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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깡에서 잡니다!박애로 충만한 영혼을 꿈꾸며
이강무  |  lkmlh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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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년 01월 06일 (금) 18:37:27 [조회수 : 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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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노깡에서 잡니다!

 

     벌써 20년이 지난 일이다. 참 세월이 빠르게 흐른다. 2001년 12월 초 어느 날 오전 충주 호암지 호수를 산책하고 있었다. 겨울이 시작되고 약간 쌀쌀하여 두꺼운 옷을 입어야했다. 한 노인이 산비탈 양지바른 잔디밭에 앉아 양말을 말리고 있다. 연못에 빠지셨나? 웬 양말을 말리느냐 물으니,

     “물에 빠진 게 아니고 양말을 빨아 말리는 중입니다”

     “집이 어딘데 여기서 양말을 빨아 말립니까?”

     “집은 없고, 충주역 뒤편 논 가운데 물내려가는 노깡이 있는데 거기서 잡니다”

     “거기서 자면 춥지 않아요?”

     “양쪽 노깡 입구를 막고 바닥에 보루박구를 깔고 자면 괜찮아요.”

 

     옷을 깨끗하게 입어 거지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깔끔한 거지 아저씨였다.

     “밥은 어떻게 먹고 사세요?”

     “식당에 다니면서 얻어먹든가 아니면 돈이 생길 경우 라면을 사다 먹어요.”

     “노깡에 라면 끓일 기구나 냄비가 있어요?

     “없어요”

     “그럼 어떻게 끓여요?”

     “라면 봉지를 뜯어 물을 붓고 스프를 뜯어 넣어 둔 후 약 30분 정도 지나면 라면이 불어 그걸 먹으면 돼요”

 

     환경이 사람을 지혜롭게 만든 다더니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잘도 사신다. 사정을 듣고 보니 매우 딱하여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그 때 거지 아저씨의 나이가 60세였고 나는 49세였으니 나에게 거지 아저씨는 늙은 노인으로 보였다. 늙은 노인이 추운겨울에 논 한가운데 있는 노깡에서 잠을 잔다니 그냥 못들은 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 교회에 함께 가자고 하였다. 당시 우리교회는 좀 발전하여 지하교회를 벗어나 호암지 아파트 옆의 지상교회로 건물을 사서 이전한 상태였다. 교회에는 주방도 따로 있고 보일러도 깔린 방이 있다. 아저씨의 성은 유씨였다. 유 아저씨를 데리고 가서 교회 주방시설과 방을 보여주며 여기서 살면 겨울에 춥지도 않고 냉장고에 먹을 것도 있으니 맘 놓고 해먹고 싶은 대로 해 먹으면 된다고 여기서 사시라 하다. 그러자 유아저씨는 맘에 드는지 망설이지 않고 교회에서 지내기로 하셨다. 평소 성경공부시간에 교인들에게 늘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아야 한다고 가르쳤다(마10:42). 거리에 앉아 손을 내밀고 한 푼 달라는 걸인이 오늘 우리 앞에 나타난 천사일지도 모르니(히13:1-3) 늘 자기보다 불쌍한 사람을 섬기는 마음으로 살라 가르쳤다. 이는 나의 말이 아니고, 신약성경 히브리서의 말씀이고 주님께서는 이를 직접 삶으로 실천해 보여주셨다.

     주님은 가난과 질병의 퇴치를 평화의 시작으로 보셨다. 예수님은 공생애 3년 동안 거의 가난과 질병퇴치를 위하여 사셨고 그를 위하여 기적과 이적을 행하셨다. 가난과 질병이 만연하는 한 평화는 있을 수 없다. 가난과 질병은 단순히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가난과 질병은 도적을 양산하고 폭동을 야기한다. 지금 세상은 코로나19 전염병이 전 세계에 유행하여 각 나라마다 방역과 예방과 치료를 위하여 전력을 다한다. 부자나라에서는 발 빠르게 백신을 개발하고 투여하여 예방과 치료에 박차를 가하며 자신 있게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들떠있다. 그러나 후진국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워 백신을 맞을 형편이 못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손도 쓰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다. 그로인해 경제가 마비되어 가난과 전염병으로 저개발 국가 여러 곳에서 부분적으로 무정부 상태가 이루어지는 곳도 있다. 코로나19 전염병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고 한 국가만의 문제도 아니다. 우리 온 인류가 함께 극복하고 박멸해야 할 문제이다. 이러한 세계적 위기의 때에는 종교도 이념도 철학도 질병퇴치를 위하여 하나로 뭉쳐야하다. 그 길이 인류평화를 위한 길이다.

     지금 후진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하여 발생하는 가난과 질병을 그대로 방치하면 도적과 폭력으로 발전할 것이고 그런 무질서 행위는 국경을 넘어 선진국으로 옮겨 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 세계는 공황상태가 될 것이다. 그러기 전에 우린 후진국민들과 더불어 함께 사는 마음으로 이 위기를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내가 유아저씨를 돕는 것은 단순히 걸인 한 명을 돕는 게 아니다. 이는 교인들에게 신앙교육하는 예수신앙 실천운동이며 인류의 평화를 위한 작은 평화의 걸음이다. 교인들에게 유아저씨를 잘 대접하라고 부탁하였다. 교인들은 누구나 심성이 참 착하다. 그래서 교회 다니나 보다. 유아저씨를 거지로 취급하지 않고, 위하여 옷도 사오고 반찬도 해오고 이모저모를 잘 살펴준다. 유아저씨 생일이 되면 소고기 미역국도 끓이고 생일케이크를 사와서 둘러 앉아 축하노래도 불러준다. 나도 받아보지 못한 호사다. 유아저씨는 원래 깨끗한 분이라 교회에 와서 1주일 이상 지나니 전혀 거지 모습이 아니다. 옷을 깨끗이 입고 매 시간마다 예배에 참석하고 교인들이 하는 대로 성경읽기도 따라하신다. 별로 할 일이 없으니 매일 방에 앉아 성경만 읽어서 일주일이면 성경을 300장 이상씩 읽어 1년에 성경을 세 번씩 완독하시어 교회에서 성경을 가장 많이 읽는 성도가 되셨다.

     추운 겨울 오전에 유아저씨가 어떻게 지내시나 가 보았다. 보일러도 켜지 않고 그냥 앉아 성경을 보고 있다. 유류비가 비싸서 아끼느라 그러는 줄로 생각하고 유류비 걱정 말고 보일러를 따뜻하게 돌리라 했더니 보일러를 돌리면 자기는 덥고 몸이 근지러워 못 산단다. 밤에도 보일러를 틀지 않고 보로박구 한 장만 바닥에 깔고 싸늘한 방바닥에 이불도 덮지 않고 그냥 주무신단다. 그래야 시원해서 잠이 잘 온단다. 수십 년 동안 온돌이 없는 노깡이나 땅바닥에서 자버릇해서 그런가보다. 그렇게 지내도 감기가 걸리지 않는 걸 보면 대단한 체력이다. 그래서 산짐승들도 추운 겨울 산속에서 견디어 내는가 보다.

     거지와 술중독자 등 문제 있는 자들이 여기저기서 모여 들다. 남들은 내가 성과도 나지 않는 바보 같은 목회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난 왜 그런지 이런 일이 피곤하거나 귀찮지 않고 즐겁고 감사하고 행복하다. 내게 새 생명을 주신 분도 계신데 이정도야 일도 아니다.

 

     *이 글은 나의 저서 박애로 충만한 영혼을 꿈꾸며 | 이강무 - 교보문고 (kyobobook.co.kr)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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