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윤은기 박사의 “초역전의 시대와 리버스 멘토링”이라는 글을 보내왔다. 지금 우리는 부모가 자녀에게 배워야 하고 선배가 후배에게 배워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단다. 옳은 말이다. 나도 핸드폰을 쓰다가 문제가 생기면 자녀들에게 기기를 손봐달라고 부탁하고 작동법을 알려달라고 전화한다. 비트코인이 무엇이냐고 묻기도 한다.

젊은이들의 생활이나 습관도 옛날과는 아주 다르다. 옛날은 혼전 순결을 강조했지만, 지금은 결혼 전에 임신하는 것을 결혼 지참금이라고 환영한다. 예전에는 아들을 낳으려고 애를 썼지만, 요즘은 딸을 선호한다. 전에는 한 직장이나 직종에서 평생을 보냈지만, 요즘은 수시로 직장이나 직종을 바꾼다. 세상이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

교회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음대로 바꾼다. 다니는 교회가 어떤 이유에서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평이동을 하는 교인이 많다. 심지어 교회를 다니다가도 나가지 않는 가나안 교인이 부쩍 늘었다. 그런데 교회에서는 이런 것에 대처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개는 짖어라 기차는 간다.”식이다. 

교회는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적응하려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교인수가 대폭 줄고 젊은이들이 교회를 외면하는 주요 원인은 교회가 변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 아닌가? 교회는 변하는 시대를 분별하지 못하고 5백년 전의 사회에 맞춘 개혁자들의 신학적 사고 안에 안이하게 머물러 있다. 루터나 칼뱅은 여전히 그들의 우상이다. 

새해를 맞이해서 교회가 새롭게 깨어났으면 좋겠다. 이해인 시인은 <새해 엽서>라는 시에서 “오늘도 다시 깨어나라고/멈추지 말고 흘러야 한다고/새해는 파도를 철썩이며 오나보다.”라고 말했다.

사회의 변화를 실감한다면 교회 지도자들의 태도가 바뀌지 않을까? 그래서 세상이 급변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만한 윤은기 박사의 “초역전의 시대와 리버스 멘토링”의 전반부를 소개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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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전의 시대가 다가왔다. 자식이 부모보다 똑똑하고, 후배가 선배보다 똑똑하고, 사원이 임원보다 똑똑하고, 병사가 간부보다 똑똑한 세상이다. 젊은 사람들의 지능(IQ)이 높아져서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신문명의 주기가 단축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농업혁명은 수천 년을 거쳤고 산업혁명은 3백여 년 지속되었지만, 정보혁명은 30년에 불과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은 20여 년으로 예상되고 뒤이어 나타날 제5차 산업혁명은 15년 정도로 단축될 것이다. 

농경사회나 산업사회에서 태어난 사람은 평생 비슷한 환경에서 살다 죽는다. 이런 사회에서는 나이가 많고 경험이 많을수록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지금은 건강 백세를 추구하는 시대다. 수명은 늘어나고 신문명 주기는 짧아지니 평생 네 번이나 다섯 번 변신해야 한다.

신문명 제1세대가 성인이 되어 사회에 진출하는 순간 기성세대는 구세대로 밀려나게 된다. MZ 세대는 1980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다. 이 해에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저서 『제3의 물결』이 나왔다. 인류 전체가 정보화 사회로 전환된 시점이다. MZ 세대가 정보화 사회 1세대인 것이다. 

기성세대에게는 컴퓨터가 업무용이지만 이들에게는 생필품이다. 컴퓨터로 소통하고 놀고 일한다. 산업화도 민주화도 진행되어 이들은 새로운 가치를 추구한다. 인권, 공정, 합리성, 정의, 행복추구권, 소확행 등이다. 기존의 소통방식 조직문화와는 쉽게 어울릴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이들이 성인이 되어 대학생이 되고 군인이 되고 직장인이 되자 기성세대와 큰 충돌이 일어났다. 꼰대와의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이들은 나이, 직급, 스펙, 경력, 관록, 위계질서를 앞세우면 극렬하게 저항한다. SNS에 부당함을 알리거나 법적 대응을 하고 거리낌 없이 사직한다. 반면에 자기들이 수긍하고 동기부여가 되면 신속 정확하게 업무를 처리한다. 

일하는 도구나 기술 방법이 다른 막강한 인재들이다. 지난 10년 동안 MZ 세대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조직문화를 바꾸고 리더십을 바꾼 조직은 발전했지만 꼰대가 이긴 조직은 쇠퇴하였다.

이제 알파 세대가 오고 있다. 2010년 이후 태어난 신세대다. 이들이 제4차 산업혁명 1세대다. 기성세대는 업무를 위해 메타버스를 배워야 하는데, 이들은 어려서부터 메타버스로 소통하고 놀이를 하고 있다. 사용하는 기술과 도구가 달라진 것이다. 몇 년이 지나면 이들이 사회로 진출할 것이다. 이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와 리더십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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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박사는 과학기술이, 특히 반도체 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초역전’ 현상에 대해서 언급한다. 우리는 이 글을 통해서 현대 사회가 얼마나 급속히 변하고 있는가 실감할 수 있다. 이런 과학의 발달은 우리의 일상생활뿐 아니라 기독교 신앙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답답한 것은 대부분의 교회에서는 밀물처럼 밀려오는 사회적 변화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회는 그런 밀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교회와 사회 사이에 높은 방어벽을 세워놓고 있다.

어느 안수집사가 나와 같은 교회를 다니다가 이사를 하면서 다른 교회로 옮겼다. 그는 생물학을 가르치는 교수다. 그런데 그가 그 교회에 간 지 몇 년 지난 후에 담임목사가 이 생물학자를 보자고 하더니, 진화론에 대한 특강을 부탁해왔단다. 진화론은 믿을 것이 못 된다는 이야기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이 교수가 이런 엉뚱한 제안을 받고 당황해서 아직 준비되지 않았으니 시간을 달라고 하면서 그 자리를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 과학계에서는 진화론을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부분의 교회 지도자들이 반발하겠지만, 이제 교회에서는 하나님의 창조를 진화론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교회에서 진화론을 거부하겠다면 17세기의 교황처럼 지금도 지동설을 주장하는 사람을 정죄할 것인가? 우리는 그 교황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지구의 역사가 6천년이라고 고집할 것인가? 

대부분의 교회에서는 현대 사회를 강 건너 불 보듯 한다. 교인들은 학교에서 현대의 과학 지식을 배우고 일터에서 현대 문화를 호흡하며 살고 있다. 그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그들과 대화할 수 있으며, 그들이 사는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겠는가? 

지금 젊은이들에게 “황성옛터에 밤이 되니” 식의 노래를 가르치려고 한다면 랩이나 케이팝에 익숙한 그들이 옛날식의 노래를 배우려 하겠는가? 젊은이들과 어울려 노래하기를 원한다면, 그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를 배워야 한다. 

교회가 황성 옛터만을 읊조린다면, 그런 안이한 태도는 자기가 받은 달란트를 땅에 감추어 놓은 게으른 종의 행태와 같다. 그들이 주님 앞에 설 때, 주님은 그런 무익한 종들을 바깥 어두운 데로 내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