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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크신 사랑
조진호  |  jino-j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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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9월 30일 (금) 23:55:12 [조회수 : 2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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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9일 월요일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장례식이 있었습니다. 때마침 쉬는 날이라 그날 저녁 BBC World 방송을 통해 장례식을 시청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장례 예배는 저도 모르게 마치 그 예전에 참여하듯 매우 집중해서 시청했습니다. 웨슬리안 전통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영국성공회 예배를 볼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 예배는 성경 말씀과 찬송시와 기도 그리고 음악이 매우 짜임새 있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으며 그 바탕에는 인간의 생명, 삶과 죽음을 관장하시는 하나님과 그리고 부활의 첫 열매가 되사 사망 권세를 이기신 예수 그리스도의 임재가 편만해 있었습니다. 

구시대의 산물인 군주제와 천문학적인 장례 비용에 대한 비판이 있긴 했지만, 저는 장례 예배를 통해 기독교 신앙의 아름다움과 기독교 신앙에서 예전의 중요성을 확인했습니다. 예배 중에는 요한복음 11장과 14장, 욥기 1장과 19장, 디모데전서 6장, 계시록 14장, 고린도전서 15장 그리고 시편 23편과 42편 말씀 등이 봉독 되었는데 정성스레 준비된 예배 가운데 낯선 언어로 들려오는 말씀 말씀들이 신선하고 생명력 있게 느껴졌습니다. 말씀과 음악과 침묵의 조화가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또한, 슬픔을 자극하지 않고 부활과 영생의 소망 가운데 최대한 억누르며 단정한 몸가짐, 마음가짐으로 차분하게 진행되는 장례 예배를 바라보며 기독교 신앙의 품격을 느꼈습니다. 미국의 ABC 방송은 영국 여왕의 장례식을 보도하면서 ‘unwavering Christian faith(흔들리지 않는 기독교 신앙)’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는데 참으로 멋진 제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영국의 교회가 심각하게 쇠퇴하였다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들의 삶과 전통 속에 아직 생생하게 살아있는 기독교 신앙을 보고 저는 한국교회가 교회의 일시적이고 인적이고 물질적인 부흥을 기독교 신앙의 부흥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물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예배는 영국 전체 인구의 41%가 생중계로 시청했고 전 세계적으로는 77억 인구 중 40억명 정도가 영상을 통해 지켜볼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실로 엄청난 파급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디 이 예배를 통해서 세계인들이 가십성 뉴스 너머에 있는 기독교 예전의 아름다움과, 죽음을 대하는 기독교 신앙의 힘과 품격을 보았기를 소망합니다. 

장례 예배 가운데 인상적인 몇몇 장면이 있었는데 먼저 침묵(Silence is kept)이 전체 예배 바탕에 깔려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모든 순서와 순서 사이에는 적당한 침묵이 있었는데 이는 그 자체로 이 예배의 주인이 되시는 하나님의 임재를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늘 분주한 행사를 치르는 듯한 한국교회의 예전이 본받아야 할 부분입니다. 특히 예배 후반부에서 캔터베리 주임사제(The Dean)의 축복기도 후에 ‘마지막 나팔(The Last post)’이 울려 퍼진 후 약 2분 동안의 침묵이 이어졌는데 그 시간 영국 전역이 여왕을 하나님의 품으로 보내며 침묵했습니다. 그와 같은 행사에서 2분이라는 시간은 상당히 긴 시간입니다. 애도와 슬픔 그리고 하나님의 임재를 의미하는 그 2분의 침묵에는 그 어떤 표현보다 강한 무게감이 있었습니다. 이후 ‘깨어남의 나팔(Reveille)’이 울려 퍼지고 이어서 우리에게 찬송 70장의 선율로 잘 알려진 영국 국가가 울려 퍼졌습니다. 남의 나라 국가이긴 하지만 굉장히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차기 왕으로서 왕가의 전통에 따라 평정을 유지해야만 했던 찰스 3세의 울먹이는 모습이 영상에 잡히기도 했습니다.  

영국 국가 후에 모든 참석자들이 계속 서 있는 가운데 예배당 2층 발코니에서 여왕의 파이프 연주자(The Queen’s Piper)가 여왕이 생전에 특별히 요청한 곡 ‘Sleep, dearie, sleep(사랑하는 이여 잠드소서)’를 연주했습니다. 여왕의 영혼이 떠나뜻 연주자가 계단 아래로 사라지면서 음악도 점점 사라지는데 매우 전통적이면서도 영감 있고 감동적인 순서였습니다. 그 연주를 마지막으로 영국 여왕의 관은 조용하고 엄숙하게 예배당을 떠났습니다. 

무엇보다 부러웠던 것은 여왕의 장례와 하나님을 향한 예배를 통해서 영국 및 커먼웰스에 속한 모든 나라가 하나가 되는 모습이었습니다. 영국에도 여러 당파와 교파가 있지만, 그날만큼은 예배 안에서 하나가 되었습니다. 매우 놀랍게도 예배의 도입부에는 성공회 사제들뿐만 아니라 영국 감리교회, 카톨릭은 물론이고 조로아스터교, 힌두교, 불교, 시크교, 이슬람교, 유대교 등을 대표하는 사제들이 함께 입장했습니다. 비록 종교적으로는 기독교 전통과는 가장 먼 대척점에 계시다고 알려있지만, 그 예배에 참석한 우리 대통령과 영부인이 국가를 하나가 되게 하는 장을 직접보고 느끼는 바가 많으셨었기를 소망해봅니다. 부디 기독교 신앙의 힘과 아름다움을 보셨기를, 한 국가에는 전통과 품격이 있어야 하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과 영부인이 그 중심에 있으시다는 것을 아시고 그 역할을 임기 끝까지 잘 감당해 주시기를 소망합니다. 

한편, 영국 여왕의 장례 예배 중에는 여러 곡의 찬송가가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주기도문 후에 불린 찬송가에서 ‘찰스 웨슬리’의 이름을 발견하고는 굉장히 반가웠습니다. 찰스 웨슬리가 작사한 그 찬송가의 제목은 ‘Love divine, all loves excelling ’이었는데 하나님의 사랑을 노래하는 아름다운 찬송시와 부드러운 삼박자의 선율이었습니다. 이 찬송가는 우리 찬송가 15장 ‘하나님의 크신 사랑’과 같은 가사이지만 영국에서는 윌리엄 로우랜즈(William Rowlands)가 작곡한 ‘블레인원(Blaenwern)’의 곡조로 부르고 미국과 우리나라에서는 존 준델(John Zundel)이 작곡한 ‘비쳐(Beecher)’ 곡조로 부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번 장례식에서 부른 ‘블레인원(Blaenwern)’곡조가 더 좋아 보입니다. 하염없이 깊고 크신 하나님의 변함 없는 사랑을 노래하기에는 빠르고 힘찬 4박자보다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3박자의 선율이 더 좋게 느껴집니다. 이 찬송가는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찬송가 10개 중 하나로 선정되었으며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장례식과 윌리엄 왕자와 캐서린 미들턴의 결혼식 찬송가로 선택되기도 했습니다.  

익숙한 선율이 아닌 다른 선율로 부르니 가사도 새롭게 보입니다. 먼저 1절 마지막 가사는 “Visit us with thy salvation; enter ev'ry trembling heart.”라고 노래하는데 우리 찬송가는 “두려워서 떠는 자를 구원하여 주소서.”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씩씩하고 밝은 기존 우리 찬송가 곡조에서는 별다른 문제점을 느끼지 못했는데 하나님의 자비하시고 무한하신 사랑을 노래하는 가사와 잘 어우러진 ‘블레인원(Blaenwern)’곡조로 불러보니 ‘두려워서 떠는 자를’이라는 번역이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떨기는 떠는데 두려워서 떠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4절 가사처럼 사랑으로 친히 방문하시는 크신 사랑에 감격하거나 구원의 하나님 앞에서 경외의 마음으로 떠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또한 4절 가사에서 찰스 웨슬리의 놀라운 표현을 새롭게 발견했습니다. “Finish, then, thy new creation; true and spotless let us be.”는 “이제, 당신의 새 창조를 완성하여 주시고 진실하고 정결한 우리 되게 하소서”라는 의미입니다. 저는 이 가사를 듣고는 깜짝 놀라 가슴이 떨려 왔습니다. 정리하자면, 이 찬송가야말로 새 창조와 구원의 감격과 성화의 신학을 담은 웨슬리안의 찬송이었던 것입니다. 다만 한국 찬송가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한국교회에 영향력이 더 크고, 원죄와 하나님의 역사에서 하나님의 절대적 주권을 강조하는 장로교회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짐작해봅니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에는 찬송가에 대한 감리회 사람들의 무관심도 한몫했을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새로이 악보를 만들어 한국교회와 특히 웨슬리안 신앙 전통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이 아름다운 이 찬송가를 소개합니다. 하나님의 크신 사랑과 그 사랑에 대한 감격과 새 창조와 성화의 신앙을 담은 이 찬송이 많이 울려 퍼지면 우리에게 더욱 은혜가 넘치고 우리의 신앙과 예배도 더욱 품격 있고 아름다워질 것을 믿습니다. 

https://youtu.be/Pk9Txu-1p6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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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호 (112.218.155.236)
2022-10-01 10:27:10
원고 분량이 많아서 우리말 가사를 덧입힌 악보를 올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악보를 원하시는 분은 칼럼 제목 아래에 있는 제 메일 주소로 연락 주시면 보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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