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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롬12:8)’라는 단어는 국어사전에 없다
한 국가의 언어는 일종의 사회적 약속으로써 사회 구성원 간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다. 때문에 개인이나 일부 단체가 함부로 언어를 바꾸거나 만들어서 사용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글개역성경’ 번역자들은 자국의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단어들을 오랫동안 사용해 왔다. 말하자면 맨처음 중국어성경을 한국어로 번역한 이후부터 1961년까지 수십 번 잘못된 단어들을 수정‧보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글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 단어들이 많이 있다. 성경에 나오는 어떤 단어라 할지라도 그 단어를 한글로 번역할 때, 애매모호한 한자어 단어의 경우에는, 반드시 한글 국어사전에 그 단어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한 후에 번역해야 한다. 만약 어떤 단어가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다면 다른 적합한 단어를 대체하여 번역해야 할 것이다.
또 성경 번역자들이 자국의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 한자어 단어를 임의적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도 그 나라 국민들과 그 성경을 읽는 독자들을 무시하거나 모독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한글개역성경의 일부 번역자들이 바로 그러한 행위를 저질렀는데, 이들은 성경을 잘못 번역함으로써 그 성경을 읽은 독자들에게 큰 해악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이러한 해악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사죄해야 할 것이다. 한글개역성경에는 이 글의 제목에 나오는 것처럼 ‘권위(勸慰)’라는 한자어는 우리말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다. 이 외에도 ‘한글개역성경’에는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 단어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패괴(창6:11), 올응(레11:18), 반일경지단(삼상14:14), 영채(삼하11:11), 빈장(왕상11:3), 간권(왕하4:8), 군축(애3:43), 계한(렘5:22), 간칭(잠16:11), 명칭(잠16:11), 얼(시106:32), 어거(약3:3) 등등이 있다.
- 여기서는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 단어인 ‘권위자(행4:36)’와 ‘권위하는 자(롬12:8)’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 신약성경 사도행전 4장 35-37절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 다 음 -
35절 : 사도들의 발 앞에 두매 그들이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누어 줌이라
36절 : 구브로에서 난 레위족 사람이 있으니 이름은 요셉이라 사도들이 일컬어 바나바라（번역하면 위로의 아들이라) 하니
37절 : 그가 밭이 있으매 팔아 그 값을 가지고 사도들의 발 앞에 두니라 (한글개역개정성경)
본문에서 바나바의 본명은 요셉이었으며, 사도들로부터 바나바(번역하면 위로의 아들)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이는 그의 성품과 인격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는 구브로라는 섬에서 태어난 레위인이었으며, 자신의 밭을 팔아 사도들에게 가져다 주었다. 36절에서 바나바는 ‘위로의 아들’이란 뜻이라 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10여 종의 한글 성경과 외국어 성경들도 모두 ‘위로의 아들’ 이라고 올바로 번역하였다.
- 다 음 -
(새한글신약성경,2021년) 사도들은 그에게 바르나바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는데, 번역하여 옮기면 ‘위로의 아들’이다.
(한글개역개정성경) 사도들이 일컬어 바나바라(번역하면 위로의 아들이라) 하니
(현대인의성경) 그때 사도들이 바나바(번역하면 위로의 아들)라고 부른 …
(공동번역성서) 사도들에게서 "위로의 아들"이라는 뜻인 바르나바라고 불리는 요셉도 …
(표준새번역성경) 사도들에게서 바나바 곧 '위로의 아들'이라는 뜻의 별명을
(대부분의 한글성경들) … 바나바는 ‘위로의 아들’이란 뜻이다.
(흠정역한글성경) 바나바라는 이름을 주었는데 (그것을 번역하면 위로의 아들이라는 뜻이라.)
(일본어성경) … バルナバ （譯すと， 慰めの 子(위로의 아들) 呼ばれていた ヨセフ も，
(흠정역영어성경) … The son of consolation(위로의 아들), a Levite, and of the country
(헬라어원어성경) … ρμηνευομενον υιος(아들) παρακλησεως(위로의) λευιτης κυπριος
- 이처럼 위의 성경들은 ‘위로의 아들’이라고 바르게 번역되어 있다.
- 그러나 다음과 같이 한글개역성경은 중국어성경을 그대로 모방하여 ‘권위자’(행4:36)라고 잘못 번역하였다.
- 다 음 -
(한글개역성경) 구브로에서 난 레위족인이 있으니 이름은 요셉이라 사도들이 일컬어 바나바(번역하면 권위자(勸慰子)라 하니
(중국어성경) … 使 徒 稱 他 為 巴 拿 巴 (바나바) 翻 出 來 就 是 勸 慰 子(권위자)
위와 같이 한글개역성경은 ‘권위자’라고 번역했다. 우리말에서 일반적으로 ‘권위자’라고 하면 어떤 방면의 탁월한 전문가를 가리킨다. 이때의 권위자는 한자로 권세 권(權), 위엄 위(威), 사람 자(者)를 써서 ‘권위자(權威者)’라고 쓴다. 그러므로 한글개역성경에 나오는 ‘권위자’라는 단어를 한자와 함께 표기하지 않으면 권위자(權威者)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나바를 ‘권위자(權威者)’라고 착각하고 성경을 읽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한글개역성경에 나오는 ‘권위자’는 한자로 ‘권위자(權威者)’가 아니고 ‘권위자(勸慰子)’이다. 말하자면 권할 권(勸), 위로할 위(慰), 아들 자(子)를 쓴 ‘권위자(勸慰子)’이다. 다시 말해서 ‘권위자(勸慰子)’는 권면하고 위로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자(子)는 사람의 존칭을 나타낸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한글개역성경 번역자들은 바나바를 ‘권위자(勸慰子)’라고 했는지 그 이유에 대해 살펴보게 된다. 최초로 한국어로 성경을 번역한 사람은 스코틀랜드의 장로교 선교사인 존 로스였다. 그는 한국인 번역자들로 하여금 중국어성경을 한글로 번역하도록 했다. 그리하여 1938년에 ‘성경개역’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성경이 ‘한글개역성경’의 출발점이다. 이후에도 이 성경은 수십 번 수정‧보완되었는데, 1961년도에 이르러 ‘성경전서 한글개역판’. 즉 ‘한글개역성경’으로 고착화되어 지금까지 사용되어 왔다.
위의 중국어성경에서 보듯이, 이 성경은 바나바를 ‘권위자(勸慰子)’로 번역해 놓았는데, 당시 한국인 번역자들이 중국어성경을 한글로 번역하면서, 중국어성경에 나오는 ‘권위자(勸慰子)’를 그대로 모방하여 번역했는데, 그것이 ‘한글개역성경’에 옮겨져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왔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말 국어사전에는 ‘권위(權威)’와 ‘권위자(權威者)’라는 단어는 있지만, ‘권위(勸慰)’와 ‘권위자(勸慰子)’라는 단어들은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이, 한글개역성경은 중국어성경을 한글로 번역하면서 수십 번 수정‧보완했을 때, ‘권위(勸慰)’라는 중국어 단어가 한글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여 올바른 조처를 취했어야 했는데, 번역자들이 이 사실을 간과했던 것이다.
이 외에도 서두 부분에 언급했듯이, 한글개역성경에는 아직도 우리말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 단어들이 많이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을 간파한 다른 10여 종의 한글 성경 번역자들은 한글개역성경 번역자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다. 그러한 실례로, 앞에서 제시한 한글개역성경의 ‘권위자(勸慰子)’라는 단어를 한글개역개정성경과 다른 모든 한글 성경들의 번역자들은, 이 단어를 ‘위로의 아들’로 바꾸어 번역하였다. 뿐만 아니라 한글개역성경에 나오는 단어들 가운데 여전히 우리말 국어사전에 존재하지 않는 단어들도 모두 다, 다른 적합한 단어들로 바꾸어 번역하였던 것이다.
다음으로, ‘한글개역성경’ 로마서 12장 6-8절에 나오는 ‘권위(勸慰)하는 자’에 대해 살펴보자.
- 다 음 -
6절 : 우리에게 주신 은혜대로 받은 은사가 각각 다르니 혹 예언이면 믿음의 분수대로,
7절 : 혹 섬기는 일이면 섬기는 일로, 혹 가르치는 자면 가르치는 일로,
8절 : 혹 권위(勸慰)하는 자면 권위하는 일로, 구제하는 자는 성실함으로, 다스리는 자는 부지런함으로, 긍휼을 베푸는 자는 즐거움으로 할 것이니라 (한글개역성경)
본문 8절에 ‘권위(勸慰)하는 자’라고 했다. 여기서도 한글개역성경 번역자들은 행4:36과 같이 중국어성경에 나타나 있는대로 ‘권위(勸慰)’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勸慰的(권위하는 자)’라고 번역하였다. 이 의미는 사도행전 4장 36절과 같이 ‘권위자(勸慰子)’, 즉 권면하고 위로하는 자란 뜻이다. 하지만 앞서와 마찬가지로 다른 모든 한글성경들은 한글개역성경을 답습하지 않았다. 즉, 다음과 같이 ‘권위(勸慰)하는 자’라고 번역하지 않고 ‘위로하는 자’ 또는 ‘권면하는 사람’으로 올바로 번역하였다.
- 다 음 -
(한글개역개정성경) 위로하는 자면 위로하는 일로, 구제하는 자는 성실함으로
(현대인의성경) 권면하는 사람은 격려의 말로, 남을 구제하는 사람은
(대부분의 한글 성경) 권면하는 자로 번역함
(흠정역한글성경) 권면하는 자는 권면하는 일로 섬기며
(일본어성경) 勧めをする(권면하다)人であれば
(흠정역영어성경) Or he that exhorteth(권면하다), on exhortation:
(NASV미국표준역성경) or he who exhorts(권면하다), in his exhortation
(NIV신국제역본 영어성경) if it is encouraging(격려하다), let him encourage
(독일어루터성경) Ermahnet(권면하다) jemand, so warte er des Ermahnens.
(헬라어원어성경 공인본문) ειτε ο παρακαλων(권면하다) εν τη παρακλησει
이와 같이 대부분의 성경들은 ‘위로하는 자’ 또는 ‘권면하는 자’으로 번역하였다. 그러나 한글개역성경은 중국어성경을 그대로 모방하여 다음과 같이 ‘권위자’라고 잘못 번역하였다.
- 다 음 -
(한글개역성경) 혹 권위(勸慰)하는 자면 권위(勸慰)하는 일로, 구제하는 자는 성실함으로 …
(중국어성경) 勸慰的(권위하는 자)，就應當照著恩賜勸慰(권위) …
이처럼 한글개역성경은 중국어성경을 그대로 옮겨 ‘권위(勸慰)하는 자’로 번역했다. 한글개역성경에는 권위(勸慰)라는 단어가 3번 나오는데, 앞서 행4:36에 1번 그리고 롬12:8에 2번 나온다. 하지만 이 단어들은 우리말 국어사전에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한글개역성경 번역자들은 이 사실을 인정하고 다른 한글 성경들처럼 적합한 단어로 고쳐야 할 것이다.
장로교 신학대 교수였던 나채운 목사는 자신의 저서인 「우리말 성경 연구」라는 책에서, “우리나라는 기독교 역사로 볼 때, 성경 번역의 면에서 서구의 선진국에 비해 번역의 수준이 낮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잘못된 보수 신앙 때문에 잘못된 성경 번역을 바로잡고자 하는 개혁의 의지가 없었다.”고 했다. 또 나 교수는 ‘한글개역성경’의 오역은 구약에 8,000여 곳, 신약에 2,000여 곳 등 모두 1만여 곳에 이른다고, 자신의 책에서 실제 사례를 들어 보여주었다. 예나 지금이나 대부분의 개신교 목사들과 교인들은 성경의 새로운 번역이나 교정이 성경의 본질적인 내용을 바꾸는 것처럼 오해하여, 수정과 보완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으나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한글개역성경’은 ‘중국어성경’을 근간으로 만들어졌으므로, 중국 한자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성경 번역 과정에서 우리말 국어사전에 없는 중국 한자는 일일이 점검하고 대조하여 중국 한자를 그대로 사용하지 말고, 우리말 사전에 있는 다른 한자어로 대체하여 번역해야 했다. 그러나 한글개역성경 번역자들은 이러한 과정을 등한히 함으로써, 우리말 국어사전에 없는 한자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우를 범했다. 앞서 제시한 성경 본문과 관련해서도 살펴봤듯이, 이러한 잘못된 행위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한글개역성경’만이 절대무오한 성경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무지한 목사들과 교인들을 위하여, 성경 번역자들은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 한자어들을 지속적으로 세밀히 점검하고 철저히 수정과 보완을 해야 할 것이다.
권영문 / 전 경성대 교직원, 현 기독교 칼럼니스트 / 「성경 번역과 해석 올바른 설교」 저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