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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 중 서신
신현희  |  juventusjesu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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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12월 16일 (금) 23:50:16 [조회수 : 2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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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사가 교회 가지 말아야할 이유’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주일 아침, 당혹스러운 빨간 두 줄이었다. 상황판단이 필요한 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원점에서 생각해야했고 내가 서 있는 자리를 대신할 누군가를 찾아야했다. 당장 지금 이후의 몇 시간이 관건이었다. 예배인도와 설교는 협동 목사님께, 예배와 이후 애찬 전반에 대한 일은 아내에게 부탁했다. 기도, 말씀봉독과 봉헌, 애찬은 저마다 맡은 이들이 있었고, 이후에 애찬을 나누면서 성도들을 안돈시키는 일은 은퇴목사님께서 잘 맡아주셨다. 전화와 문자메시지 연락을 마치고 나서는 예배 영상을 켰다. 교회에서 언제나 영상 송출 주체였던 내가 집과 직장에서 영상으로 예배드리는 성도들의 마음을 확실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기억이 닿는 곳까지 지난 시간을 톺았다. 거실에서 간혹 콜록거리는 아이들 소리가 들렸다. 어제 집에 돌아와서 아들 녀석들을 가까이 안았던 순간이 떠올랐다. 짧게는 어제와 그저께 만난 사람들이 걱정이었다. 어제 심방한 사람들, 그저께 만나서 식사했던 이들까지 갑자기 민폐가 된 느낌이었다. 일일이 연락하는 것은 부질없이 느껴졌다. 예전만큼 감염에 노심초사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아니지만 모진 증상만큼은 이름값을 했다. 몸살처럼 몸이 무겁고 두통이 심해지면서 이게 보통일이 아니라 느꼈다. 알약을 삼키면서 저절로 긍휼을 구하는 기도를 올렸다. “주님! 저를 불쌍히 여겨주세요!”

  당장 내일도 걱정이었다. 매일 새벽기도는 협동 목사님이 맡으시겠다 하셨지만 자습(?)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하다. 교회 밖에서도 당장 이후의 시간에 해야 할 역할들이 있다. 사람을 만날 수 없는 것이 답답한 부분이다. 회의 자료도 보내 줘야하고 날인을 해야 할 일은 또 어떻게 할지 생각이 복잡하다. ‘에라 모르겠다’하고 그냥 겨울잠을 자듯 칩거해버리면 좋겠는데 무책임한 처사에 불편해할 사람들이 있다. 그냥 없어도 잘 지나갈 것 같은데, 괜히 내가 오지랖 넓게 행동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당장 해야 할 일들과, 지난 시간, 앞으로 처리할 일 때문에 복잡해졌다. 마음은 이것저것 얽혀 복잡한데 자발적 유배로 인해 문 밖에 나가지 못하니 이걸 편하다고 해야 할지 아쉽다고 해야 할지 내 감정도 모르겠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 들 새 없이, 감방의 고급스러운 사식처럼 대접에 담은 끼니를 아내가 밀어 넣어줄 때는 호강하고 있다는 착각마저 든다. 심란해서 글을 쓴다. 다음 주 설교 준비도 미리 한다. 고독을 즐기면서 교회 밴드에 바울처럼 목회서신도 쓰고, 책도 읽어야겠다. 고치 속에 들어가 있는 애벌레처럼 날개 펴고 날아갈 날 있으리라 생각하면 감상적인가?

  몸과 정신의 건강을 위해 어느 정도 포기도 필요하다. 아무리 급한 일이 내게 있어도 멈춰야할 이유가 있는 법이다. 들고난 자리가 분명한 사람이 되고 싶은가? 대체불가능한 중요한 사람이어서 내가 없는 빈자리를 누가 메꿀지 몰라 허둥대는 모습을 은근히 바라고 있나? 그런 사태를 기대한다면 실망하게 될 것이다. 물론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큰 일 감당하지 않아도 저마다 누군가에게는 꼭 있어야할 사람이다. 하지만 분수를 넘은 사명 의식은 세상의 순리에 맞지 않다. 다소 불편하고 미안할지라도 누군가 잘 감당하고 있다. 속수무책 감염병만 걸려도 그 모든 것이 부질없음을 깨닫게 되는데, 죽음이야 오죽하겠는가? 부디 내게 단절과 멈춤을 선사해준 이번 감염이 유익한 임사체험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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