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시는 중년 부인이 개척교회에 나오셨다. 남편이 없어 혼자 벌어 먹고사시는 분이란다. 어느 날 그 집사님이 쉬는 날이 생겨, 심방을 갔다. 안방 아랫목에 누가 누워 있는 것 같아 누구냐 물어보니, 남편이란다. “남편이 없다더니 웬 남편이요?” “중풍이 걸려 매일 누워만 있어 부끄러워 없다고 했어요.” 개인택시 운전기사였는데, 매일 술을 즐겨 마시다가 중풍이 걸려 몇 달째 누워 지낸단다. 그분의 눈빛을 보니 아직 생기가 있다. 팔과 다리를 움직여 보니 잘하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다음 날부터 그 집으로 출근하였다. 부인은 일터에 가고 친정엄마가 풍을 맞아 드러누워 있는 사위를 돌보며 집을 지킨다. 일으켜 앉혀 놓고 기도하고 팔다리를 주물러주고 마사지도 해 주었다. 풍이 걸렸다고는 하지만 아직 다리나 팔이 마비되거나 오그라들지도 않았다. 내 생각 같아서는 열심히 근육운동을 시키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다. 매일 가서 운동시켜 드렸다. 누워 있는 환자를 억지로 일으켜 세워 창문틀을 잡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해서 시켰다. “앉으세요.” 하면 해보지도 않고 지레 겁을 먹고 “안 되는데요.” “안 되는데요”를 거듭 말하면서도 내가 어깨를 껴안고 일으켰다 앉혔다 하면 간신히 나를 의지해 반복 동작을 하신다. 간신히 나를 따라 동작은 하면서도 입에선 계속 “안 되는데요.” “안 되는데요”를 반복해서 말하며 포기하려고 하신다.

     실제로 안 되는 게 아니고, 그분의 마음이 안되는 걸로 결정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의 뇌에선 동작을 중지하고 누워 지내는 걸로 입력된 것이다. 가족들도 정말 안 되는 걸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였다. 부인조차도 포기한 상태였다. 이럴 때 그냥 내버려 두면 정말 누워서 일어나지 못하는 수도 있다. 보통 사람들도 방에 누워서 수개월 동안 근육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육에 힘이 빠져 걸을 수가 없다.

     예수님께서도 중풍 병자를 일으켜 세우시기 전에 네가 낫고자 하느냐?(요5:6)고 환자의 의지를 먼저 테스트하셨다. 환자 본인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살려는 의지가 있으면 큰 죽을병이 아니면 살 수 있다. 질병뿐만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시도해 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은 늘 생각만 하고 해보지도 않고 포기한다.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 자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 실패는 잘못도 아니고 부끄러운 것도 아니다. 실패를 많이 해본 사람만이 바른길을 찾아낼 수 있다. 자기가 실패한 것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용기 있는 사람이고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다.

     매일 연습을 시켰더니 이젠 “안 되는데요”란 말을 하지 않으신다. 사지가 멀쩡하고 체력도 아직 야위지 않은 상태라 식사만 잘하고 꾸준히 근육운동을 하면 스스로 일어서 걸을 것 같다. 약 1주일 정도 집에서 훈련을 마친 후 내일서부터는 밖에 나가겠다고 환자의 장모에게 환자가 신을 신발을 좀 사다 놓으시라 부탁하였다. 다음날 왔더니 신발을 사다 놓지 않으셨다. 왜 사다 놓지 않았느냐 물으니 “목사님이 농담으로 하시는 말씀인 줄 알았어요. 저 등신이 어떻게 걸어 나가요!” 하시다. 꼭 사다 놓으란 부탁 하고 다음 날 다시 방문하였다. 이번엔 정말 고무신을 사다 놓으셨다. 환자에게 고무신을 신겨 겨드랑이로 환자를 껴안고 계단을 한 발짝 한 발짝 간신히 내려갔다. 2층집이라 다행히 한 층만 내려가면 밖이다. 1층 아파트 앞 화단에서 종이컵에 흙을 담게 하였다. 그리고 환자의 한쪽 손에 들려 그것을 그의 방 텔레비전 위에 올려놓게 하였다. 그리고 부인이 저녁에 퇴근하고 오면 “내가 1층에 내려가 주워 왔다”라고 말하라고 시키다. 저녁에 퇴근하고 돌아온 부인이 텔레비전 위에 뭐가 있는 것을 보고는 이게 뭐냐고 남편에게 물으니 남편이 “모르겠는데. 그게 뭔데?”라며 되물었단다. 기억하지 못하였던 거다. 하여 친정엄마한테 물으니 “저 등신이 목사님하고 1층 화단에 내려가 퍼온 흙이다”라고 말하니, 딸이 깜짝 놀라며 정말이냐고 몇 번이나 물으며 깜짝 놀라더란다. 매일 아랫목에 누워만 있던 남편이 밖엘 나갔다 왔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았던 거다.

     그렇게 걷기훈련을 시작하여 불과 2개월 만에 그분이 절뚝거리며 교회에 출석하였다. 교인들에게 이분이 과거에 운전을 잘하는 개인택시 운전기사였다고 소개하고 교회 차의 운전을 해보게 하였다. 교인들을 가득 태우고 그분이 시동을 걸게 하였다. 승차한 모든 교인의 시선이 모두 그의 손으로 간다. 그분이 자동차의 시동을 걸자마자 곧 시동이 꺼진다. 다시 그분이 시동을 걸려고 키를 돌리자 드르륵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또 시동이 곧 꺼진다. 교인들이 그러면 그렇지 하며 실망하는 눈치다. 나는 낙심하지 않고 몇 번 반복하여 시동 걸기를 시도하도록 하였다. 한 대여섯 번 하더니 정말 이번엔 시동이 걸렸다. 차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몇 미터 정도는 불안하게 가더니 그 후에는 천천히 무리 없이 운전을 잘한다. 과거에 모범택시 기사의 실력이 나온 것이다. 그렇게 하여 그분이 교회 차의 운전 봉사자가 되어 주일과 수요일마다 차량 운행을 하셨다. 함께 지내다 보니 그분은 심성이 매우 고운 분이었다. 술이 그분을 한때 그렇게 망치게 한 것이지 그분은 태생이 선하고 좋은 분이었다. 그분이 일어서게 된 것은 어느 한 사람의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니다. 부인과 가족들의 끊임없는 응원과 기도 그리고 자신이 일어서겠다는 강한 의지에 의한 것이었다. 하고자 하는 긍정적인 마음과 의욕이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음속에 안 된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품으면 정말 안 된다. 바울은 늘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았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빌4:13)”며 당당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잘 감당하였다.

    이 글은 필자의 저서 "박애로 충만한 영혼을 꿈꾸며 - YES24"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