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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경청과 힐링의 음식. 심야식당
임석한  |  skygrac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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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11월 16일 (수) 00:27:50 [조회수 : 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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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음악중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한 곡이 있다. 일본의 싱어송라이터 스즈키 츠네키치(Suzuki Tchnekichi)가 부른 ‘추억’(思ひで)이라는 곡이다. 이 노래는 심야식당이라는 일본 드라마의 오프닝 곡이다. 원곡은 ‘A pretty girl Milking her Cow’라는 아일랜드 민요이다. 목소리는 다르지만 우리나라 최백호씨의 느낌과 비슷한 스즈키 츠네키치의 차분한 회색빛 목소리가 기타 밑에 깔리는 피리소리와 어울려 도시 속의 고독한 현대인들의 외로움을 잘 표현해준다. 덤덤히 불러나가는 그의 노래는 마치 사연 많은 우리네 인생을 대변해 주는 듯 가슴을 절절하게 만든다. 

심야식당은 요리를 소재로 한 일본의 드라마이다. 일본에서 240만부나 팔린 아베 야로(Abe Yaro)의 베스트셀러 만화를 영화감독 마쓰오카 조지(Matsuoka Joji)가 2015년과 2017년에 드라마로 만들었다. 심야식당은 일본의 유명한 환락가인 도쿄 신주쿠 가부키초 골든 가 근처 어딘가에 위치한 작은 식당의 이름이다. 이 식당은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운영한다. 열리는 때가 심야이고 지역이 지역인지라 찾아오는 손님은 밤늦게 일을 마친 샐러리맨, 심야 라디오 방송의 진행자, 시나리오작가, 야간 택시기사, 야쿠자나 술집 주인, 여장남자, 윤락종사자 등 이런저런 사연 많은 변두리 인생들이 많이 찾아온다. 

마스터라고 불리는 이 식당의 주인은 코바야시 카오루(Kobayashi Kaoru)라는 배우가 연기했다. 그의 왼쪽 눈 주변에 칼자국이 있어서 주먹세계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을 하게 되지만 그의 과거는 알려주지 않는다. 카리스마 있는 분위기의 마스터는 그들의 그렇고 그런 사연들을 경청한다. 그는 함부로 판단하고 정죄하지 않고 조용히 들어주는 스타일이다. 들어주고 아주 강렬하고 짧게 내뱉는 말로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판단하게 해 준다 손님이 편들어 달라고 던지는 질문에도 항상 중립을 지키며 웃어버리고 만다. 편견 없는 따뜻한 경청으로 심야식당은 자기고백의 시간과 장소가 된다. 

이 식당의 메뉴판에는 ‘된장국, 맥주, 사케, 소주’ 딱 네 가지만이 적혀있다. 하지만 단골손님 그 누구도 그것만 시키진 않는다. 재료가 있으면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해주는 게 마스터의 영업 방식이기 때문이다. 가끔은 손님이 직접 재료를 사오기도 한다. 각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요리들은 거창한 고급요리가 아니다. ‘문어 소시지’, ‘바지락 된장국’, ‘계란말이’ ‘나폴리탄’, ‘마밥’, ‘카레라이스’ 등 평범한 사람들이 집에서 자주 해먹음직한 음식들이다. 요란하고 화려한 요리보다 그저 늘상 먹어온 음식을 또 먹으며 서로의 아픈 이야기를 나누면서 위로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이유로 매일 심야에 모여드는 것이다. 

늦은 밤 허름한 자신의 식당에 들어선 손님들을 위해 그들이 주문하는 요리를 정성껏 차려 내오는 마스터의 모습은 도시의 삭막한 삶을 어루만져주는 듯하다. 편견과 선입견 없이 따뜻하게 경청하는 마스터의 모습은 목사들이 배워야 할 점들이다. 특별히 무언가를 해 주지 않아도 그냥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영향력을 주는 모습말이다. 요즘 곳곳에서 인간에 대한 차가운 편견과 무례한 판단과 정죄를 사명으로 여기는 듯 한 기독교인들의 성난 표정과 모습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들이 이 드라마를 보고 인간에 대한 넓은 이해와 따뜻한 포용력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소박한 한 가지 소망이 생겼다. 나중에(아마도 은퇴 후에) 우리 집의 주방을 이 식당처럼 ㄷ자 구조로 만들어서 내게 찾아오는 손님들과 친구들에게 그들이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 대접해주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얼마 전 한가지 목표를 정했다. 대략 100가지 음식을 레시피를 보지 않고 뚝딱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틈틈이 노력중이다. 정성을 다한 음식으로 영혼을 치유해주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대접한다면 내 노년의 삶이 외롭지 않고 더 풍성해질 것 같다. 


‘추억’(思ひで)

당신이 뱉은 하얀 입김이 천천히 바람에 실려
하늘에 떠 있는 구름 속으로 조금씩 사라져가네
멀고 높은 저 하늘 속에서 손을 뻗은 하얀 구름이
그대가 내뱉은 하얀 숨을 들이킨 채 두둥실 떠 있네
아주 먼 옛날 일인 것 같아 강물 위로 구름이 흐르네

햇볕을 피해 처마 밑에서 잠든 개
추억도 저 하늘 속으로 사라져가네
이 하늘 건너편에는 또 다른 푸른 하늘이 있겠지
아무도 없는 그 빈 하늘에 두둥실 떠있는 구름 하나
아주 먼 옛날 일인 것 같아 강물 위로 구름이 흐르네

당신이 뱉은 하얀 숨이 천천히 바람에 실려
하늘에 떠 있는 구름 속으로 조금씩 사라져가네 조금씩 사라져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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