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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했을 때의 짜릿함
김화순  |  givy4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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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9월 05일 (월) 01:35:34 [조회수 : 2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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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이 많은 회의주의자인 나는 유혹에 잘 빠지지 않는다. 생각이 많아 이것저것 고려하고 따지기를 잘하니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면 여지없이 그 틈을 파고들어 상대를 제압하는 특성이 있다. 이런 나에게도 약점이 있는데, 홈쇼핑의 쇼호스트에게는 홀딱 넘어간다는 것이다. 지금 바로 구매하지 않으면 손해를 볼 것 같아 구매 버튼을 눌러 사들인 물건을 보면서 후회하는 것은 당연, 또다시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결심하지만 설득력 있는 쇼호스트의 진행을 여전히 호기심 어린 눈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내 모습을 종종 발견한다. 쇼호스트가 상담을 하면 힘든 사람들이 금방 마음을 다잡을 것만 같다.

쇼호스트는 호소력과 신뢰감을 조성하는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영향력을 발휘한다. 재치있는 설득 메시지와 스토리텔링으로 자연스럽게 구매로 연결시킨다. 홈쇼핑을 시청하는 동안에는 인지적인 과정이 결여된 감정이입을 통한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전문지식, 풍부한 경험, 인간적인 매력, 내용 구성력, 언변, 임기응변, 연기력 등의 다양한 역량을 갖춘 쇼호스트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 인지와 감정을 조절하여 선택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강박적 구매는 결국 물건을 소유해야만 쾌감을 느끼는 기저가 심리에 깔려있으면서 습관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물건을 사고 많은 돈을 낭비하게 만들어 사회문제로도 일컬어진다.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내면의 허기를 채우려는 무의식적 동기, 물건을 살 때 스트레스가 순간적으로 해소되는 짜릿함을 느끼는 경험이 바탕이 되었을 수도 있다. 충동성이 높거나 자기조절능력의 부족,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있을 때 이를 신속하게 없애기 위해 소비를 하게 된다. 이로 인해 재정적 문제가 발생하고 생업이나 가족관계, 사회생활에 있어서 문제가 일어나고 통제가 되지 않는다면 중독이라고 진단해 볼 수 있다. 위험이나 불이익이 오는데도 불구하고 시작한 행동을 중단하거나 조절하는데 어려움을 보인다면 말이다.

사실, 적당한 쇼핑은 심리적 보상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불안할 때, 쇼핑을 통해서 고통스러운 감정을 극복하기도 하며 심리적으로 충족되지 못한 욕구를 대리 충족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부정적 감정을 일시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지만, 과도한 구매 이후에는 바로 우울해지거나 죄책감과 불안한 감정이 뒤따른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구매를 통해 일시적으로 감정이 고조되어 기분 좋고 재미를 느끼지만 곧바로 후회하고 다시 우울해지며 물건 자체에 대한 애착은 작아지고 죄책감, 불안감 등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물건을 구매해 놓고 마음에 안 들거나 자책하게 될 때, 그 감정을 결코 쇼호스트가 책임져주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원인을 외부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의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은 자신이 조종하고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남에게 맡겨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을 내가 스스로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다면 그 인생은 가히 성공적이라 말할 수 있다.

거실 한 켠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홈쇼핑 제품을 보면서 며칠째 고민만 하고 있다. 반품할 것이냐 아니면 어떤 합리적인 이유를 대서라도 나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냐. 이런 고민이 더 이상 계속되지 않기를 바라며 텔레비전의 채널을 돌리고 있는 내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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