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식’을 오해하는 한심한 목사들

몇 년 전 기독교 TV에서 국내 대형교회의 유명한 목사의 설교를 들었다. 그 목사는 사도행전 27장 내용을 가지고 설교를 했는데, 그 내용 중 어떤 부분에 이르러 그가 성경을 잘못 해석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얼마 전에도 어느 목사가 동일한 부분에서 일반적인 해석과는 달리 엉뚱한 해석을 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이 부분의 내용과 관련하여 여러 성경 주석을 살펴보았는데, 그들은 그 성경 구절을 왜곡하며 해석하였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자기네 교인들에게는 물론이고 그 TV를 시청하는 자들에게도 엉터리 설교를 했던 것이다.

설교를 했던 두 명의 목사는 국내 장로교단의 대형교회 목사들이었다. 그들이 설교한 그 성경 구절은 해석하기 어렵거나 그다지 난해한 구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 나름대로 자의적으로 성경을 해석하여 엉터리 설교를 하는 것을 보고, 한편으로는 민망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교단 목사들의 영적 수준이 어떠한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물론 그들도 사람인지라 실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해석하고 설교할 때는 말씀을 대언하는 설교자로서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설교자는 성경 내용을 올바로 관찰하고 해석해야 하며, 때로는 여러 성경 주석들을 참조해서 말씀을 바르게 전해야 한다. 여기서는 이 두 목사의 설교 내용에 대해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 사도행전 27장 33-37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다 음 -

33절 : 날이 새어 가매 바울이 여러 사람에게 음식 먹기를 권하여 이르되 너희가 기다리고 기다리며 먹지 못하고 주린 지가 오늘까지 열나흘인즉

34절 :음식 먹기를 권하노니 이것이 너희의 구원을 위하는 것이요 너희 중 머리카락 하나도 잃을 자가 없으리라 하고

35절 : 떡을 가져다가 모든 사람 앞에서 하나님께 축사하고 떼어 먹기를 시작하매

36절 : 그들도 다 안심하고 받아 먹으니

37절 : 배에 있는 우리의 수는 전부 이백칠십육 명이더라 (한글개역개정성경)

사도행전 27장의 내용은, 사도 바울이 로마 황제에게 상소함으로써 로마 부대는 바울 일행을 배에 태워 로마까지 호송하게 된다. 이 호송 도중에 배는 광풍을 만나 난파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바울은, 하나님께서 배에 탄 모든 사람들(276명)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키실 것을 확신하며, 그들에게 음식을 먹으라고 권했다(33-34절). 바울이 그들에게 음식을 먹으라고 권한 이유는, 그들이 두 주 동안 제대로 음식을 먹지 못해, 이제는 음식을 먹고 기력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바울은 35절에 나오는 것처럼 “떡을 가져다가 모든 사람 앞에서 하나님께 축사하고 떼어 먹기를 시작했다.” 이처럼 바울은 하나님께 공적으로 감사기도를 드린 후에 먼저 음식을 먹었다. 그 후 다른 사람들도 바울의 격려를 받고 함께 음식을 먹었다.

위의 35절에서, 음식을 먹는 장면을 묘사하는 문장의 표현이, 마치 예수님께서 누가복음과 고린도전서에서 ‘주의 만찬’을 베푸실 때의 표현과 유사한 내용이다. 즉 누가복음에서는 “떡을 가져 감사기도(축사) 하시고 떼어 그들에게 주시며(눅22:19)”라고 했고, 또 고린도전서에서는 “떡을 가지사 축사하시고 떼어 이르시되(고전11:23)”라고 했다. 여기서 언급한 표현들, 즉 ‘가지사’, ‘축사하시고’, ‘떼어’, ‘주시며’ 등이 누가복음과 고린도전서에 나오는 것들과 흡사하다. 그러나 사도행전 27장 35절의 내용은 ‘주의 만찬’, 즉 천주교에서 사용하는 용어인 ‘성찬식’이나 ‘성만찬’은 아니다. 그 이유는 신약성경에서 초기 교회시대에 나타나 있는 주의 만찬에 관한 교회 진리를 통해 알 수 있다. 즉, 주의 만찬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을 기념하는 예식이며, 구원받은 성도들이 지역 교회에서 모여 주님의 고귀한 희생에 대해 감사드리는 예배이다.

그리고 이 예식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우선 예수님을 개인의 구원자로 영접하고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라야 한다. 다시 말해 예수님을 믿고 영적으로 거듭난 적이 없거나 믿지 않는 불신자는 ‘주의 만찬’에 참여할 수 없다. 다음으로 침례를 받은 자라야 한다. 사도행전 2장 41-42절에 침례를 받은 사람들이 떡을 떼며 ‘주의 만찬’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롬6:4에 “우리가 침례를 받으므로 새 생명 가운데 행하게 하려 함이라”고 했다. 이처럼 주의 만찬은 지역 교회에서 행하는 공적인 예식이므로, 구원받고 침례를 받은 사람이 참여하는 것이 성경에 나타나 있음을 알 수 있다(행2:41-42).

그리고 신약성경 공관복음서에서, ‘주의 만찬’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친히 분부하신 기념 예식이며(마26장, 막14장, 눅22장), 또 승천하신 예수님께서 사도 바울에게도 이 예식을 지키도록 명령하셨고(고전11:23), 그리고 초대교회에서는 실제로 각 지역 교회에서 이 예식이 실행되었다(행20:7, 고전11:23). 이와 같이 ‘주의 만찬’은 신약성경에 여러 번에 걸쳐 언급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일부 개신교 목사들이 행27:35의 내용을 ‘주의 만찬’인양 잘못 해석하여 설교함으로써 성경 본문을 왜곡시켰다. 그리고 적지 않은 목사들이 사도행전 27장 35절을 잘못 해석하여 설교한 내용들이 인터넷에 실린 사례들이 있는데, 이에 대해 살펴보자.

사례 1) 제목 : 절망의 바다 위 선상에서 거행된 성찬식

사도 바울이 죄수의 몸으로 알렉산드리아 배를 타고 로마를 향해 갈 때, 유라굴로라는 광풍을 만났다. 그 광풍은 14일 동안 계속되어 일행은 절망 가운데 있었는데, 그때 하나님께서는 사도 바울에게 나타나셔서 가이사 앞에 서게 될 것이라고 위로의 말씀을 주셨다. 즉 바울과 함께 그 배에 있는 모든 사람이 살게 될 것이라고 하셨다. 14일 동안 폭풍 때문에 사람들이 마음을 졸이며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에 사도 바울은 이들에게 음식을 먹고 기운을 차리라고 권면했다. 그러고 나서 사도 바울은, 자신이 먼저 빵을 먹었다. 그런데 사도 바울이 빵을 먹는 행동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성찬식이었다.

사도행전 27:35-36절에 “떡을 가져다가 모든 사람 앞에서 하나님께 축사하고 떼어 먹기를 시작하매 그들도 다 안심하고 받아먹으니”라고 했다. 사도 바울은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하면서 떡을 떼어 먹었다. 그러자 배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도 떡을 받아먹기 시작했다. 이것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성찬식이며, 그들은 성찬식을 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폭풍을 만나 14일 동안 바다를 표류했던 배 안에서 이루어진 성찬식. 그것은 참으로 감동적인 장면이다. 사도 바울은 절망의 바다위 선상에서 성찬식을 거행했던 것이다. 사도 바울과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이 먹은 것은 단순한 빵이 아니라 절망과 죽음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에게 희망과 생명을 주신 주님의 살과 피인 것이다. 〈중략〉

사례 2) 제목 : 풍랑 속의 성찬식

사도 바울은 배가 파선되고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예수님을 기억하고 성찬식을 행한 것은 참으로 감동적이다. 그리고 이 성찬식에 그 배에 있는 276명 모두가 참석하였다는 것은 참으로 놀랄만한 일이다. 여기에는 이방인과 로마인, 헬라인과 유대인 그리고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성찬식에 초대되어 주님의 살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 사도 바울은 하나님의 은혜를 감사하며 떡을 들어 하나님께 기도하고 나누어 주었던 것이다.

사도행전 27장 35절에서 “가지사, 축사하시고, 떼어, 주시며” 등의 표현은 성찬식에서 사용된 단어들이다. 그러므로 바울은 풍랑 속에서 표류하던 절망의 한 복판에서 성찬식을 거행했던 것이다. 이처럼 바울이 드린 성찬식은 고난과 절망 속에서 진행되었다. 그 결과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감사와 정성이 담긴 성찬을 받으셨던 것이다. 〈중략〉

위의 사례들처럼, 사도행전 27장 35절의 잘못된 성경 해석과 설교를 살펴보았다. 이 구절에 나오는 음식에 관한 감사기도는, 가톨릭성경 주석서에도 언급되어 있다(200주년 신약성서 주해, 757쪽, 분도출판사). 즉 사도행전 27장 35절의 내용은, 당시 유대인들의 식탁관습에 해당하는 일반적인 식전의 감사기도에 해당한다고 쓰여 있다. 그러므로 이 구절을 ‘주의 만찬’과 연결시키는 것은 일부 개신교 목사들의 자의적이며 경솔한 해석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이 좀 더 성경 내용을 신중히 관찰하고 해석했다면, 그런 엉터리 해석과 설교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개신교 교리에서도, 일반적으로 예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신자들과 함께 ‘주의 만찬’을 나눌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이것은 개신교의 기초적인 교리이며 초신자들도 알고 있는 일반 상식에 해당하는 사항이다. 그런데도 신학을 전공한 목사들이 본문을 왜곡하여, 바울이 불신자들과 함께 ‘주의 만찬’을 행했다고 하니, 참으로 한심한 목사들이며 그들의 영적 수준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가톨릭에서도 소위 ‘성찬식’에는 세례를 받은 신자들만이 참여하도록 되어 있으며, 불신자들은 참여할 수 없도록 교리화되어 있다. 여하튼 일부 저급한 개신교 목사들은 성경을 왜곡하며 해석하거나 적용하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리고 성경 본문을 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반 신자들은, 이런 저급한 목사들이 강단이나 TV를 통해 엉터리 설교를 하는 것을 용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권영문 / 전 경성대 교직원, 현 기독교 칼럼니스트 / 「성경 번역과 해석 올바른 설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