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오늘의칼럼
완성되지 못한 모세들에게
김화순  |  givy4u@daum.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23년 01월 01일 (일) 23:50:02 [조회수 : 3539]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텔레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모든 행동에 있어 두려움이라는 본능적 감정이 저 밑바닥에서부터 가장 먼저 올라오는 나 같은 사람은 위대한 지도자라고 불리는 모세의 이야기를 만날 때면 위로를 받곤 한다. 이렇게 소심한 사람이 출애굽의 주역이라니. 

성경에는 모세의 출생부터 죽음까지의 과정이 잘 묘사되어 있다. 생후 3개월에 죽음의 위기를 만나고, 왕자의 신분에서 현상금이 붙은 범죄자의 신세로 전락하고, 광야에서 은둔하듯 양을 치는 평범한 목자로서의 파란만장한 삶이 그려져 있다. 광야에서의 삶은 아마도 인내력을 배우고, 장인 이드로와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통해 안정감을 찾으면서 심리적 산소를 공급받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80세의 고령이 되었을 때 모세는 애굽에서 시달리는 하나님의 백성을 가나안으로 인도하라는 거대한 임무를 받게 된다. 겁쟁이 모세는 이를 거부한다. 말을 잘하지 못하고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핑계를 댄다. 형 아론을 대변인으로 세워주시지만 두려움이라는 핵심 감정이 마음 저변에 둘려져 있는 모세는 여전히 멈칫멈칫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후 40년 동안 광야에서 정치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었지만 사실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는 못했다. 전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기보다는 싸움이 일어날 때마다 일일이 판결을 내리는 등 작은 일에 집착하느라 정말 큰 임무를 소홀히 여겼다. 장인 이드로의 도움을 받아 잘못을 바로잡고 지도자로서 서게 되지만 약속의 땅 가나안을 눈앞에 두고 그 땅을 밟지 못한 채 삶을 마감하고 만다. 

겁 많고 의심 많고 자신감도 없고 소심하기까지 한 남자 모세, 이런 모세에게 하나님은 매 순간 기적을 보여주셨다. 그 기적들은 모세 자신 스스로가 느끼고 있는 자신에 대한 부적절감, 열등감 등을 벗게 하시는 장면들로 해석할 수 있다. 출애굽기에서 신명기에 걸친 모세의 모습은 두려워하는 모습에서,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을 중재하는데 목숨까지 내어놓는 기도를 하는 등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스라엘 백성을 하나님께로 인도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기도 한다.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모세가 하나님만을 섬기라고 하는 종교적인 법과 공동체 가운데 서로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했다는 사실이다. 

모세의 이야기는 나를 비롯한 우리 주위의 평범한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산도를 통과하는 죽음의 공포를 이기고 세상에 던져진 생명, 그 위대한 존재가 청소년기에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세상을 다 바꾸겠다는 혈기 왕성한 청년기를 지나 현실에 적응하는 중년에 이르기까지, 때로는 실수하고 넘어지며 독선과 아집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목표를 향해 있는 힘을 다해 달려가지만 끝내 바라던 성공을 이루지 못하고 삶을 마쳐야 하는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 말이다. 

해가 바뀌고 달이 바뀌어 새날을 맞이하면 앞으로 펼쳐질 날들에 대한 기대감과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함께 찾아온다. 인생은 미완성이라는 노래처럼 이 땅에 살아있는 동안에는 어떤 인생이든 완결판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모세처럼 결점 많은 자신의 한계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인생의 결과물이 달라지는 것은 아닐까.

시사저널은 ‘2022 차세대 리더 100인’을 선정하면서 조직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리더의 덕목 중 하나로 ‘솔선수범’을 꼽았다. 2023년 한 해가 그저 숫자적인 변화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새해로 엮어지기 위해서는 얼마나 깊은 사랑을 실천했느냐에 따라 정해질 것이다. 우리는 결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사랑하고 진심으로 사랑받으라는 임무를 받고 이 땅에 태어났음을 기억하자.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김화순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13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0개)
 * 100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20000byte)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