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분리되어 있다는 망상을 깨는 방법

<아인슈타인과 랍비>, 나오비 레비, 최순님, 한국기독교연구소, 2020

“네 안에 잠재된 모든 재능들이 세상에서 길을 찾게 되기를.네 모든 선한 생각이 네 행동 속에 드러나기를.네 모든 배움이 지혜가 되기를.네 모든 노력이 열매 맺기를.네 가슴에 깃든 모든 사랑이 네게 다시 돌아오기를.하나님께서 네 몸이 건강하도록, 네 영혼이 늘 즐겁도록 복을 내려주시길.하나님께서 너를 밤낮으로 눈동자처럼 살펴주시어 온갖 해로움에서 지켜주시길.네 모든 기도들이 응답받기를.”(240)

  모든 인생이 다 평탄하면 좋을 텐데, 그럴 수가 없다. 혹자는 우리네 삶을 상실수업이라고 했다. 인생이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여정이라지만, 상실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육체의 쇠잔함도 그렇고, 인간관계도 그러하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이 그렇다. “부모는 산에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들 하지만, 부모도 가슴에 묻는 것 같다. 애도와 비탄만큼 가슴 아픈 일이 없다.

  <아인슈타인과 랍비>는 기본적으로 추적물이다. 저자는 나오미 레비라는 이름의 여성 랍비다. 청소년기에 맞이한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깊은 마음의 상흔을 남겼다. 애도에는 끝이 없어야 한다는 자크 데리다의 명제에 공감하지만, 불쑥불쑥 오르는 통증을 어찌하면 좋을까. 저자는 이전 시대의 현인들의 지혜에서 돌파구를 찾는다. 로버트 마커스와 앨버트 아인슈타인이 주고받은 서신들이 그것이었다. 저자는 이 편지글을 통해 아인슈타인의 사상을 탐구하며, 아버지를 여읜 아픔을 견뎌나간다. 그리고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신앙언어들을 개발해나간다. 

“랍비로서 나는 모든 종교와 인종의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신앙에 대한 말을 세상에 널리 퍼뜨리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43)

  <아인슈타인과 랍비>는 “영혼을 찾아서”라는 부제에 걸맞게, 영혼이라는 주제에 천착한다. 한국교회는 영혼을 협소하게 이해하곤 했다. 일상과는 동떨어진 강렬한 신비체험으로만 곡해하기도 했다. 그렇다. “인생의 비극은 영혼이 너무나 가까이 있지만, 낯선 손님으로 남아 있다는 데 있다.”(24) 잃어버리지 않은 것을 찾고 있는 우를 범했던 것이다. 한국교회의 영성이 현실 도피적이고 망상적 신앙으로 기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 아인슈타인의 말은 곱씹어볼만하다.

“한 인간은 시간과 공간에 의해 제약을 받는 존재로서, ‘우주’라고 부르는 전체의 한 부분입니다. 인간은 자기 존재와 생각과 감정이 그 나머지 다른 것들과 동떨어진 분리된 것이라고 느끼는데, 사실 그 것은 우리의 의식이 일으킨 일종의 착시적 망상에 불과합니다. 이런 착시적 망상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려는 노력은 참된 종교가 추구하는 하나의 화두입니다. 그런 망상을 키우는 게 아니라 그런 망상을 극복하려는 노력만이 마음의 평화에 한껏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29에서 중인)

  깊은 영성이란, 다른 피조물들이 나와 무관하지 않다고 믿는 것이다. 타자와 연결되고, 친밀함을 희구하는 것 말이다. 말이야 간단하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누군가의 고통에 응답하는 일, 고장 난 피조세계를 치유하가는 일, 그 과정에서 갈등을 빚고,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나만을 위해 살자고 하면 나 자신은 한없이 보잘 것 없고 초라해진다. 그러나 타자를 위해 나를 증여하고자 할 때, 나의 존재는 귀한 것이 된다. 자기초월이란 그런 게 아닐까.

“우리가 더 많은 것을 위해 노력하고, 성장하고, 배우고, 이 아름답지만 망가진 세상을 위해 우리가 고쳐야 할 게 무엇인지를 볼 수 있을만큼 충분히 불편해지기를 영혼이 원한다. … 영혼과 더불어 살면 괴로울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한 그 길만이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심어 놓으신 삶을 살아가는 유일한 길이다.”(26)

김민호 목사 (지음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