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부 하나님>, 팀 켈러 저, 윤종석 역, 두란노서원 2016

<탕부 하나님>은 책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누가복음 15장에 기록된 ‘잃어버린 아들을 되찾은 아버지 비유’를 중심으로 한다. 흔히들 이 비유를 ‘탕자의 비유’라고도 한다. 이 비유는 너무나 유명해서 교회를 다니든, 그렇지 않든 많은 사람들이 적어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비유를 알고는 있지만, 올바르게 해석하고 있는 사람들은 적다는 것이 팀 켈러의 지적이다. 

이 비유에는 아버지, 맏아들 그리고 둘째 아들이 등장한다. 맏아들의 심성은 아버지의 말씀을 어긴 적이 없을 만큼 착하다. 그러나, 둘째 아들은 형의 심성과는 정반대되는 인물이다. 어느 날은 둘째 아들이 아버지에게 가더니, 대뜸 본인 몫의 유산을 미리 달라고 요구한다. 엄격히 가부장적이었던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요구였다. 살아있는 아버지에게 유산을 미리 달라는 것은 ‘나는 당신이 얼른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과 같았기 때문이다. 둘째 아들은 오늘날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 시대의 패륜아 중의 패륜아였다. 그 가부장적 시대의 일반적인 아버지였다면 그런 무례한 요구를 듣는 즉시 그 아들을 호적에서 파내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달랐다. 그 말도안되는 요구를 들어준 것이다. 팀 켈러에 따르면 당시의 시대적 관습에서는 맏아들이 모든 유산의 3분의 2를 받도록 되어 있었다. 따라서 그 둘째 아들은 3분의 1에 해당하는 유산을 받아 고향을 떠난다.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타국에서 둘째 아들은 받은 유산을 흥청망청 낭비하며 살게 된다. 이런 그의 방탕한 삶으로 인해 우리는 그에게 ‘탕자’라는 별명을 붙여주게 된다. 그래서 탕자의 비유라고 하면 보통은 아버지의 재산을 낭비한 둘째 아들의 이야기라고들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비유의 진정한 주인공은 첫째 아들이다. 탕자가 타국에서 방탕하게 살며 모든 돈을 소진하였을 때 그는 모든 것을 잃었다. 그는 후회하며 아버지께로 돌아가 품꾼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한다. 미리 아버지께 어떻게 말씀드려야할지도 여러 번 연습하였다. 그가 고향에 돌아왔을 때, 그의 아버지가 그를 멀리서 알아보고는 한걸음에 달려왔다. 그리고 그가 아버지 앞에서 후회하며 연습한 용서를 구하며 품꾼이 되려하나 그의 아버지는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그의 종들에게 시켜 그에게 가장 좋은 옷과 반지와 신발을 신기도록 한다. 그를 아버지의 품꾼들 중 하나가 아닌 귀한 아들로 회복시키신 것이다.

과거 우리 사회에서 이웃집의 숫가락과 젓가락이 몇 개인지 알았듯이 그 시대의 마을 사람들은 그 집안의 둘째 아들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에 그의 아버지는 살진 송아지를 잡아 둘째 아들을 받아들이는 공식적인 잔치를 연다. 맏아들은 평소 그가 해왔던 대로 착실히 밭에서 일을 끝내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가 집에 거의 도착했을 때 그의 동생이 돌아왔으며 그의 아버지가 그를 위해 잔치를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분노하게 된다. 이어 그는 그 잔치에 참여하지 않자 그의 아버지가 직접 그에게 와서 그를 잔치에 초대한다. 

맏아들의 분노는 어디로부터 왔을까. 맏아들은 누가 뭐래도 맏아들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집에서 열심히 일하며 착실하게만 살면 아버지의 재산이 그의 것이 되는 것이었다. 그가 고향을 떠나 모험을 할 필요는 없었다. 모든 것이 그의 것이었으니까. 그의 동생도 이를 알았을 것이다. 때문에 동생은 패륜적일지는 모르나 모험을 하였다. 기어코 그의 몫을 받아내고야 만것이다. 이로써 그의 형이 물려받게 될 재산은 3분의 1이 줄었다. 그런데, 그 동생이 다시 돌아오고 말았다. 아버지는 맏아들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동생을 다시 아들의 자리로 회복시키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면 맏아들이 물려받게 될 재산에서 다시 동생 몫의 3분의 1을 떼게 생겼다. 맏아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은 이유, 아버지의 명을 한번도 어기지 않고 착실히 일했던 이유, 모든 이유는 아버지의 재산이 그의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둘째 아들과 아버지가 그의 계획을 방해한다. 그러니 얼마나 화가났을까. 

첫째 아들은 그의 착실함을 통해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의 착실함이 결과적으로는 그를 교만하게 하였으며 그의 아버지와 거리를 두게 만들었다. 그 아버지는 사실 둘째 아들만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첫째 아들도 잃어버린 것이었다. 둘째 아들은 뚜렷한 잘못으로 인정하고 회개하며 아버지께로 돌아왔다. 그러나, 도덕적으로 나무랄 것이 없는 첫째 아들은 어떻게 아버지께로 돌아올 수 있을까. 

누가복음 15장의 청자는 세리와 죄인들이기도 했지만,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이기도 했다. 예수님께서 이 비유를 하신 목적은 첫째 아들과 같은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을 일깨우기 위함이셨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실 때에는 세리와 죄인들과 같은 사회적으로 억압받고 눌린 자들은 위로와 구원을 얻었다. 그러나, 당시의 기득권층이던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은 그런 예수님의 말씀이 늘 불편하였다. 팀 켈러는 묻는다: 오늘 날 교회는 예수님때와 같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복음을 위해 존재하는지, 아니면 기득권들의 고상한 사교적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지. 

탕자를 영어에서는 ‘prodigal son’이라고 하는데, prodigal은 ‘헤프게 쓰는’, ‘낭비하는’ 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 모두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았다. 둘째 아들만 물리적으로 떠나있었기에 잃어버린 아들이 아니라 첫째 아들도 아버지를 따랐던 것은 그가 물려받게 될 재산이라는 목적이 있었기에 그 또한 잃어버린 아들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 두 아들을 사랑하였고, 모두 잔치에 초대하였다. 팀 켈러는 prodigal 이라는 형용사를 아버지에게 붙이는데, 대가 없이 모든 자녀를 사랑하여서 그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흩뿌리기 때문일 것이다. 

대림절 기간동안 매년 반복되는 연례행사가 아닌 탕부 하나님의 값없는 은혜를 느끼며 늘 겸손히 우리 모두 하나님과 가깝게 되는 특별한 시간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민학기(윌로우리버 연합감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