirit(성령) is spirit.

(NIV신국제역본 영어성경) Flesh gives birth to flesh, but the Spirit(성령) gives birth to spirit.

(헬라어원어성경 공인본문) το γεγεννημενον εκ της σαρκος σαρξ εστιν και το γεγεννημενον εκ του πνευματος πνευμα εστιν (육에서 난 것은 육이요 성령에게서 난 것은 영이다)

요한복음 3:1-21까지는, 예수님께서 유대인의 지도자인 니고데모에게 ‘거듭남’에 대해 가르치시는 내용이다. 본문(3:6)에서, 예수님은 “육으로 난 것은 육이요 성령으로 난 것은 영이다.”라고 했다. 이 말씀은 (쉬운성경)의 번역과 같이 “사람이 육체적으로는 그의 부모로부터 태어나지만, 영적으로는 성령으로부터 태어난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영적으로는 성령으로부터 태어난다.’고 했는데, 이 뜻은 ‘예수님을 믿음으로써 성령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영적 생명을 얻게 된다.’는 말씀이다. 여기서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사람이 각자가 자신이 죄인임을 깨닫고 예수님을 구원자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바로 이때, 성령 하나님께서 역사하셔서 개인의 죽어 있던 영이, 성령으로부터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이 구원의 복음을 듣고, 자신이 죄인임을 깨달아 회개하고, 예수님을 구원의 주로 믿고 받아들이면, 그 순간 성령이 믿는 자 안에 내주하며 영적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엡1:13에 “여러분은 그리스도 안에서 진리의 말씀, 곧 구원의 복음을 듣고 그리스도를 믿었으므로, 그에 대한 증표로 하나님께서는 약속하신 성령으로 여러분 각자를 도장 찍으셨다.”라고 했다. 이처럼 ‘새로운 영적 생명을 얻게 되는 것’을 ‘다시 태어난다(born again)’ 혹은 ‘거듭난다’라고 표현한다. 따라서 ‘거듭난 사람’은 ‘성령으로 난 사람’이다(8절). 그래서 요3:6에 ‘성령으로 난 것은 영이다’라고 했고, 요3:8에서도 “성령으로 난 사람도 다 그러하니라”라고, ‘성령으로 난 사람’이라고 반복적으로 강조하며 언급한 것이다.

성경에는 사람을 구성하는 3가지 요소로 ‘몸과 혼과 영’을 가진 존재로 언급하고 있다. 데살로니가전서 5:23에 “너희의 온 ‘영과 혼과 몸’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강림하실 때에 흠 없게 보전되기를 원하노라.”고 했다. 이와 같이 모든 사람은 몸과 혼과 영을 갖고 태어난다. 여기서 몸은 오감을 통하여 세상을 의식하고, 혼은 지성과 감정을 통하여 자기를 의식하고, 영은 계시를 통하여 하나님을 의식한다. 그런데 모든 사람은 인류의 조상인 아담의 죄로 말미암아 영이 죽은 상태로 태어나므로, 인간의 본성으로는 하나님을 의식할 수 없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요한복음 3장1-23절을 통해, 사람이 죽은 상태로 있던 영이, 성령에 의해 영적으로 다시 태어나야 하나님의 나라를 볼 수 있고(3:3), 또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신 것이다(3:5).

위에 예시한 성경들은 모두 다 ‘성령으로 난 것 영이다’라는 의미로 올바로 번역하였다. 그런데 다음 성경들은 상기의 성경들과는 다르게 잘못 번역되었다.

                                                 - 다 음 -

(한글개역개정성경) 육으로 난 것은 육이요 영으로 난 것은 영이니

(공동번역성서) 육에서 나온 것은 육이며 영에서 나온 것은 영이다.

(가톨릭성경) 육에서 태어난 것은 육이고 영에서 태어난 것은 영이다.

(중국어성경) 從肉身生的就是肉身(육신으로 태어난 것은 육신이고), 從靈生的就是靈(영으로 태어난 것은 영이다)

(일본어성경) 肉から 生まれたものは 肉である(육에서 태어난 것은 육이고), 靈から 生まれたものは 靈である(영에서 태어난 것은 영이다)

이 성경들은 ‘성령’이라고 번역하지 않고, 모두 ‘영’으로 번역하였다. 위에서 (한글개역개정성경,1998년)은 대한성서공회가 (한글개역성경,1961년)의 미흡한 부분들을 수정 보완하여 만든 성경이다. 그런데 당시 번역자들은 본문(요3:6)을 ‘성령’이 아닌, ‘영’으로 잘못 수정하며 번역하였다. 즉 ‘성령’을 ‘영’으로 바꾸어 번역한 것이다. 그들은 위와 같이 (공동번역성서)와 (중국어성경)과 (일본어성경)을 모방하여 ‘영’으로 잘못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 때문에 (개정성경)의 번역자들은 ‘성령’으로 번역하지 않고, ‘영’으로 바꾸어 번역했는지 그 이유에 대해 살펴보게 된다.

위의 성경들은 모두 다 ‘성령’으로 번역하지 않고 ‘영’으로 번역하였다고 했다. 요한복음 3장에서, 니고데모라는 사람은 바리새인이며 유대인의 지도자요(3:1), 이스라엘의 선생(3:10)이라고 했다. 오늘날로 치면, 그는 개신교 신학자나 교수나 목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예수님은 니고데모에게 “너는 이스라엘의 선생으로서 이러한 것들을 알지 못하느냐(3:10)”고 말씀했다. 이와 같이 오늘날에도 저명한 신학자나 교수나 목사들 가운데 성경 번역자로서 성경을 번역하는데 동참할 수 있지만, 이들 가운데 어떤 자들은 영적으로 거듭나지도 않은 채 번역 활동을 할 수도 있다. 아마도 이런 자들이 위와 같이 본문을 잘못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예시한 영어성경들은 모두 다 the Spirit(성령)으로 번역되어 있다. 영어 성경에서 성령은 대문자로 the Spirit(성령)이며, 영은 소문자로 spirit(영)이다. 그러므로 영어 성경 번역자들은 헬라어 원문을 번역하면서 문맥적으로 the Spirit(성령)과 spirit(영)을 제대로 구분하여 올바로 번역했지만, 상기의 번역자들은 이 차이점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고, 본문(3:6)을 오역한 것이다.

본문(요3:6)과 관련하여 (한글개역성경,1961년)의 번역자들은 ‘성령으로 난 것은 영이니’라고 올바로 번역해 놓았다. 그런데 (한글개역개정성경,1998년)의 번역자들은 (한글개역성경)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영으로 난 것은 영이니’라고 개악해 놓았다. 여기서 ‘개악’이란 ‘본래보다 더 나쁘게 고침’이란 뜻이다. 말하자면 이것은 성경 독자들로 하여금 어느 것이 맞는 번역인지에 대해 혼란을 초래하게 하였다. 하지만 올바른 영적 분별력을 가진 소수의 신자들은 (한글개역성경)의 번역이 옳은 번역임을 알고 있었다. 다행히 2021년 11월에 대한성서공회에서 새롭게 〈새한글신약성경〉이 발간되면서, 이 성경에는 ‘성령님으로부터 태어난 것은 영입니다.’라고 (한글개역개정성경,1998년)의 틀린 부분을 다시 바로 잡아 놓았다.

앞에서 일부 성경 번역자들이 본문(요3:6)을 잘못 번역해 놓았다고 했다. 물론 이런 번역자들 가운데 영적으로 거듭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성경을 번역할 당시, 영적인 상태가 좋지 않거나 실수로 인해 잘못 번역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은 일반도서나 참고도서와는 달리 신중에 신중을 기해 번역해야 하며, 사소한 실수라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기독교의 중요한 교리와 관련된 말씀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본문(요3:6)은 기독교의 중생(거듭남)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교리에 해당한다. 중생의 교리는 사람의 영원한 생명인 영생(永生)과 또한 영원한 형벌인 영벌(永罰)을 결정하는 중대한 구원 문제와도 결부된다. 그러므로 앞서 본문(요3:6)을 잘못 번역한 성경들 - 한글개역개정성경, 공동번역성서, 가톨릭성경 등 -은, 영(靈)을 성령(聖靈)으로 올바로 고쳐 놓아야 할 것이다.

권영문 / 전 경성대 교직원, 현 기독교 칼럼니스트 / 「성경 번역과 해석 올바른 설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