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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개역성경’의 엉터리 번역(창24:65)
구약성경 창세기 24장에서, 한글개역성경(1961년)에 나오는 ‘면박(面帕)’이란 단어(창24:65)는 면사포 종류의 너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 단어는 우리말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 정체불명의 단어임이 밝혀졌다. 그래서 1998년 대한성서공회에서는 ‘한글개역개정성경’을 출간하면서, 당시에 ‘한글개역성경’에 대한 개정원칙을 정했는데, 그때 성경 번역자들은 어려운 한자어를 쉬운말로 고쳐야 한다고 했다. 그러한 실례의 하나로써, 그들은 창24:65에 나오는 ‘면박(面帕)’이라는 단어를 ‘너울’로 고쳐야 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이 단어는 우리말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 단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말 국어사전에 면박이란 단어가 2번 나온다. 그중의 하나인 ‘면박(面駁)’이라는 단어는 ‘면전에서 꾸짖어 나무람’을 뜻한다. 또 다른 하나인 ‘면박(面縛)’은 ‘두 손을 등 뒤로 돌려 묶고 얼굴을 사람들에게 보이도록 앞으로 쳐듦’이란 뜻이다. 그리고 상술했듯이, 한글개역성경(창24:65)에 ‘면박(面帕)’이란 단어가 나온다. 그런데 이 단어는 우리말 국어사전에는 나오지 않으며, 중국어성경이나 일본어성경에도 나오지 않는다. 중국어성경에는 ‘면박(面帕)’이 아닌, 帕子(수건)로 나오고, 일본어 성경에는 ベ ― ル(베일)로 나와 있다. 그리고 한글개역성경(1961년)이후에 번역된 10여 종의 한글 성경에서는 ‘너울, 베일, 면사포’ 등으로 번역되어 있다.
그렇다면 한글개역성경에만 나오는 ‘면박(面帕)’이란 이 단어를, 최초의 ‘한글개역성경’ 번역자들은 이것을 어떻게 번역해서 사용하게 되었는지 살펴보자.
- 창세기 24장 65절을 올바로 번역한 성경들은 다음과 같다.
- 다 음 -
(한글개역개정성경) 종에게 말하되 들에서 배회하다가 우리에게로 마주 오는 자가 누구냐 종이 이르되 이는 내 주인이니이다 리브가가 너울을 가지고 자기의 얼굴을 가리더라
(현대인의성경) 리브가는 면사포로 얼굴을 가렸다.
(공동번역성서) 아브라함의 종에게 물었다. "들을 가로질러 우리 쪽으로 오시는 저분은 누구입니까?" 종이 대답하였다. "제 주인입니다." 리브가는 종의 말을 듣고 너울을 꺼내어 얼굴을 가렸다.
(표준새번역성경) 아브라함의 종에게 물었다. "저 들판에서 우리를 맞으러 오는 저 남자가 누굽니까?" 그 종이 대답하였다. "나의 주인입니다." 그러자 리브가는 너울을 꺼내서, 얼굴을 가렸다.
(쉬운말성경) 그러자 리브가는 너울을 꺼내 얼굴을 가렸다.
(우리말성경) 그러자 리브가가 베일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현대어성경) 리브가는 그 말을 듣고 너울로 얼굴을 가렸다.
(쉬운성경) 리브가는 베일로 자기 얼굴을 가렸습니다.
(바른성경) 리브가는 너울을 꺼내어 자신을 가렸다.
(가톨릭성경) 레베카는 너울을 꺼내어 얼굴을 가렸다.
(중국어성경) 利 百 加 就 拿 帕 子(수건) 蒙 上 脸(얼굴을 덮다)
(일본어성경) リベカ は ベ ― ル(베일) を 取り 出してかぶった．
(흠정역한글성경) 그러므로 리브가가 베일을 취하여 자기를 가리니라.
(흠정역영어성경) therefore she took a vail(베일), and covered herself.
(NASV미국표준역성경) Then she took her veil(베일) and covered herself.
(NIV신국제역본 영어성경) So she took her veil(베일) and covered herself.
(히브리어원어성경 공인본문) - הצעיף / (너울)
본문은, 리브가가 자기 남편이 될 이삭이 자신에게 다가옴을 알고, 너울로 얼굴을 가렸다는 내용이다. 그 이유는, 당시 결혼 전에는 신부가 신랑의 얼굴을 보아서는 안 되었던 관습을 따른 것이다. 또 그것은 신부의 순결과 겸손 그리고 남편에 대한 복종을 의미했다. 위와 같이 여러 성경들은 얼굴을 가리는 것을 ‘너울, 베일, 면사포, 수건’ 등으로 알기 쉽게 번역하였다.
- 그런데 ‘한글개역성경’은 다음과 같이 본문(창24:65)을 잘못 번역하였다.
- 다 음 -
(한글개역성경) 종에게 말하되 들에서 배회하다가 우리에게로 마주 오는 자가 누구뇨 종이 가로되 이는 내 주인이니이다 리브가가 면박(面帕)을 취하여 스스로 가리우더라
이처럼 한글개역성경의 번역자들은 이 단어를 알기 쉽게 번역하지 않고, 어려운 한자어를 만들어 ‘면박(面帕)’으로 번역하였다.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면박(面帕)’이란 단어는 우리말 국어사전에 나오지도 않고 중국어성경이나 일본어성경에도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면박(面帕)’이란 정체불명의 단어는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을까? 학자들은 당시 한글개역성경의 번역자들이 ‘면박(面帕)’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창안하여 이 단어를 만들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를테면 중국어성경에는 ‘帕子(수건)’으로 번역되어 있다. 여기서 ‘박(帕)’이라는 한자는, 수건 건(巾)에 흰 백(白)을 나타내는 한자이다. 그리고 ‘면(面)’이라는 한자는 얼굴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얼굴과 수건을 함께 나타내는 ‘면박(面帕)’이라는 단어를 당시 번역자들이 창안하여 한글개역성경에 사용한 것이라고 학자들은 보고 있다.
한글개역성경에, ‘면박(面帕)’이라는 단어가 6군데(창24:65,38:14,38:19,사3:19,25:7,47:2) 나온다. 1998년에 ‘한글개역개정성경’ 번역자들은 ‘한글개역성경(1961년판)’ 가운데 6군데 나오는 ‘면박(面帕)’이라는 단어가 명백히 잘못된 번역임을 인지했다. 그래서 ‘면박’을 ‘너울’ 또는 ‘얼굴가리개’로 바꾸어 번역했던 것이다.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말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정체불명의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또 일반 상식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더욱이 이러한 단어를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사용하여 기록하는 것은 성경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행위는 성경을 읽는 독자들을 무시하거나 우롱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기독교와 관련하여 여러 종류의 성경사전이 있다. 일반적인 성경사전들은 본문에 나오는 ‘면박(面帕)’이란 단어를 사전에 실지 않았다. 왜냐하면 예나 지금이나 ‘면박(面帕)’이란 단어가 우리말 국어사전에는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 성경사전에서는 ‘면박(面帕)’이란 단어를 사전에 실어 놓았다. 그 이유는 한글개역성경(1961년)에서 ‘면박(面帕)’이란 단어가 반세기 이상 사용되어 왔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여러 종류의 우리말 국어사전에는 그 어느 곳에도 이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면박(面帕)’이란 단어를 실은 일부 성경사전들은, 우리말 국어사전에는 이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도 적시하며 실어야 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성경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이 단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함께 불필요한 오해와 의구심을 불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깨어 있는 성경 독자들 가운데는 늘 성경 오역에 대한 관심을 갖고 성경을 읽는 신자들도 있다. 그러므로 성경사전을 집필하는 연구진들은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올바른 성경 사전을 집필해야 한다.
이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장로교 신학대학의 나채운 교수는 자신의 저서인 「우리말 성경 연구」라는 책에서, “우리나라는 기독교 역사로 볼 때, 성경 번역의 면에서 서구의 선진국에 비해 번역 수준이 낮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잘못된 보수 신앙 때문에 수없이 오역된 한글개역성경을 바로잡고자 하는 개혁의 의지가 없었다.”고 했다. 또 나 교수는 ‘한글개역성경’의 오역은 구약에 8,000여 곳, 신약에 2,000여 곳 등 모두 1만여 곳에 이른다고 자신의 책에서 실제 사례를 들어 보여주었다. 이처럼 한글개역성경은 그야말로 오역투성이의 성경이다. 서두 부분의 본문인 창24:65에서도 한글개역성경은 수많은 오역 가운데 하나인, ‘너울’이란 단어를 ‘면박(面帕)’으로 엉터리 번역을 하였다. 그러므로 한글개역성경은 하루속히 이 단어를 없애고 알기 쉬운 단어로 고쳐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 개신교회의 약 5%가 아직도 오역으로 가득찬 한글개역성경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영문 / 전 경성대 교직원, 현 기독교 칼럼니스트 / 「성경 번역과 해석 올바른 설교」 저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