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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영혼을 위한 노래
조진호  |  jino-j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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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9월 03일 (토) 00:28:57
최종편집 : 2022년 09월 03일 (토) 00:57:07 [조회수 :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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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 오전, 주일을 준비하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우리 교회 교역자들은 함께 모여서 떼제(Taizé) 공동체의 노래를 배웁니다. 침묵 기도로 마음을 고르고 호흡의 결을 하늘을 향해 가다듬습니다. 분주한 주일 사역을 앞두고 있지만 모든 생각을 내려놓고 마음과 영을 하나님께로 모읍니다. 업무 가운데 늘 만나는 이들이지만 그 시간만큼은 하나님 맺어 주신 신성한 인연 속에서 함께 둘러앉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환영합니다. 저마다 목소리가 다르지만 한 하나님을 노래하며 모두의 숨결이 하나로 섞인다는 것만으로도 모두가 하나가 됩니다. 노래 실력도 제각각이지만 하나님 앞에서 자기의 노래를 하는 사람들은 하나 예외 없이 모두의 노래 가운데 자기의 역할을 하며 누군가의 빈 자리를 채워 줍니다. 그 어떤 노래보다 유독 떼제의 노래를 할 때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본격적으로 노래를 부르기 전에 전체 내용과 원어 가사의 단어를 하나씩 설명하고 발음을 가르칩니다. 떼제의 노래는 그 노래가 만들어진 나라의 언어로 부르는 것이 좋습니다. 발음이 틀리거나 어설퍼도 상관없습니다. 모국어가 아니기에 그 어떠한 시도도 넉넉하게 환영받습니다. 그래야 하는 이유는 원곡에 담긴 언어 속에 그 민족의 영성이 살아 있기 때문이며 언어적 악센트와 프레이징이 음악적인 그것과 맞아떨어질 때 가장 아름다운 노래가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떼제 공동체의 정신에는 교회일치(ecumenical movement)를 향한 꿈이 담겨 있는데 각 나라의 성도들이 원곡의 언어로 노래를 부르는 것은 교회일치운동의 가장 힘 있고 아름다운 전위적 행동이 되어 줍니다. 

마지막으로 각 사람의 음역과 상황에 맞게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음을 연습한 후 함께 노래합니다. 떼제 노래는 화성이 덧입혀질 때 더욱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그 어떤 악기와도 잘 어우러집니다. 매주 토요일, 우리 교회 목양실에서는 그렇게 놀라운 일이 펼쳐집니다.   

지난 8월 31일 독일 카를스루에에서 세계교회협의회(WCC) 11차 총회가 열렸습니다. 함께 노래하던 우리 교회 전도사님이 그곳에 참석했습니다. 아마 이미 함께 불렀던 떼제 노래 덕에 조심스럽던 그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서둘러 더욱 활짝 열렸을 것입니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세계의 다양한 교회 교인과 한자리에서 예배드리며 많은 걸 느끼고 배웠다”면서 “예수를 구주로 고백하는 이들은 누구라도 함께 찬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면서 한국교회도 하나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그 소감을 전했습니다. 참으로 기특한 말입니다. 전도사님이 하나님의 원대한 꿈, 교회 일치 사역에 귀하게 쓰임 받게 되기를 축복합니다. 한 분이신 하나님을 섬기는 모든 민족의 사람들이 함께 예배하고 함께 찬양한다는 것은 이토록 놀라운 일입니다. 

매주 한 곡 새로운 노래를 배웠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울림을 주었던 곡은 이탈리아 노래 'Il Signore ti ristora(주님 너를 치유하시고)'입니다. 이 따스한 노래의 가사는 밀라노의 성 암브로시우스의 축복 기도입니다. 

"Il Signore ti ristora Dio non allontana. 
Il Signore viene ad incontrati. viene ad incontrati."

"주님은 당신을 치유하시고 당신을 떠나지 않으시네. 주님은  당신을 찾아오셔서 만나 주시네.  만나러 오시네."

"Il(정관사) Signore(주님) ti(너를) ristora(회복시키다, restore) Dio(하나님) non(부정, not) allontana(떠나다). Il(정관사) Signore(주님) viene(오다) ad(전치사) incontrati(만나다, encounter)."

[일 시뇨레 띠 리스토라 디오 논 알론타나. 일 시뇨레 비에네 앋 인콘트라르티. 비에네 앋 인콘트라르티.]

성 암브로시우스(Sanctus Ambrosius, 340?~397)는 4세기 아리우스파에 맞서 정통 기독교의 전례와 성직에 대한 개혁을 이룩한 밀라노 대주교입니다. 그는 그 와중에도 교권에 얽매이기보다는 대중설교와 집필활동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실재로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록'에서 밀라노에서 암브로시우스 주교가 성서를 주석하는 설교를 듣고는 회심했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는 탁월한 리더쉽과 용기로 교회와 국가 사이에서 이상적인 관계를 유지했고 교회의 사회적 책임에도 큰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아리우스파와 같은 이단 사상에는 단호했지만, 비본질적인 것들은 넓은 마음으로 포용했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은 암브로시우스가 어거스틴에게 교회의 예전에 대하여 "내가 로마에 있을 때는 토요일에 금식하고, 밀라노에 있을 때는 그렇지 않습니다. 당신이 있는 교회의 법을 따르세요."라고 해 준 권면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그만큼 그는 열린 마음으로 주교직을 수행했습니다. 가난한 이들을 자선의 대상이 아닌 인류애적 공동체 속의 형제자매로 대했으며 자선의 개념을 하나님께서 원래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부어 주신 물질을 올바르게 집행하는 정의의 덕목으로 이해했습니다. 

감독 선거가 곧 다가옵니다. 그와 같은 교회 지도자가 너무나도 그립습니다. 작년 새롭게 번역된 그의 책 ‘성직자의 의무’에서 그는  성직자에게 요청되는 4개의 덕을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바로 '지혜, 용기, 정의, 절제'입니다. 오늘날 한국 교회의 목회자들에게 쏟아내는 일갈과 같아 마음이 뜨끔합니다. 무엇보다 그는 초기 기독교 찬송가의 중요한 인물이었으며 19세기 독일의 찬송가 학자인 귀도 마리아 드레이브스는 그를 일컬어 '교회 찬송가의 아버지'라 하였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떼제의 노래 'Il Signore ti ristora'역시 성 암브로시우스의 찬송시로서 상처 입은 영혼을 향한 제사장적 위로와 축복이 담긴 노래입니다. 이 노래가 이토록 큰 위로가 되고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는 것은 어쩌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얼마나 상처 입고, 불안하고, 외롭고, 미움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지를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튼 이 노래는 너무나 따스합니다. 특히 작은 모임에서 서로 바라보며 함께 부를 때면 하나님의 임재와 어루만져 주심, 그리고 서로가 사랑 가운데 하나가 됨을 느낄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nzSaV5IasyM

 

떼제 공동체의 홈페이지에서 떼제의 노래를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이 간결한 노래의 이탈리아어 가사를 하나씩 새겨 가면서 성 암브로시우스의 축복을 노래로 불러 보시기 바랍니다. 서로를 위하여, 세상 모든 상처 입은 영혼들을 위하여, 그리고 우리 자신을 위하여....  
 
https://www.taize.fr/spip.php?page=chant&song=4636&lan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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