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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앞 명절을 앞두고
황은경  |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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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년 01월 19일 (목) 00:11:26 [조회수 : 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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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모레면 설 연휴 시작이다. 작년보다 일찍 찾아온지라 마음이 덩달아 바쁘게 느껴진다. 무엇인가 해야 하는데 도통 손에 잡히지 않은 것이 명절 맞이라 여기고 싶은 것이다. 사실 그렇지 않다. 해야 할 일을 잊거나 놓치고 지나가는 경우가 요즘 들어 종종 생긴다. 벼락치기로 일하는 경우가 허다해졌다. 그러다보니 마음 또한 부산스러워짐을 보는 것이다. 어느 날은 자신의 이런 모습에 내가 왜 그럴까? 찬찬히 살펴보기도 하였다. 근본적인 이유야 있지만 여기서는 그저 나이 탓으로, 명절 분위기 탓으로 돌리고 지나가련다. 

연휴를 앞두고 동생을 만나고 왔다. 지척에 살고 있음에도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핑계를 두며 어쩌다 얼굴을 보곤 하는데 이번에도 잠시 짬을 내어 보고 왔다. 이것으로 명절 만남을 대신하기로 했다. 간만에 점심을 먹었다. 새로 생긴 초밥 뷔페식당이었는데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니 사람들로 가득 찼다. 점심시간이 30여 분이나 지났음에도 넓은 식당 안이 사람들도 붐비니 간만에 음식점 분위기가 났다. 가족들도 보였고, 친구들도 보였고, 직장 동료들도 보였다. 사람들이 명절을 앞두고 기분을 내러 왔는가 싶었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초밥을 많이 먹으려고 아침부터 굶고 왔다. 웬걸! 두 접시 먹고 나니 땡이다. 야속했다. 지난번에 왔을 때만 해도 초밥 외 중식, 한식, 분식 등 한가지씩 덜어와 먹었는데 이번에는 고작 초밥 두 접시와 샐러드 한 접시 그리고 커피 한잔과 음료수 한잔으로 젓가락을 내려놨다. 과일은 한 조각도 먹지 못했다. 아쉬웠다. 더군다나 음식을 남기는 법이 없는 나이건만 이번에는 남겼다. 미안했다. 올해 한 살 머문다 할지라도 신체 움직임은 머물지 않으니 결국 오십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소화력이 점점 떨어지는 나의 위를 탓했다. 

시장을 들렀다. 고향 제천 시장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컸다. 사람도 많았다. 명절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학창 시절 시장을 지나 집으로 가는 길은 군침만 삼키게 했다. 호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기에 먹는 것이란 어쩌다 한번 핫도그나 빨간오뎅이었다. 그것도 친구들과 같이 갈 때나 사 먹지 혼자서는 부끄러워 먹지도 못했다. 그런 내가 지금은 혼밥은 기본이요, 주인장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것을 보면 세월이 주는 연륜은 피할 수 없다. 시장은 현대화되어 변하기는 많이 변했어도 시장이 주는 풍족함은 여전했다. 시장을 걸으며 들리는 제천 사투리는 정겨웠다. 나도 금방 따라 할 것처럼 보였다. 그곳에서 옛 친구를 만난다면 나의 입에서 불쑥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런데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친구를 어찌 알아볼 수 있으랴! 명절 분위기 가득한 시끌벅적한 시장을 한바퀴 돌아도 예전보다 나아진 호주머니 사정이건만 선뜻 주머니를 열지 않음은 지금 내 배가 빵빵하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음식이 귀했던 때보다 음식 맛이 덜 느껴지는 것과 이제는 혼자 먹어봤자 얼마나 먹겠는가 하는 절제(?)가 저절로 나타나기 때문이었다. 

명절을 코앞에 두고 분주한 마음과는 달리 몸은 명절 분위기에 끌려가지 않고 있다. 이것저것 먹을 음식 재료 준비에 바빴던 것은 코로나 이전까지였던가.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 명절에 만들 음식 이름을 써 봤다. 그리고 지웠다. 먹성이 좋은 동생이 있었다면 모를까 혼자 지내는 명절에 얼마나 먹는다고. 엊그제 이웃에서 명절에 먹으라고 만두를 한 웅큼 챙겨주었다. 이웃에 사시는 목사님 댁에서 따끈따끈한 전을 조금 가져다 주실 것이다. 그리고 얼마전에 농협 조합원에게 선물로 준 떡국 떡도 있다.(이 떡국 떡은 탈이 많았다. 음성쌀이 아닌 타지역의 쌀로 만든 기성품을 보내주어 조합원들의 원성이 높았다. 음성 쌀은 어디 갔냐! 농협은 각성하라는 현수막까지 걸렸다.) 그러고보니 나는 차고 넘치는 풍족한 설 밥상을 마주할 것이다. 좋은 이웃이 있으니 고마운 일이다. 

썩 길지 않은 설 연휴이지만 그래도 친구나 동료나 누군가를 한 명 초대하고 싶었다. 나처럼 혼자 지내는 친구를 내려오라 할까도 했는데, 마침 어제 늦은 저녁, 음성에서 유일하게 개인적으로 만나는 친우가 다녀갔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후 설날 다음날에 같이 떡만둣국을 먹자고 제안했더니 흔쾌히 수락하였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새로 이사를 한 집은 앉을 공간이 여유롭다. 그 덕분에 내 입에서 자연스럽게 가깝다고 여기는 누군가를 초대하는데 거리낌이 없어졌다. 그 자연스러움이 설날을 앞두고, 음력 정초에, 10년 만에 맞는 재미난 일이다. 

설 연휴 지나고 한 달 보름 후면 아, 농사가 시작되는 삼월이다. 올해의 농사는 어떻게 시작될까. 작년에는 우여곡절로 인해 재미를 누리지 못한 농사에 올해는 힘을 받아 10년 전 처음 농사를 지었을 때의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기를, 명절을 앞두고 두 손을 모은다. 

황은경/농촌선교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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