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를 ‘봉사’라고 설교하는 한심한 목사들

한국 개신교회에서는 목사들이 설교 제목을 정할 때, 성경 구절의 일부를 택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처럼 성경 구절을 선정하여 사용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성경 구절이 잘못된 번역이거나 부적절한 번역인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빌립보서 3장 3절의 ‘하나님의 성령으로 봉사하자’라는 성경 구절이다.

수많은 목사들이 이 성경 구절을 제목으로 삼고 설교를 해왔다. 그 설교의 중심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신자들이 교회의 여러 분야에서 봉사할 때, 인간의 육신적인 노력이나 율법주의에 따라 봉사하지 말고,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신자들은 성령께서 주시는 은사를 따라 봉사하는 것”이, 곧 ‘성령으로 봉사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해 왔다.

이 외에도 ‘하나님의 성령으로 봉사하자’라는 제목으로, 목사들마다 자신의 주관에 따라 다양한 내용을 가지고 설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앞의 두 가지 내용들도 그럴듯한 설교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올바른 성경 번역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설교는 잘못된 설교이며 본문과는 전혀 상관 없는 엉터리 설교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본 구절, 곧 ‘하나님의 성령으로 봉사하며’는 오역(잘못된 번역)이며, ‘영으로 하나님께 예배하며’가 올바른 번역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말의 ‘봉사하다’와 ‘예배하다’는 그 뜻이 아주 다르므로, 아래의 본문은 ‘예배’라고 올바로 번역해야 하는데, ‘봉사’라고 잘못 번역했기 때문에 개신교 목사들의 엉터리 설교들이 난무하는 것이다.

- 본문(빌3:3)을 포함한 빌립보서 3장 1-3절의 올바른 성경 번역은 다음과 같다.

                                                 - 다 음 -

(1절) 끝으로 나의 형제들아, 주를 기뻐하라. 너희에게 같은 것들을 쓰는 것이 참으로 내게는 부담이 되지 아니하며 너희에게는 안전하니라.

(2절) 개들을 조심하고 악한 일꾼들을 조심하며 살을 베어 내는 자들을 조심하라.

(3절) 영으로 하나님께 예배하고 그리스도 예수님을 기뻐하며 육체를 신뢰하지 아니하는 우리가 곧 할례자니라. (헬라어원어성경, 한글번역).

본문은, 사도 바울이 빌립보 교회 성도들에게, 유대주의에 속한 거짓 교사들에 대한 경고를 하는 내용이다. 2절에서 바울은 지역 교회를 위협하며 유대주의를 강요하는 악한 일꾼들을 조심하라고 했다. 그리고 3절에서 바울은, 신약의 지역 교회는 전통과 형식을 따르는 구약의 유대교와는 달리, 예수님께서 직접 말씀하신대로 영과 진리로 드리는 예배(요 4:24)를 행할 것을 말씀하고 있다. 곧 영으로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것을 말한다.

- 다음의 여러 성경은 헬라어 원어성경(빌3:3)을 올바로 번역한 성경들이다.

                                 - 다  음 -

(새한글신약성경,2021년) 하나님의 영으로 예배드리며, 그리스도 예수님을 자랑하며 …

(공동번역성경) 영적으로 하느님께 예배드리고 그리스도 예수를 자랑하며 …

(새번역성경) 하나님의 영으로 예배하며,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자랑하며 …

(현대인의성경) 하나님의 성령으로 예배하고 그리스도 예수님을 자랑하며 …

(쉬운말성경) 하나님의 영으로 예배를 드리고, 그리스도 예수를 영광으로 여기며 …

(바른성경) 하나님의 영으로 예배하고 그리스도 예수님을 자랑하며 …

(중국어성경)　神的灵(하나님의 영)来敬拜(경배하고) …

(일본어성경) 神の 靈によって(하나님의 영에 의해) 禮拜をし(예배를 하고) …

(흠정역한글성경,정동수) 영으로 하나님께 경배하고 그리스도 예수님을 기뻐하며 …

(흠정역한글성경,이일배) 하나님을 영 안에서 경배하고 …

(흠정역한글성경,서달석) 영으로 하나님께 경배드리고 …

(흠정역한글성경,이송오) 영 안에서 하나님을 경배하며 …

(흠정역영어성경) … which worship God(하나님께 예배하고) in the spirit(영으로) …

(NASV미국표준역성경) … who worship(예배하고) in the Spirit of God(하나님의 성령으로)

(NIV신국제역본 영어성경) … we who worship(예배하고) by the Spirit of God …

(독일어루터성경) … die wir Gott(하나님) im Geist(영으로) dienen(예배하고) …

(헬라어원어성경 공인본문) … πνευματι(영으로) θεω(하나님을) λατρευοντες(예배하고) …

- 이 성경들은 모두 다 “하나님께 예배(경배)하다”로 옳게 번역했음을 알 수 있다.

- 한편, 이 본문을 잘못 번역한 성경들은 다음과 같다.

                                            - 다 음 -

(한글개역성경) 하나님의 성령으로 봉사하며 그리스도 예수로 자랑하고 …

(한글개역개정성경) 하나님의 성령으로 봉사하며 그리스도 예수로 자랑하고 …

이처럼 한글개역성경과 한글개역개정성경은 ‘영으로 하나님께 예배하며’라고 번역하지 않고, ‘하나님의 성령으로 봉사하며’로 번역했다. 이러한 번역은 독자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성령으로 봉사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다시 말해, 문맥적으로 이 구절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없게 번역했다는 말이다. 말하자면, 위에서 다른 모든 성경들은 ‘예배하다’로 올바로 번역했는데, 왜 한글개역(개정)성경만 ‘봉사하다’로 번역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헬라어원어성경에서 번역한 모든 영어성경들도 ‘예배하다(worship)’로 번역했다. 일본어성경과 중국어성경, 독일어성경도 마찬가지다. 또 10여 종의 다른 한글성경도 전부 ‘예배하다’로 번역했다. 그런데 왜 한글개역(개정)성경만 유독 ‘봉사하다’로 번역했을까? 그 이유를 몇 가지로 유추해 볼 수 있다.

먼저, 최초의 한글성경번역자들은 ‘영으로 하나님께 예배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알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 개신교에서는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장로교가 가장 큰 교세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한글성경 번역에 있어서도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장로교에 속한 사람들이 대부분 번역에 동참했다. 그런데 장로교에서는 교리적으로 사람을 ‘영-혼-육’의 삼분설로 보지 않고, ‘영혼-육’의 이분설로 보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영으로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때문에 요한복음 4:23에서도 한글개역성경 번역자들은 “아버지께 예배하는 자들은 영과 진리로 예배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의미를 잘 알지 못해, ‘영과 진리’로 번역하지 않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한다고 오역을 해 왔던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하에서와 같은 맥락에서, 장로교 성경 번역자들은 본문에 나오는 빌3:3에서도 ‘영으로 하나님께 예배하다’를 한글개역(개정)성경들은 ‘하나님의 성령으로 봉사하며’로 오역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2021년 11월에 대한성서공회에서 새로 발간한 새한글신약성경에서는, 본문을 “하나님의 영으로 예배드리며, 그리스도 예수님을 자랑하며 …”라고 번역하였다. 말하자면 새한글성경은 개역(개정)성경의 ‘봉사하며’라는 용어가 오역임을 인지하고, ‘예배드리며’로 수정하여 번역한 것이다.

서두 부분에 언급했듯이, 한글개역(개정)성경의 빌3:3의 본문인 “하나님의 성령으로 봉사하자”는 제목으로 엉터리로 설교한 목사들의 사례들을 살펴보자

사례 1) : 하나님의 성령으로 봉사하자

성령님은 하늘에서는 하나님의 일을 하시고 이 땅에서는 예수님의 일을 하신다. 그리고 성령은 성도들을 감동시키고 봉사의 일을 하게 하신다. 하나님께 봉사하는 일은 성령으로 해야 하므로 성령으로 크게 감동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성도는 자신의 의지로 안 되는 일도 성령의 감동을 받으면 성령으로 봉사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예수님도 우리에게 성령을 받으라고 하셨다. 성령만이 우리의 보혜사가 되시고 성령만이 우리의 사정을 알고 하나님께 간구해 주시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도는 성령 충만으로 봉사를 하고 예수로 자랑을 삼고 예수만을 나타내려고 있는 힘을 다하여 봉사해야 한다. 성령의 역사가 없이는 전도도 봉사도 무의미 하다. 우리는 성령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성령께서 일을 하시도록 손과 발이 되어 드려야 합니다. 〈중략〉

사례 2) : 하나님의 성령으로 봉사하자

교회에서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은 성령의 사람이어야 합니다. 봉사는 성령으로만 가능합니다. 성령께서 우리 마음에 계셔야만 진정한 봉사자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행10:38 “하나님이 나사렛 예수에게 성령과 능력을 기름 붓듯 하셨으매 저가 두루 다니시며 착한 일을 행하시고 마귀에게 눌린 모든 자를 고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함께 하셨음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주님도 우리 믿음의 공동체들에게 유익을 끼치실 때에도 성령으로 시작하셨고, 성령으로 진행하셨고, 성령과 더불어 착한 일을 행하셨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 주님과 같이 성령의 임재를 경험하면서 살아갑니다. 성령의 충만함과 주장하심을 한때 경험한 자들이요, 지금도 그 임재 가운데 있기에 이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들도 주님과 같이 착한 일에 헌신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성령의 사람이 아니요, 믿음의 사람도 아니요, 영의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성령의 충만한 임재를 경험하신 주께서 열정적으로 주의 전을 사모하신 것과 같이 우리 또한 주의 교회를 사랑해야 참된 봉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중략〉

사례 3) 하나님의 성령으로 봉사하자

교회에서 봉사를 많이 하면서도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이유는 성령으로 봉사하지 않고 내가 봉사하기 때문이다. 성경은 성령으로 봉사하라고 했다. 그러므로 예수님만 신뢰하고 성령으로 봉사해야 한다. 그리고 성령으로 봉사하는 사람은 예수님만 자랑하게 되어 있다. 그것은 성령이 인도하시기 때문에 자신을 자랑할 것이 없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진짜 성도요, 이렇게 봉사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교회는 참 기쁨과 소망의 공동체를 이룰 것이다.

교회가 할 일은 봉사뿐이다. 예배도 봉사요 전도도 봉사요 성도의 헌신이 모두가 봉사이다. 그리고 성령으로 봉사하자. 임의로 자신의 믿음을 갖지 말고 성령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소망이 있는 생활은 무엇보다 봉사가 있어야 한다. 봉사는 하늘에서 그에 대한 보상이 있다. 그러므로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더욱 겸손히 성령으로 교회에 봉사를 하는 것이 신앙인이다. 성령으로 봉사하자. 이러한 봉사가 자기 영혼을 충만케 하며, 하나님의 기쁨으로 충만해지는 것이다. 〈중략〉

위의 세 가지 사례들은 모두 다 한글개역(개정)성경의 잘못된 오역을 분별하지 못한 목사들의 엉터리 설교들이다. 그러므로 이 잘못된 설교들도 전부 한글개역(개정)성경의 번역자들이 오역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부터 국내 대부분의 성경 주석가들은 대한성서공회에서 번역한 한글개역(개정)성경을 사용하여 신구약성경을 해석하거나 주석(註釋)을 한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빌립보서 3장 3절에 나오는 “하나님의 성령으로 봉사하며”의 이 구절에 대한 해석이나 주석에 관한 책들은 기독교 서점에서 단 한 권도 제대로 찾아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이 구절이 오역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성경 해석자들은 이 구절에 대해 올바른 해석을 하거나 주석을 달 수 없었던 것이다.

상술한 바와 같이 다른 모든 성경들은 빌3:3을 ‘예배(경배)하다’로 올바로 번역했다. 그러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한글개역(개정)성경만 본문을 ‘봉사하다’로 오역했다. 이처럼 성경을 잘못 번역하면 그 잘못된 번역으로 말미암아 잘못된 해석을 낳게 된다. 또 그 잘못된 해석은 목사들의 엉터리 설교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은 무엇보다 성경을 잘못 번역한데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므로 성경 번역자들은 무엇보다 성경을 올바로 번역하도록 힘써야 한다. 그리고 성경을 읽고 연구하는 목사들은 올바른 분별력을 갖고, 어떤 성경을 읽어야 할지 신중히 판단한 후에, 제대로 번역된 성경들과 엉터리로 번역된 성경들을 서로 비교하며 읽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부지불식간에 잘못된 번역에서 비롯된 엉터리 설교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권영문 / 전 경성대 교직원, 현 기독교 칼럼니스트 / 「성경 번역과 해석 올바른 설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