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최재석 칼럼
한국교회가 부패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최재석  |  jschoi4111@gmail.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22년 10월 24일 (월) 14:53:56
최종편집 : 2023년 03월 28일 (화) 00:21:31 [조회수 : 2427]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텔레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친구에게서 밤중에 메시지가 왔다. 그의 교회는 요즘 목사가 교회 재정을 유용한 문제로 분란에 휩싸여 있단다. “밤 12시에 메시지를 보내서 미안하다. 간디가 예수는 좋지만 교회는 싫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나는 교회도 싫고 교인도 싫어졌다. 목사가 성자가 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사기꾼이 되어서야 안 되지. 더구나 사기꾼 목사를 교인들이 편들어서야 되겠는가.”

그는 길게 자기 교회의 문제를 나열했지만, 여기서 그걸 모두 언급할 필요는 없겠다.  목사가 재정부장을 데리고 교회 재정을 축내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많은 교인이 목사의 편을 드는 것을 보면서 은퇴한 장로로서 손 놓고 구경만 하자니 잠이 안 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의 권위 아래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살자고 코람데오(Coram Deo)를 외치는 교회에서 왜 재정의 유용, 세습, 성적 일탈 등의 문제가 수없이 일어나는가? 그리고 왜 교인들은 목사의 그런 비리를 눈감아주는가? 

교회에서 일어나는 이런 비리는 참 오래전부터 일어나는 것이어서 이제는 뉴스거리조차 되지 못한다. 그러나 친구의 교회에서처럼 그것이 현재도 일어나고 있으니 교회를 올바로 세워보고자 하는 뜻있는 교인들의 입장에서는 울화가 치밀어 올라서 잠이 오지 않을 만하다. 그런데 “문제 없는 교회가 없다”라고 말하면서 그런 문제를 모든 사람이 묵인한다면, 앞으로 한국교회는 어떻게 되겠는가?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요즘 여러 교회에 제자훈련 프로그램이 있다. 제자훈련이라고 하면 언뜻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 위한 훈련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 그런 교회의 훈련은 목사의 제자를 길러내기 위한, 목사가 전횡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기 위한 것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가 하면 교인이 몇 백명이 되어도 장로 한두 명을 뽑고는 교인들이 많이 늘어도 더 이상 뽑지 않는 교회가 적지 않다. 장로가 많으면 목사가 자기 마음대로 교회를 운영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장로를 여러 명 선출하는 경우에도 순종형의 장로만을 골라 뽑는 방법이 있다. 기초반부터 두어 단계 이수한 사람에게만 장로 피택 자격을 주겠다고 공포한다. 그러면 기독교학생회에서나 교회에서 성경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은 기초반부터 공부할 마음이 없어서 아예 신청하지 않거나 신청했다 하더라도 중도에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끝까지 이수하는 사람은 꼭 장로가 되려고 결심한 사람인데, 이런 사람은 대개 목사에게 순종하기로 작정한 사람이다. 

요즘에는 장로가 되려는 사람에게 거액의 헌금을 요구는 신종 수법이 나왔다. 내 처남은 목사가 불러서 갔더니 1억 원을 내면 장로로 뽑아준다고 하기에 교회를 옮겼다고 한다. 내가 전에 다니던 교회에서는 교회의 재정이 어렵다면서 장로가 될 사람은 거액의 돈을 내라고 공개적으로 말한 일이 있다. 그런 경우에 돈을 내고 장로가 되는 사람은 목사가 무슨 말을 하든 순종하려는 사람이다. 

하나님의 뜻대로 목회하려고 애쓰는 목사가 많지만, 온갖 수단 방법을 동원해서 전횡하려는 목사들도 적지 않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웅덩이 물을 온통 흐려 놓듯이 권위의식에 사로잡힌 일부의 목사들이 한국교회를 온통 더럽힌다. 그런 교회에도 교회를 올바로 세우려는 장로들이 없지 않지만, 그들은 목사의 호위병 노릇을 하는 다수에 밀려서 뜻을 이루지 못하게 마련이다. 그러면 그런 교회는 사제들이 전횡하던 중세의 교회처럼 부패할 수밖에 없다. 

루터는 중세의 교회가 부패하게 된 원인이 교황을 비롯한 사제들의 권위의식이라고 보았다. 루터는 <독일 그리스도인 귀족들에게 보내는 글>에서 교황주의자들이 삼중의 담장 안에서 권위를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첫 번째 담장은 영적인 권세가 세속적인 권세보다 더 높다는 것이다. 두 번째 담장은 교황 외에 누구도 성서를 해석할 권한이 없다는 주장이다. 세 번째 담장은, 만약 공의회로 위협한다면, 교황 외에 어느 누구도 공의회를 소집할 수 없다는 강변이다. 

교황과 사제들은 이 세 겹의 담장 안에서 권위를 누렸다. 그 결과 그들은 물질적으로 그리고 성적으로 썩을 대로 썩게 되었다. 그들은 돈을 내면 죄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면죄부를 팔았고 돈을 받고 성직을 팔기도 했다. 게다가 독신생활을 해야 하는 교황을 비롯한 사제들이 여러 명의 부인을 거느렸고 그들의 아들들이 사제가 되기도 했다. 한때 수도사제였고 르네상스기를 대표하는 인문학자 에라스무스도 사제의 사생아였다.

교황주의자들의 권위주의로 인해서 타락한 교회를 개혁하기 위해서 루터는 다음과 같은 신약의 기록을 근거로 기독교의 성도는 모두가 제사장이라는 만인 제사장 주의를 내세웠다.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벧전 2:9), “우리를 나라와 제사장 삼으신 그에게”(계 1:6), “그들로 우리 하나님 앞에서 나라와 제사장들을 삼으셨으니”(계 5:10). 

루터는 사제들뿐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이 제사장처럼 하나님께 직접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교황주의자들이 쌓아 올린 담장들을 허물기로 작정했다. 그리스도인들은 누구나 영적인 존재여서 사제들을 통하지 않고도 구약시대의 제사장처럼 하나님께 직접 기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사제직은 권위를 누리는 직책이 아니라 바울이 자신을 “그리스도의 종”(갈 1:10), “교회의 일꾼”(골 1:25)이라고 말한 것처럼 교회를 섬기는 직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도미닉 크로산은 『예수는 누구인가』에서 예수님이 선포하신 지상에 이루어질 하나님 나라는 모든 사람이 환영받고 모든 사람이 동등한 “개방된 밥상 공동체”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서, 그는 하나님의 나라는 권위주의가 자리 잡지 않는 나라라는 점을 강조했다. 루터가 내세운 만인 제사장 주의는 예수님이 선포하신 하나님 나라의 필수적인 요건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지금 사제들이 권위를 한껏 즐기던 종교개혁 이전의 교회로 돌아가 있다. 목회자들은 종교개혁을 말하고 루터를 앞세우지만, 루터가 교회의 부패를 막기 위해서 주장한 만인 제사장 주의는 외면한다. 그 결과 교회가 부패의 왕국이 되었고, 교회의 부패를 막아보려던 루터의 소망은 산산 조각나고 말았다. 

신약성경의 기록자들이나 루터는 군주가 전횡하는 전제군주 국가에서 만인 제사장 주의를 주장했다. 따라서 그들의 주장은 시대 정신을 거스르는 담대한 그리고 획기적인 것이었다. 그런데 루터의 종교개혁 정신을 이어받은 교인들이 인간 평등을 강조하는 민주국가에서 목사에게 전횡할 수 있는 특권을 허용한다면, 그것은 종교개혁 정신에도 시대 정신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루터는 사제들의 권위의식이 교회를 부패시키는 근본 원인이라고 보았고 그것을 깨뜨리기 위해서 만인 제사장 주의를 내세웠다. 현대교회의 부패를 막기 위해서는 우리도 루터처럼 만인 제사장 주의를 외쳐야 하지 않겠는가!

최재석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64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0개)
 * 100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20000byte)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