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를 나눠주는 게 ‘신사도운동’인가?

지난 2009년 순복음교회 강남 제2성전에서 신사도운동주의자들의 집회가 열렸다. 당시 사도를 임명하는 권한을 가진 ‘피터 와그너’는 여기에 강사로 초청을 받았는데, 그때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총재였던 김준곤 목사도 함께 했다. 오늘날 신사도운동은 한국의 대형교회들인 여의도 순복음교회, 온누리교회, 명성교회, 광림교회 등을 통해 국내에 들어와 있다. 특히 故하용조 목사의 온누리교회는 신사도운동의 선봉에서 열심히 이 운동을 홍보해 왔다. 또 이 교회에서는 매주 손기철 장로를 통해 ‘신사도운동’을 실험해 왔다.

신사도운동(新師徒運動)이란, 미국의 ‘피터 와그너’ 신학 교수가 세운 현대판 은사 운동이다. 그는 교회를 세우는 다섯 가지 은사자들인 사도, 선지자, 복음 전하는 자, 목자(목사는 오역), 교사들이 오늘날에도 교회 안에서 자리를 잡아야, 비로소 하나님께서 원래 계획하신 대로 올바른 교회가 세워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그는, 신사도운동가들이 오늘날에도 하나님으로부터 직통 계시를 받아 신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지난 1600년 동안 교회의 직분 체제가 비성경적이었다’고 하며, 자신이 주도하는 운동에 대해 ‘1517년 루터와 칼빈 등이 일으킨 종교개혁보다 더 큰 개혁운동이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는 이런 신사도운동과 관련하여 여러 사항들에 대해 성경 말씀과 비교하여 구체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신사도운동가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내세우는 성경 구절은 로마서 1장 11절인데, 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 로마서 1장 11절의 여러 성경들의 번역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다 음 -

(한글개역성경) 내가 너희 보기를 심히 원하는 것은 무슨 신령한 은사를 너희에게 나눠 주어 너희를 견고케 하려함이니

(한글개역개정성경) 내가 너희 보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은 어떤 신령한 은사를 너희에게 나누어 주어 너희를 견고하게 하려 함이니

(공동번역성서) 내가 여러분을 애타게 만나보려는 것은 여러분과 함께 영적인 축복을 나눔으로써 여러분에게 힘을 북돋아주려는 것입니다.

(현대인의성경) 이처럼 내가 여러분을 간절히 만나려고 하는 것은 영적인 축복을 나눔으로써 여러분의 믿음을 강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바른성경) 내가 너희 보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은 어떤 영적인 은사를 너희에게 나누어 주어 너희를 견고하게 하려는 것이니

(흠정역한글성경) 내가 너희를 간절히 보고자 함은 내가 너희에게 어떤 영적인 은사를 나누어 주어 끝까지 너희를 세우려 하기 때문이니

(흠정역영어성경) … I may impart unto you some spiritual gift(영적인 은사) …

(NIV신국제역영어성경) … I may impart to you some spiritual gift(영적인 은사) …

(일본어성경) あなたがたに 靈の 賜物(영적인 은사)を 幾分でも 分け 與えて…

(중국어성경) 要 把 些 屬 靈 的 恩 賜(영적인 은사) 分 給 你 們 …

(헬라어성경) … γαρ ιδειν υμας ινα τι μεταδω χαρισμα(카리스마/은사, 선물) …

로마서는, 사도 바울이 로마에 있는 지역 교회에 보낸 편지이다. 바울은 로마교회 신자들에게 자신이 가르치고 전하는 복음이 어떤 것인지 알리고자 했다. 그래서 그는 신자들에게 사도인 자신에 대해 소개하고, 사람이 어떻게 구원을 받으며, 또 그 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실생활에 대해서도 권고하였다.

본문 내용에서, 사도 바울의 간절한 바람은 자신을 통해 로마교회의 신자들이 영적으로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었다. 바울은 딤후1:11에서 “내가 이 복음을 위하여 선포자와 사도와 교사로 세우심을 입었노라”고 했다. 여기서 선포자(전도자)와 사도와 교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바울에게 주신 ‘은사들’이다. 그래서 바울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은사들을 통해 로마교회 신자들과 함께 영적인 축복들을 나누고자 했던 것이다.

로마서 1장 12절에, “너희와 나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피차 안위함을 얻으려 함이니”라는 말씀이 바로 이에 해당하는 것이다. 즉 바울 자신과 로마교회 신자들이 상호간에 서로 격려를 받게 된다는 말씀이다. 다시 말해, 로마교회의 신자들은 사도 바울로부터 ‘말씀 사역’을 통해서 영적인 성장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씀 사역은 로마서 12장 7절에 나타나 있는 것처럼, 말씀을 ‘가르치는 자’에 해당하는 은사로서, 신자들은 이 말씀을 듣고 영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롬10:17에서도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말씀에 의해 온다’고 했는데, 이처럼 신자들은 ‘말씀’을 통해 영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래 전부터, 본문을 왜곡하면서 잘못 해석하고 가르쳐 온 집단들이 생겨났다. 특히 20세기 초에 미국에서 시작된 ‘은사주의’는 오늘날까지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 이 은사주의는 성경 말씀보다는 개인의 영적 체험, 즉 성령체험과 방언 그리고 병 고침과 귀신 쫓음 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 ‘은사주의’와 관련하여 생겨난 ‘신사도운동’ 이란 것이 있다. 이것은 초대 교회에 일어났던 성령의 역사와 더불어, 엡4:11의 사도와 선지자의 은사가 오늘날에도 재현될 수 있다고 믿는 운동으로, 미국 풀러신학교 교수인 피터 와그너가 세운 현대판 은사주의 운동이다. 그리고 이 운동과 관련하여 생겨난 ‘임파테이션’이란 것이 있다. 이것은 신사도운동가들이 특별한 집회를 통해 하나님으로부터 직통 계시를 받아, 성령의 은사가 전이(임파테이션, impartation)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신사도운동가들은 임파테이션에 대한 성경 말씀의 근거를 롬1:11에 두고 있다. 앞서 언급한 영어 성경들에 “ … I may impart unto you some spiritual gift” (내가 너희에게 어떤 영적인 은사를 나누어 준다)고 했다. 여기서 밑줄 친 영어 단어 ‘impart’는 ‘나누어 주다’라는 동사이며, 명사로는 ‘impartation’인데, 여기서 ‘임파테이션’이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그리하여 신사도운동가들은 자신들의 안수를 통하여 성령의 능력이나 은사를 전이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해 왔다. 그럼 여기서 신사도운동가들이 교회 집회 현장에서 행하는, 여러 사례들에 대해 알아보자.

- 신사도운동가들이 본문(롬1:11)을 잘못 해석하고 적용한 사례들

사례 1) 제목 : 신령한 은사를 나눔

은사주의에 속하여 신사도운동을 주장하는 자들은, 본문 말씀(롬1:11)에서, 사도 바울이 “어떤 신령한 은사를 너희에게 나누어 준다”라고 했기 때문에, 그들도 바울처럼 신자들에게 안수를 하면, 성령의 은사가 전이된다고 한다. 예컨대, 온누리교회의 손기철 장로는 오래 전부터 “임파테이션(Impartation)”을 은사의 전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성령의 역사의 주체가, 하나님이 아닌, 인간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 비평 : 이것은 성경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으로써, 비성경적이며 잘못된 해석이다.

사례 2) 제목 : 바울의 은사 나누어 주기

어떤 은사주의자들은 말하기를 “바울 사도는 왜 그토록 로마에 있는 성도들을 만나고 싶어했는가?”라고 말하면서, 그들은, 바울이 신령한 은사를 나누어 주기 위하여 그들은 만나려고 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신령한 은사란, 예언이나 방언 그리고 병 고치는 은사 등과 같은 신기한 이적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은사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안수나 특별한 기도를 통해, 신자들에게 신기한 능력이 전달된다고 한다.

- 비평 : 이것은 성경 본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생겨난, 비성경적인 해석에 불과하다.

사례 3) 제목 : 바울이 나눠줄 신령한 은사의 종류들

또다른 은사주의자들은, 바울이 말하는 ‘신령한 은사’란 다름 아닌 성령으로부터 받은 지혜나 지식, 재능, 사랑, 사명 등과 같은 은사들을 의미한다고 한다. 또 교회 안에서나 개인의 생활을 통해 내주하시고 역사하시는 성령의 특별한 은사인, 각종 방언이나 예언, 영들 분별, 병 고치는 은사 등도 포함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그들은 고전 12:28에 언급된, 사도와 선지자와 교사 등의 은사도 이에 해당된다고 한다.

- 비평 : 이들은 성경에 나타나 있는 은사들에 대해, 그것들을 잘못 이해하고 적용한 것이다.

상술했듯이, 사도 바울의 ‘영적 은사’란, 고전12:28의 선포자(전도자)와 사도와 교사였던 바울의 은사, 즉 말씀 사역(말씀을 가르침)의 은사를 말한다. 그래서 신자들은 이 말씀을 통해 영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사도 베드로도 자신의 서신을 통해 “순수한 말씀의 가르침을 받아야 영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벧전2:2, 흠정역)”고 했다. 그러나 신사도운동가들은 본문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신령한 은사란 예언이나 각종 방언 그리고 병 고치는 은사 등과 같은 이적을 주장해 왔다.

또한 그들은 임파테이션, 즉 성령의 능력이나 각종 은사와 심지어 사도와 선지자의 은사도 안수를 통해 전이시킬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건전한 성경 학자들은, 임파테이션과 신사도운동 그리고 은사주의에 관한 모든 것들이 성령의 은사가 아닌, 마귀의 역사에 의해 생겨난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므로 영적으로 거듭난 신자들은 이러한 악한 영들에게 미혹되거나 속아서는 안 되며, 성경에 나오는 ‘은사’에 대해 올바른 지식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성경 말씀을 올바로 분별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지고 악한 영들을 대적하며 비성경적인 신사도운동을 거부하며 물리쳐야 할 것이다.

권영문 / 전 경성대 교직원, 현 기독교 칼럼니스트 / 「성경 번역과 해석 올바른 설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