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 ‘권사와 권찰 직분’ 성경에 있나? 

신약성경에 나타나 있는 지역 교회의 직분은 오직 장로(감독)와 집사밖에 없다(딤전3장). 그리고 장로와 감독은 동일한 직분이다(빌1:1). 그런데 오늘날 한국 개신교회는 이 두 가지 직분 외에도 여러 직분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직분 외에 다른 직분들은 사람들의 편의에 따라 고안해 만든 인위적인 직분으로서 비성경적인 것에 불과하다. 이 인위적인 직분 가운데 ‘권사와 권찰’이라는 직분이 있다. 이들 직분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 개신교회밖에 없다. 그리고 이 직분들이 성경에 나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한국 개신교의 여러 교파에서 버젓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오늘날 가톨릭교회에서는 신약성경에 나오지 않는 ‘신부나 수녀’라는 직분자들이 존재하며 또 이러한 용어가 자연스럽게 통용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 개신교에서도 ‘권사와 권찰’이라는 직분이 예전부터 생겨나 자연스럽게 불리어지고 있다. 하긴 무엇이든 오랫동안 사용하다 보면 전통과 관습이 되고 익숙해지게 마련이다. 그리하여 이젠 한국 개신교 지역 교회 안에서 권사와 권찰이라는 직분이 없다면, 가톨릭교회에 신부나 수녀가 없다고 가정하는 것처럼 오히려 이질감을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 그럼 여기서는 한국 개신교의 ‘권사와 권찰’이라는 직분에 대해 여러 사항을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권사’라는 직분에 대해 살펴보자.

- 개신교에서 ‘권사 직분’ 제도를 정당화하기 위해 내세우는 성경 구절은 다음과 같다.

                                                 - 다 음 -

1) 로마서 12장 6-8절

6절 : 우리에게 주신 은혜대로 받은 은사가 각각 다르니 혹 예언이면 믿음의 분수대로,

7절 : 혹 섬기는 일이면 섬기는 일로, 혹 가르치는 자면 가르치는 일로,

8절 : 혹 권위하는 자면 권위하는 일로, 구제하는 자는 성실함으로, 다스리는 자는 부지런함으로, 긍휼을 베푸는 자는 즐거움으로 할 것이니라 (한글개역성경)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7가지 은사를 열거하고 있다. 이 가운데 8절에 ‘권위하는 자’의 은사가 나온다. 여기서 ‘권위하다’는 동사이며, 명사로는 ‘권위’이다. 이 ‘권위’라는 단어의 한자어는 권위(勸慰)이다. 이 말은 ‘권면하고 위로하다’는 뜻이라고, 개역성경 번역자들이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명사로서의 ‘권위(勸慰)’나 동사로서의 권위하다(勸慰하다)라는 단어는 우리말 국어사전에는 나오지 않는다. 이처럼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올바른 번역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한글개역성경(1961년) 이후에 나온 여러 성경 번역자들은 이것을 어떻게 번역했을까? 현대인의성경과 새번역성경은 이것을 ‘권면하는 사람’으로 번역했고, 공동번역성서는 ‘격려하는 사람’으로, 개역개정성경은 ‘위로하는 자’로 번역했다.

한편, 본문 6절에 ‘은사’라는 단어가 나온다. 은사란 교회의 성장을 위해 하나님께서 영적으로 거듭난 신자들에게 주시는 ‘영적인 특별한 능력’을 말한다. 본문에 언급되어 있듯이, 은사의 종류는 예언하는 일, 섬기는 일, 가르치는 자, 권위하는 자, 구제하는 자, 다스리는 자, 긍휼을 베푸는 자 등이 있다. 여기서 ‘권위하는 자’의 은사가 나오는데, 이 은사의 유래는 영국 교회와 관련이 있다. 18세기 영국 감리교의 존 웨슬리는 감리교 운동을 시작한 인물로, 영국 감리교 창시자이다. 그는 당시 영국 전역에 걸쳐 교회를 개척하고 또 부흥운동을 주도했는데, 당시 교회 내에 설교자가 부족하자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롬12:8에 나오는 은사 가운데, ‘권위하는 자’를 근거로 하여 이것을 인용하고 적용할 목적으로 ‘권사’라는 직분을 남자들에게 만들어 주어 활용토록 했다. 그리하여 이렇게 임명된 권사들을 일정 기간 훈련을 시켜 설교를 할 수 있도록 했으며, 또 그들로 하여금 초신자들의 신앙을 지도하는 역할까지 맡겨, 수적으로 부족한 목사들의 역할을 대신하게 했다. 이렇게 생겨난 ‘권사’라는 비성경적인 교회 직분제도가, 영국 선교사를 통해 한국에 유입되어 활용되었다. 그 후에는 이 제도가 한국의 장로교회는 물론이고 성결교회와 순복음교회까지 확대되어 운영되었던 것이다.

한편, 미국의 감리교단 가운데 미국 연합감리교단은, 영국의 감리교로부터 유래된 ‘권사’라는 직분이 성경에 나오지 않는 비성경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1939년에 ‘권사’라는 직분제도를 폐지하였다. 그러나 한국에 들어온 감리교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권사제도를 운영해 오고 있다. 이렇게 국내 감리교회에서 운영하는 권사제도를, 국내의 장로교가 1955년 제40회 총회에서 그 제도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이유는 신앙연조가 오래된 여자 평신도를, 남자 안수집사와 같은 대우를 해주면서 교회에서 봉사를 시킬 목적으로 만든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그러면 여기서 권사제도의 원조인 감리교의 권사라는 직분에 대해 살펴보자. 감리교에서 권사의 자격은 “집사로 선출된 후 5년 이상 그 직을 연임한 35세 이상 되고 70세 미만인 자, 신앙이 돈독하고 감리회의 ‘교리와 장정’을 공부한 자, 감리회에서 제정한 권사과정고시에 합격한 자, 타 교파에서 온 안수집사나 권사는 권사의 반열에 두고 담임자가 증서를 준다”는 등의 항목이 있다. 한국 감리교는 권사직분을 남자나 여자 모두에게 준다. 또한 권사가 장로가 되려면 5년 이상 권사직분을 감당해야 하므로, 권사는 집사와 장로의 중간에 위치하는 직분이다.

다음으로 장로교의 헌법에서 권사의 자격은 “30세 이상된 여자로서 무흠 세례교인으로 5년을 경과한 자이며, 직무는 교회의 택함을 받고 제직회의 회원이 되며 목사를 도와 궁핍한 자와 환난당한 교우를 심방하고 위로하며 교회에 덕을 세우기 위해 힘쓰는 자”로 설명되어 있다. 한국 장로교는 감리교의 권사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장로교의 원칙을 벗어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장로교의 원칙이란 ‘교회의 근본적인 법은 성경에서 유래한다’는 것이다. 한국 장로교는 원칙보다 편법을 선택했고, 감리교 제도를 모방함으로써 한국 장자교단으로서의 위신과 체면을 구겼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성결교도 감리교로부터 권사제도를 전수 받아, 헌법에 권사제도의 근거를 감리교와 똑같이 로마서 12장 8절에 두었다. 권사의 자격은 “본 교회 산하의 한 교회에서 4년 이상 근속한 집사로서 나이 40세가 넘은 자로 본 교단의 교리와 정치에 순종하며 십일조 헌금을 바치는 자로 한다”고 쓰여 있다. 여기서 성결교는 감리교와 비교할 때, 권사의 자격을 따기가 약간은 쉬운 것 같다. 그런데 성결교 산하라고 해도, 한 교회라고 지정한 것과 또 십일조 헌금을 바치는 것을 못박아 놓아, 그렇게 쉬운 일도 아님을 알 수 있다.

침례교에서는 애당초 성경에 나오는 직분은 오직 장로와 집사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성경에 입각하여 권사나 권찰제도를 두지 않았다. 현재 국내의 침례교단은 기독교한국침례회, 대한기독교침례회, 한국성서침례회, 대한선교침례회연합회 등이 있다. 이러한 침례교는 과거에는 권사와 권찰제도는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의 침례교는 많이 변질되어, 타 교파처럼 교회의 실익을 우선시하여 지금은 권사나 권찰제도는 물론이고 장로와 여자 목사를 두는 교회까지 생겨났다. 그리고 그 운영적인 면에서도 다른 교파와 같이 대동소이하게 실행하고 있다.

순복음교회에서 권사의 자격은 “권사는 여자로서 안수받지 않은 항존직이며, 담임목사를 받들어 교회를 봉사하며 교우를 심방하고 권면하며, 특별히 병자와 고난 당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에 힘쓰며, 신앙향상을 위하여 덕을 세우며 충성하는 명예로운 직분이다. 본교회에서 무흠히 서리집사로 5년 이상 봉사한 여자라야 한다. 성령세례의 체험이 있어야하고, 연령은 40세 이상 65세 미만으로 하고 재혼한 사실이 없어야 한다”라고 쓰여 있다. 순복음교회도 장로교처럼 여자 권사만 허용하며, 그들은 담임목사를 받들며 심방도우미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권사 직분과 관련된 여러 사항을 살펴보았다. 이제 ‘권찰 직분’과 관련된 사항들을 알아보자.

권찰 직분은 미국 북장로교 출신인 ‘사무엘 마펫’ 선교사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는 한국 최초의 신학교인 평양신학교를 설립하고 평양에 장대현교회를 세우기도 했다. 이전에 그는 자신이 몸 담았던 필라델피아 교회에서, 모든 교인을 10명 단위의 소그룹으로 나눈, 소위 권찰(Leader of Ten)제도를 운영했다. 이러한 권찰은 소그룹의 리더로서의 역할을 맡은 자를 말한다. 따라서 당시의 권찰제도는 오늘날 장로교의 구역장 제도나 감리교의 속장제도, 그리고 제자훈련을 채택하는 교회의 순장제도와 유사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렇게 미국의 한 교회에서 발생한 ‘권찰’은 성경에 나오지 않는 직분과 호칭이다. 그래서 현재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어느 개신교단에서도 ‘권찰 직분’ 같은 것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무엘 마펫’에 의해 1909년 백만인 구령운동이 전개될 때에 권찰 직분이 평양에 도입되어 전국에 확산되면서, 나중에는 장로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교파에서도 받아들여 시행되어 왔다. 이 권찰 제도는 처음 시행될 때와는 달리 오늘날에는 그 뜻이 왜곡되고, 그 용도가 오용되면서 국내 개신교파내에서 온갖 부작용과 함께 부패의 산물로써 자리잡고 있다.​

그러면 국내의 주요교파에서는 권찰 제도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먼저 장로교부터 살펴보자. 장로교 헌법에 ‘권사 직분’에 대해서는 나오지만 ‘권찰 직분’에 대한 언급은 없다. 왜냐하면 장로교 목사들은, ‘권찰’이 ‘권사’보다 더욱 비성경적이며, 세계 어느 교단에도 ‘권찰 제도’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장로교 헌법에 권찰 제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권찰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권찰은 대개의 경우 당회장인 담임목사의 직권으로 주일성수와 십일조 납부를 잘하는 여자들을 대상으로 권찰이라는 직분을 맡을 것을 권유한다.​

그 외에 또다른 이유로서는 첫째, 100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전통이기 때문이다. 비록 성경이나 헌법에 나오지 않지만, 선배 목사들의 피와 땀과 얼이 담겨있는 한국식 전통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입교한 지 6개월 이상된 여자들에게 권찰 직분을 주어 1년간 심방도우미나 구역장의 보조 역할로서 열심히 교회봉사를 시킨 뒤, 나중에 서리집사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셋째는 소속감을 심어주어 확실한 자기네 교인을 만들기 위함이다. 넷째는 직분을 명예와 감투로 여기는 교인들에게 세속적인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구실을 하여, 그에 따른 기부금 형태의 금품 수납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성결교회에서 “권찰의 자격은 입회교인 중에서 신앙이 독실하고 교양이 있으며 은혜받은 경험이 있는 자. 성결교회의 신조와 정치제도에 따르며, 그 직업이 정당하고 십일조를 드리는 자이며, 그 직무는 당회의 지도로 목사를 도와 신자들의 가정을 심방하며, 환난중에 있는 자를 돌아보고 구역의 성장과 부흥을 위해 힘쓰며 임기는 1년이다”라고 쓰여있다. 성결교회는 헌법에 목사를 제외한 모든 직분자의 자격에 ‘십일조 납부’를 공식화하는 삯꾼의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런데 왜 유독 ‘목사의 자격’에는 십일조를 내야 한다는 항목은 빼버렸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 다음으로, 순복음교회는 헌법에 권찰의 의의와 자격에 대해 “권찰은 담임목사의 임명을 받아 소속 구역장을 도와 심방과 봉사를 하는 귀중한 직분이다. 입교인으로서 6개월 이상 되어야 한다. 연령은 23세 이상이어야 한다. 임기는 만 1년이며 임기가 지나면 자연 사직된다. 교회제직은 아니나 담임 목사의 재량으로 제직회에 참석할 수도 있다”라고 쓰여 있다. 여기에서 권찰의 주요 임무는 구역장 도우미이며, 또한 담임목사의 재량권에 따라 제직회의 참석여부가 결정되는 최하위 직분임을 알 수 있다.​

실상, 권찰이라는 직분은 비성경적이며 편법으로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라, 대부분의 교파에서는 교단의 헌법에까지 올리는 것은 피하고 있다. 그러나 성결교회와 순복음교회는 성경과 교회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비성경적인 ‘권찰 직분’을 헌법에 수록하는 우를 범했다. 하지만 장로교회나 감리교회나 침례교회 등은 헌법에 올려놓지는 않았지만, 교단의 전통에 입각하여 알게모르게 비공식적으로 담임목사의 재량에 따라 실익을 추구하며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

상술한 바와 같이, 권사와 권찰 직분에 대해 여러 사항을 살펴보았는데, 최근 여러 교파 가운데 일부 양심적인 목사들은, 이 직분들이 성경에 나오지 않는 직분이며, 비성경적인 것이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또한 한국 여성교역자 협의회에서도 비성경적인 권사와 권찰 제도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을 성경보다 앞세우는 수구적이며 세속적인 목사들과 그리고 돈을 좋아하는 삯꾼 목사들의 층이 너무 두터운데다, 여러 교파와 교단이 수백 개로 나누어져 있어, 그 실현은 요원하기만 하다.​

초신자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신자들도 권사와 권찰이라는 직분이 비성경적인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 또한 자기네들의 헌법에 그런 제도가 나와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들은 다른 나라의 실정에 대해선 더욱 모르고 있다. 이런 점을 악용하여 삯꾼 목사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이 부패한 제도를 계속 실행해 왔다. 그러나 교인들도 정신차려야 할 것은, 그런 직분을 받았다고 해서 그들이 자기네 목사와 교인들에게는 인정받을 수 있을는지는 몰라도, 그 직분이 죽어서 가는 천국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상술했듯이 ‘권사와 권찰 직분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 교회밖에 없다. 이 제도는 거듭나지 않은 삯꾼 목사들로 가득 찬 국내 주요교파에서 대부분 행해지고 있다. 단지, 극소수의 양심적인 목사들만이 이 제도를 거부하고 있을 뿐이다. 이 제도는 애당초 인간의 편법에 의해 인위적으로 생겨난 것이다. 이러한 제도는 명예와 감투를 좋아하는 세속적인 사람들에게는 환영받는 제도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의 편의에 따라 고안된 이러한 직분들은 수많은 부작용과 함께 부패를 낳게 했고, 거룩한 하나님의 교회를 더럽혀 왔다. 따라서 이제는 이러한 비성경적인 직분과 제도들이 하루빨리 한국 교회에서 폐지되고 사라져야 할 것이다.

권영문 / 전 경성대 교직원, 현 기독교 칼럼니스트 / 「성경 번역과 해석 올바른 설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