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신대 기획처가 감신대 교수들의 연구부정과 관련하여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제보되거나 의심되는 사례를 자체 연구윤리위원회 혹은 외부기관이 조사한 결과를 정리해 지난 13일 교수회의에 내놨다.

<2012~~2022 연구부정행위 관련(의심) 연구실적 연구비 반환내역>이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이 문건은 연구자별로 연구부정행위를 접수(제보)받은 날짜와 횟수, 조사대상이 된 논문 혹은 저서의 수, 조사기관, 조사결과가 나온 날짜, 연구부정 유무판단, 조치 및 연구부정 내용, 연구비 수령액과 반환 여부 등을 도표로 정리한 것이다.(아래 도표 참조)

도표에서 조사 대상이 된 연구자는 20명이고 알파벳으로 익명처리 됐으나 명단의 D와 F는 동일인물이어서 실제 조사대상은 19명이다. 다만 D는 학교당국이 자체 조사한 경우이고 F는 제보에 의해 조사한 경우여서 나뉘어 표기됐다. 그 외 14명은 누군가의 제보에 의해 조사가 진행된 경우이고 본인제보라고 표기된 R,S,T,U 등 4명은 자진해서 조사에 응한 경우이다.

도표에 의하면 2014년 이후 감신대 교수 19명의 논문 34개와 저서 17개 등 총 51건에 대해 조사가 이뤄져 10명의 논문 21개와 저서 13개 등 총 34건이 연구부정으로 판단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부정이 판단되지 않은 경우는 A,C,E,G 4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O,P 2명은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본인제보 R,S,T,U 4인의 경우 표절유무가 판단되지 않았다.

연구부정의 내용은 주로 표절과 중복게재, 즉 자기표절이었고 말 바꾸어 쓰기나 각주 미표기 등도 일부 지적됐다. 저서의 경우에는 표절과 중복게재 적발과 함께 새로운 내용이 40% 혹은 80%에 미달하여 바른 저작물이 아닌 것으로 판단됐다.

연구부정이 지적된 10명 중에서 연구비를 받아 연구를 수행한 경우가 6명 11건이고 수령액은 9775만원이었다. 이 중에서 5명이 5200만원의 연구비를 반환했다. 연구부정을 판단 받지 않았지만 연구실적이 저조해 기수령한 연구비를 반환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하며 연구자 스스로 연구물을 철회하고 연구비를 반환하는 등의 사례가 4건에 1450만원이 있었다. 이 외 연구부정이 있다고 판단되나 문서보관기간이 지나 수령액은 물론 연구비반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경우가 1건 있었다.

도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유독 연구부정이 많이 지적된 D(혹은 F)와 H이다. 한해 10편을 등재지에 실었던 적도 있을 정도로 연구활동이 활발한 교수로 알려진 D는 논문 1건을 비롯해 9권 저서에서 표절과 자료의 중복사용이 지적을 받아 연구부정이 있다고 판단됐다. 그렇게 판단된 저서가 9권이고 그중 2권은 교육부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아 수행했던 사업이었는데 외부기관에서 표절과 중복게재를 판정받아 연구비가 환수됐다.

또 교육부 연구자지원사업에서 5년간 배제되는 처분도 받아 이에 불복하는 행정재판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최근 D의 패소를 확정 지었다. 연구비를 받아 수행한 2권의 다른 저서는 사기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되기까지 한 경우였으나 검찰의 혐의없음 결정으로 인해 연구비 반환에까지 이르지 않았다.

H의 경우 논문 13건과 저서 2건 등 15건에서 부당한 중복게재가 지적을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을 출처표기 없이 학술논문으로 만들고 다시 이 논문을 교수 승진을 위한 저서로 만들며 출처 표기 없이 사용한 자기표절의 경우인 것으로 전해진다. 저서의 경우 2013년 저서가 새로운 내용 40%를 채우지 못한 ‘부당한 중복게재’로 판단하고 교원인사위원회에서 (승진)재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징계나 연구비 환수는 없었고 새로운 저작을 내는 것으로 대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윤리위원회는 ‘부당한 중복게재를 통한 부당한 연구비 수령문제’에 대해선 “문서보관기간 초과로 폐기되어 판단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H의 경우가 눈길을 끄는 것은 자신도 연구부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면서 그동안 다른 교수의 연구부정을 지적해온 인물로 지목되는 점에 있다. 연구부정 건수도 조사가 이뤄진 교수들 중에서 가장 많아 내로남불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이는데 연구부정으로 비판대에 올랐던 몇몇 교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론화를 비켜간 점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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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다수의 연구자들에게서 연구부정이 드러나게 된 계기가 올바른 연구윤리의 확립을 위해서지만 교수들의 알력다툼이나 헤게모니 장악 등 특정한 목적에서 출발했다고 보는 견해도 많다. 연구부정 조사가 거의 모두 제보에서 출발했다는 점은 이런 의심을 키우는 대목이다. 어떤 경우는 검찰고소까지 진행되는 과열양상을 띠기도 했다.

<2012~~2022 연구부정행위 관련(의심) 연구실적 연구비 반환내역>이 13일 교수회에서 보고됐을 때 이의를 제기하는 교수는 없었다고 한 학교 관계자가 전했다. 치부일수 있는 교내 연구자들의 연구부정을 숨기지 않고 공개한 점은 건강한 조직으로 거듭나려는 의지로 평가할만 하다.

이 관계자는 “2009년에 도입되고 2016년에 한 차례 업데이트 된 감신대 연구윤리규정의 정신은 지나간 사건을 팩트체크하여 문제의식을 심각하게 느끼고 통감하고 책임지려는 태도를 가지라는 게 중심이지 누구를 특정하여 이슈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서 “책임을 통감하고 재발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보임으로 연구윤리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인식하는 타산지석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럼으로 신뢰를 재고할 수 있고 글쓰기도 조금은 더 기준에 부합하려고 애쓰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감신대는 이 문제를 어떻게 털고 연구분위기를 활성화 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데 우리 내에 모멘텀을 위해서라도 카피킬러를 돌려서 내던지하여 자기 논문의 오류를 살피고 이후 새로운 합의가 결정되면 이후 연구물을 심각하게 다룰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감신대는 교수들에게 시비가 걸릴만한 연구물을 철회하고 기수령한 연구비를 반납하도록 하는 <교내 연구비 반납 및 연구실적 철회 요청서>를 작성케 해 더 이상 연구물로 인한 논란이 일지 않도록 계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