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학
캐서린 켈러 방한, 생태신학의 지구적 전환 요청원광대학교,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연세대학교, 서울교회에서 세미나
박일준  |  iljoon85@naver.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22년 11월 16일 (수) 23:50:07
최종편집 : 2022년 11월 22일 (화) 00:09:31 [조회수 : 2081]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텔레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미국 드류대학교의 구성신학 교수인 캐서린 켈러(Catherine Keller)가 2022년 11월 9일 ‘인간기술공생네트워크’(HTSN)의 초청과 ‘한-미 인문분야 특별협력사업’의 일환으로 방한하여 원광대학교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연세대학교 기독교문화연구소 그리고 인간기술공생네트워크와 더불어 학술 컨퍼런스와 세미나 일정을 가졌다.

 

   
▲ 원광대학교 국제컨퍼런스
   
▲ 원광대학교 국제컨퍼런스

11월 10일(목) 원광대학교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는 “동북아시아의 생태위기와 공생: 연대와 협력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제7차 NEAD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였으며, 이날 오전 캐서린 켈러 교수는 “지구와 우리: 물(物)의 취약성과 진동으로서 사랑의 얽힘”이란 제목으로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이날 발표에서 켈러는 교회권력과 세속권력의 초월성을 정치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기독교의 핵심교리인 성육신 개념이 오용되었던 역사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기후재난과 지구온난화 시대에 성육신의 의미를 온전히 재해석하기 위해 “지구의 물질생태학”(the material ecology of the Earth)이라는 교차학문적인 작업을 시도하였다. 교회가 로마제국의 권력과 일체가 된 후, ‘하나님이 육이 되셨다’는 성육신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가 죽음의 세력을 이기셨다’는 승리주의적 해석으로 바뀌었고, 구원은 이 세계를 벗어나 내세의 천국으로 나아가는 것으로 그 본질과 다르게 해석되었음을 지적하면서, 켈러는 우리의 삶의 터전인 지구가 기후변화와 생태계 위기로 치달아가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성육신’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켈러는 지금 우리가 당면한 위기들이 창조세계의 물(物)을 부차적이고, 타락한 것으로 간주하고, 하나님의 몸인 우주/지구를 죽음을 이기신 그리스도의 부활 상징을 통해 초월적 예외주의로 대치하면서 일어난 일임을 신학적으로 반성하고 있다. 이러한 초월과 내재의 이분법을 넘어, 켈러는 ‘우리의 몸들이 함께하는 곳에는 어디나 하나님의 영이 함께 하신다’는 말씀을 “인터카네이션”(intercarnation) 개념으로 재해석하면서, 하나님 안에서 온 만물의 상호연결과 내재성을 강조한다. 초월성은 이 지구와 세계를 포기하고 내세로 탈주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의 고난과 고통을 포함한 하늘과 땅 사이에 얽혀있는 물질성을 품고, 하나님의 영을 체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켈러는 윌리암 코널리, 제인 베넷, 카렌 바라드(관계적 존재론) 등의 신물질주의 사상가들과 신학자들, 특히 과정신학자들을 엮어 동맹을 만들면서, 종교뿐 아니라 비종교적 지혜들로부터 오늘날의 민주주의 위기와 생태위기에 맞서 생태정치적 치유를 위한 행성적 기획에 참여하기를 촉구한다. 우리가 종교를 공유하든지 그렇지 않든지, 혹은 어떤 종교를 공유하든지 간에 우리는 생태정의 속에서 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월적 예외주의가 아니라, 모든 만물과 함께 그리고 만물을 넘어 하나님의 품 안으로 나아가는 상호관계성과 상호적 참여의 세계관으로의 전환이 특별히 기후변화와 생태위기 시대에 신학적으로 요청된다는 말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어떻게 우리가 서로의 일부가 되는가의 문제가 남는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켈러는 대화의 역량을 키워 ‘생태-에큐메니즘’ 혹은 ‘생태적 일치의 신학’을 도모하고, 이러한 다중적 지혜들을 ‘생태적 역장’(forcefield)으로 모아내자고 호소한다. 특별히 켈러의 이번 강연은 비기독교인들, 무종교인 지식인들, 원불교인을 청중으로 하는 강연이어서, 무종교인의 비율이 점차 인구의 주류가 되어가는 시대에 교회와 신학이 세상을 향해 어떤 선교적 몸짓을 전할 수 있을지를 예시하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연세대학교 컨퍼런스
   
▲ 연세대학교 컨퍼런스
   
▲ 연세대학교 컨퍼런스
   
▲ 연세대학교 컨퍼런스
   
▲ 연세대학교 컨퍼런스
   
▲ 연세대학교 컨퍼런스

같은 날(11월 10일) 오후 5시 연세대학교 기독교문화연구소의 초청과 김정형 교수의 주관 하에 열린 “생태사물신학 국제컨퍼런스”에서 박일준 교수는 “물(物)과 함께 살아가기: 연장력(extendibility)으로서 인간 – 여인(與人)의 신학”이라는 주제로 발표하였으며, 이어서 캐서린 켈러 교수는 “권력, 묵시적 종말론 그리고 사랑의 하나님”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였다. 이후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박일준은 ‘지렁이가 인간문명을 발족시켰다’는 찰스 다윈의 말을 인용하면서, 생명의 존재들은 언제나 비생명의 존재들, 즉 비유기체적 존재들과 얽혀 살아가고 있음을 주지시켰다. 일반적으로 균류는 인간이 회피하거나 퇴치해야 하는 것으로 간주되지만, 실상 우리 몸은 음식물을 소화하기 위해 박테리아, 미생물들과 공생하고 있으며, 성만찬에 사용되는 빵과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서도 곰팡이 균류와의 협업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표적 음식인 김치 혹은 치즈 등을 만들 때도 곰팡이 균류와의 ‘함께-만들기’(sympoiesis)가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특히 나무의 경우에는 뿌리와 이 균근류 사이의 ‘함께-만들기’가 없다면 존재를 장담할 수도 없다.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생산한 탄소 생산물을 균근류에 나누어주고, 대신 균근류로부터는 광물에서 채취한 미네랄과 같은 필수영양분들을 공유받기 때문이다. 또한 숲속 나무들이 서로를 향해 소통할 때, 뿌리와 뿌리를 이어주는 이 균근류 네트워크는 나무들의 삶에 필수적이다. 이는 존재란 홀로 자립하거나 독립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들과 함께 존재와 삶을 만들어 나가는 것임을 의미한다.

이 존재 역량이 인간에게는 다른 존재로 연장하여 새로운 존재의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는 ‘연장력’(extendibility)으로 나타나며, 이를 통해 ‘포스트휴먼’ 혹은 ‘자연적으로-태어난 사이보그’를 가능케 한다. 고려문인 이규보는 이것을 ‘여물’(與物, staying with things)이라고 표현하였으며, 박일준은 이것을 기후변화와 생태위기 시대를 위한 종교철학적 담론으로 연장하여 ‘여인’(與人)으로 표현하고 있다. 계속해서 박일준은, 인간이란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들과의 관계를 통해 창발하는 것이며, 그래서 ‘인간’이란 생물유기체의 속성이 아니라, 관계의 역량이며 이를 통해 주변의 다른 존재들과 어떤 관계성을 엮어 나가는지에 따라 그 존재 네트워크는 인간(人間), 즉 ‘사람-사이’를 실현할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캐서린 켈러는 “권력, 묵시종말론 그리고 사랑의 하나님”이란 제목의 발표에서 기후변화와 범지구적 재난의 발생 그리고 전쟁이 발발하면서 점차 ‘아포칼립스’의 종말론적 상상력에 지배당하는 우리 시대의 모습을 ‘하나님으로부터-버림받음’(Godforsakenness)의 상황에 놓인 십자가 상의 예수의 모습을 통해 신학적으로 성찰하고 있다. 고난과 고통의 상황 속에서 우리는 이 ‘버림받음’(godforsakenness)의 경험, 즉 심지어 하나님조차 ‘나’를 외면하신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과 두려움과 불안을 뼈저리게 겪게 된다. 오늘날 SF 영화들이 더 이상 미래의 찬란한 진보문명에서부터 시작하지 않고, 오히려 완전히 망해 폐허가 된 지구의 모습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아마도 문명적으로 이 ‘버림받음’의 경험을 문화적 증상으로 체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후위기, 생태위기, 팬데믹의 위기들을 겪어가면서 문명과 세계와 우리들 각자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이 ‘버림받음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 버림받음의 경험이 존재와 삶의 포기와 체념으로 나아가는 대신 새롭게 작용할 수 있음을 켈러는 강조한다. 그것은 우선 그 최악의 순간에 겪어야 했던 그 버림받음과 비통함을 (외면하거나, 환상으로 대치하기보다는) 정면으로 마주함을 통해 가능하다. 그 ‘버림받음의 경험’이 우리의 온몸을 통해 오장육부로 전해져 느껴질 때, 우리는 우리와 함께하는 다른 존재들의 그 처절한 고통과 고난을 반향할 수 있으며, 이 고통의 함께함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이 그 ‘버림받음의 순간’에 겪으셨을 그 고난과 고통에 동참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요한계시록은 제국 권력과 결탁한 자본과 종교의 형상을 용, 짐승, 큰 음녀의 모습으로 그려내면서, 아포칼립스가 지구 혹은 세계의 끝이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새하늘과 새땅을 열어나가는 새로운 시작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켈러는 이 새하늘과 새땅의 새로운 시작이 com/passion, 즉 ‘고통에-함께-하는-열정’(com-passion)으로 열리며, 이는 곧 십자가에서 ‘신으로부터-버림받음의 상태’로 진입하는 하나님의 경험 속에서 열리는 것임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사랑’의 하나님의 참모습이다. 켈러는 이 사랑의 능력과 잠재력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으로 ‘아미포텐스’(amipotence)를 제안한다. 여기서 사랑은 최종의 해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 사랑이 절망을 치유할 수 있으며, 언제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힘을 지녔다고 강조하였다.

 

   
▲ 서울교회 세미나
   
▲ 서울교회 세미나
   
▲ 서울교회 세미나

11월 12일(토) 11시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서울장로교회(손달익 목사)에서 인간기술공생네트워크(상임대표: 김은혜 교수) 주관으로 열린 “한국 신학자들과의 대화 세미나”에서 켈러 교수는 “결국 묵시적 종말론?: 기후와 정치, 그리고 가능한 것에 대한 신앙”의 제목으로 발표하였으며, 이후 모인 신학자, 철학자들과 대화시간을 가졌다.

발표문에서 켈러는 자신의 첫 번째 저서인 『묵시적 종말론, 그때와 지금』(Apocalypse, Now and Then, 2004)을 출판할 당시에는 주로 기독교 페미니스트의 시각에서 ‘아포칼립스’(apocalypse)가 문화적으로 사용되는 상황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데 주력했음을 회고하면서, 2021년 출판된 『묵시적 종말론에 맞서서: 기후, 민주주의 그리고 마지막 기회들』(한국기독교연구소, 2021)에서는 특별히 팬데믹의 상황하에서 기후변화와 생태위기를 중심으로 ‘아포칼립스’가 문화적으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이 아포칼립스의 상징이 오늘날과 같은 지구적 재난의 시대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재해석하였다. 켈러는 이것을 ‘묵시-종말론적 마음쓰기’(apocalyptic mindfulness)라 이름붙였다.

이미 미국의 소위 보수적 개신교는 세대주의(dispensationalism) 신학을 통해 아포칼립스의 종말을 강조해 왔으며, 오늘날에는 지구적 재난들과 위협들이 보여주는 교차횡단성(intersectionalism)의 깊이를 노출해 주고 있다. 켈러는 이것을 익살스럽게 ‘트럼프칼립스’(Trumpcalypse)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이 교차횡단성은 절망과 좌절의 담론이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아포칼립스에 대한 ‘급진적 꿈읽기’(radical dreamreading)를 요청한다고 강조한다. 이 급진적 꿈읽기는 ‘은유’(metaphor) 읽기를 넘어 은유와 상징들을 가능케 하는 근원적인 배후의 힘을 읽어낼 것을 요청하는데, 그 힘을 켈러는 ‘메타포스’(metaforce)라고 표현하였다.

하지만 메타포스를 읽어내는 급진적 꿈읽기는 낙관주의(optimism)로서의 희망이 아니라, 우리가 마주한 파국적 현실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기(facing)을 요구한다. 우리가 이 절망적인 현실들을 외면하거나 부인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며 직시하게 될 때에만 우리의 꿈읽기는 희망의 씨앗들을 움 틔울 수 있는 가능성을 갖기 때문이다. 그 절망의 한복판에서 우리가 속절없이 근거도 없이 품게 되는 희망의 근거는 하나님과 우리가 맺는 ‘사랑의 관계’(love-relation) 때문이다.

그래서 켈러는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바다와 땅의 두 짐승으로 급진적인 꿈읽기(a radical dreamreading)를 시도하면서, 아포칼립스의 정치신학으로 우리를 이끈다. 오늘날 대량 멸종의 위기 앞에서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독수리의 얼굴은 ‘생태적 한탄’(ecogrief)을 토해내고 있으며, 바빌론의 큰 음녀는 ‘신제국주의적 자본주의’가 세계적으로 육성한 음탕한 욕망의 전조로 읽어낼 수 있다. 하지만 이 절망의 상황 속에서 새하늘과 새땅을 꿈꾸었던 밧모섬의 요한처럼, 우리도 이러한 다시읽기를 통해 오래된 묵시종말론적 비전들을 건강한 행성을 향한 우리의 인간적인 희망으로 새롭게 살려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신학적 관심들이 지구를 돌보는 것과 교차횡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켈러는 역설한다. 이러한 신학적 작업을 통해 모든 자연 피조물들이 서로에게 엮이고, 각각의 피조물은 하나님께 엮이는 ‘교차휭단성’(intersectionalism)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러는 한탄하며, 희망하며, 함께 투쟁하면서, 우리들로 흐르는 그래서 우리를 통해 흐르는 놀라운 은혜를 우리가 분별할 수 있기를 기도하자고 하면서, ‘깨어나라’(wake up)고 우리를 재촉한다.

   
 

이번 방한을 통해 캐서린 켈러는 생태신학의 지구적 전환을 요청한다. 이는 신물질주의(new materialism), 사변적 실재론(speculative realism), 객체지향존재론(Object-Oriented Ontology) 등 최근의 철학적 전환들을 반영하면서, 물(物)의 행위주체성과 지구라는 초객체(hyperobject)의 신학적 의미를 성찰하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신학과 철학과 과학의 통찰과 지혜를 모아 기후변화와 생태위기로 인한 범지구적 재난시대를 배겨나가자는 신학적 호소이기도 하다.

 

박일준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37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0개)
 * 100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20000byte)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