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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한 장어의 일생
임석한  |  skygrac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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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8월 23일 (화) 17:43:47 [조회수 : 2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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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한 장어의 일생

10년 전 뉴욕에서 부목사를 하던 때였다. 어느 날 저녁에 낚시를 다녀오신 권사님 두 분이 자연산 장어 한 마리를 잡아서 교회로 가지고 오셨다. 길이가 70-80cm정도 되는 큰 놈이었다. 때마침 저녁식사 시간이어서 이 장어를 요리해서 먹기로 했지만 비전문가가 살아있는 장어를 손질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너무 미끄러워 잡을 수도 없고 가만히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장어 전문점에서 장어를 손질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 송곳구멍 뚫린 도마와 송곳이다. 장어머리를 송곳으로 찌른 후 도마 오른쪽에 뚤어놓은 구멍에 송곳을 끼워 넣어 고정시켜야 칼로 내장과 중간 뼈를 발라낼 수 있다. 하지만 당시 교회 주방에는 그런 준비가 되어 있을 리 없었다. 뱀처럼 생겨 보기에도 징그럽고, 정신없이 요동치는 장어 한 마리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큰 웍에 장어를 집어넣고 뚜껑을 닫은 채 센 불로 익혀 죽이기로 했다. 죽은 이후 손질을 하기로 한 것이다. 간신히 장어를 웍에 집어넣고 뚜껑을 닫았다. 웍이 달궈져 뜨거워지자 장어는 정말 죽기살기로 발버둥쳤다. 전도사님 한 분과 함께 덮어놓은 뚜껑을 힘을 주어 꽉 누르고 있지 않았다면 생사의 갈림길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던 장어가 뚜껑을 밀쳐내고 빠져나와 주방바닥에서 난리를 쳤을 것이다.

‘나는 전설이다’라는 영화에서 주인공 윌 스미스가 좀비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변이를 시작한 자신의 사랑하는 개를 안간힘을 써서 질식시켜 죽였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 정도 시간이 지나자 장어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감정이 드나들었다. 이 녀석을 먹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일인가? 일격에 장어를 죽였으면 고통이 덜했을 텐데, 미각을 위해 이렇게 인간이 잔인한 행위를 해야 할 것인가? 물고기 한 마리에 불과하지만 당시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결국 불에 적당히 익은 장어를 꺼내어 뼈와 살을 발라내고 잘라 프라이팬에 소금구이를 해서 함께 먹었다. 그런데 방금 전 미안한 마음과는 상관없이 입안에 들어간 노릇하게 잘 익은 장어의 살은 탱글탱글 고소하고 담백한 것이 아닌가? 아! 인간이란 존재는...

그 뒤로 10년이 지났다. 지난 10년 동안 장어를 먹을 기회는 몇 번 있었다. 어제가 장어를 먹은 날이었다. 지방연합성회기간인데 교회마다 돌아가면서 강사님을 비롯한 목사님들께 식사대접을 하는데 어제 저녁 메뉴가 숫불장어구이였다. 숯불에 잘 손질된 장어를 직원이 정성껏 구워준다. 밑반찬으로는 깻잎장아찌, 생강채, 방풍나물무침과 상추와 깻잎샐러드, 그리고 양파고추무침, 양상추샐러드가 나왔다. 찍어먹는 달달하고 걸쭉한 간장소스는 직접 제조한 듯 했다. 집된장으로 만든 된장찌개도 구수하고 찐했다. 장어는 가격이 비싸다. 1kg에 손질된 장어 3마리로 가격은 84,000원이었다. 한 마리에 28,000원 정도이니 엄청 비싼 음식이다. 왜 장어는 비싼 것일까? 이 글을 읽으면 장어 값이 비싼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스테미너에 좋다는 장어는 구이나 초밥, 회나 탕으로 먹는다. 장어는 긴장(長)자에 물고기어(魚), 즉 긴 물고기를 말하는데, 뱀장어, 붕장어, 갯장어, 꼼장어 등으로 나뉜다. 그리고 각 장어의 종류마다 불리는 이름이 여러 가지라 아주 헷갈린다. 내가 어제 먹었던 장어는 뱀장어이다. 우리가 보통 장어하면 뱀장어를 말한다. 

이 장어는 굉장히 미스터리한 물고기이다. 학자들이 100년이 넘도록 추적했지만 장어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 장어의 비밀이 알려진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 장어는 바다에서 태어나 강에서 6-12년 정도 살다가 다시 바다로 돌아와 산란을 한다. 연어가 강에서 태어나 바다로 돌아갔다가 다시 강으로 돌아와 산란을 하는 것과는 정 반대이다. 

장어는 한국에서 3500km 떨어진 필리핀 근해 마리아나해구까지 가서 알을 낳는다. 이들이 어떻게 그곳까지 찾아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리아나해구에서 어미는 알을 낳고 죽는다. 산란을 위해 여기까지 가는 시간만 무려 6개월에 달한다. 일본의 연구진들이 30년 동안이 망망대해를 뒤진 끝에 2009년 마리아나해구 수심 200-260미터에서 세계 최초로 뱀장어의 알 31개를 발견했다. 왜 그렇게 깊고 어두운 바다에 알을 낳는 것인지? 왜 산란장에서 그토록 먼 하천을 찾아가 사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더 신비로운 것은 이 뱀장어가 알에서 태어난 그 이후의 일이다. 알이 부화해서 다시 어미의 고향으로 올라오는데 오는 기간이 한 1년 걸린다. 그런데 어떻게 고향으로 찾아오는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회기본능은 참 신비하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물고기는 알에서 치어가 태어나고 그 치어가 성장해서 성체에 이르게 된다. 치어와 성체는 크기만 차이가 있지 모양은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뱀장어는 이런 방식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뱀장어의 알은 2-3일 만에 부화를 한다. 100일정도 지나면 이 치어는 투명한 잎사귀 형태의 물고기로 변하는데 장어 성체와는 전혀 다른 모양이다. 과학자들은 처음에 이 물고기가 장어가 아닌 아주 다른 종류의 물고기인줄 알았다. 그래서 이 투명한 물고기의 이름을 “렙토세팔루스(Leptocephalus)”라고 불렀다. 대나무잎사귀와 비슷하다고 하여 ‘댓닢장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녀석들이 유리처럼 투명한 실뱀장어가 되는 기간은 240일 정도이다. 렙토세팔루스는 북적도해류를 따라 필리핀이나 대만으로 가기도 하고 여기서 다시 쿠로시오해류를 따라 한국이나 중국, 일본으로 가기도 한다. 연안에 도착하게 되면 바닥에 정착한 후 변태를 하여 작은 실뱀장어가 된다. 

기나긴 여정 끝에 어린 뱀장어가 우리나라 강 하구에 도착하는 시기는 2월부터 4월까지이다. 이 시기에는 제주도부터 임진강까지 한국의 강 하구에는 실뱀장어를 잡으려는 어민들이 진을 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성냥개비만 한 0.3g짜리 실뱀장어 한 마리 값이 3000-6000원이나 되기 때문이다. 운 좋은 어부는 하루에 1000만원어치를 잡을 수도 있다. 뱀장어 치어가 이렇게 비싼 이유는 인공부화가 힘들기 때문이다. 심해로 수천키로를 헤엄쳐서 산란을 하는 장어의 알을 받아 양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인공적으로 심해와 동일한 수압을 만들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실뱀장어를 잡아서 양식장으로 옮겨와 키워야 하기 때문에 장어가 비쌀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이라는 노래를 들어본다. 언젠가는 장어의 그 신비와 비밀이 더 많이 밝혀지고, 좀 더 가격이 저렴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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