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악마의 맷돌’을 멈춰라
<적을수록 풍요롭다>, 제이슨 히켈, 김현우, 민정희, 창비, 2021

“중요한 것은 성장이 아니라 어떻게 소득과 자원이 분배되는가이다. … 성장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만 하면 우리가 직면한 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에 대해 훨씬 더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57)

  이번 여름은 다사다난했다. 유럽은 블로킹 고기압이 형성되어 전례 없는 폭염을 기록했고, 한반도에서는 폭우로 인해 14명이 사망, 6명이 실종되었다. 반지하에서 거주하는 이들이 참변을 당하기도 했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그 단면을 발견한 것 같아 애석하다. 뒤늦게 사회적 안전망을 점검하는 모습은 얼마나 얄팍한가. 어느 시인의 말이 떠오른다. “길가 창문에서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 우리를 불쌍한 듯 내려보지 말라 / 우리의 마지막을 네게 허락한 적이 없다.”
 
  인류가 기후위기에 봉착했음을 부인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삶의 방식이 바뀌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땅과 자연을 사유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의회를 또한 타인의 신체를 ‘인클로저’하고 식민화하고 있다. 최첨단 과학기술로 인해 인류의 문명이 눈부시게 발전한 것 같은데, 잘 들여다보면 오히려 역행하고 있는 것 같다. “애니미즘이 사물에 영혼을 부여했다면 산업주의는 영혼을 사물로 만든다”(69)라는 아도르노의 말은 앞으로도 유효할 듯싶다. 온통 대상화된 세상에서 망가지지 않을 존재가 어디 있겠는가. 모두가 병들어가고 있다. 

  필리 올스턴는 “기후변화는 다른 어떤 것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하는 부도덕한 공격”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164) 재난불평등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정작 환경오염의 주범은 따로 있는데, 왜 가난한 이들이 더 많은 자연재해를 당해야 하는가. 부조리의 극치다. 우리의 생명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다면, 우리는 이 진실을 하루 빨리 직면해야 한다.

“불평등한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좌절감을 더 많이 느끼고, 불안해하고 불안정하며, 자신의 삶에 불만을 갖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더 높은 우울증과 중독 비율을 보인다. … 평등한 사회에 사는 사람들보다 호화 브랜드 쇼핑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241-242)

 인간의 삶이란 이토록 부박하다. 명품 소비를 통해 내면의 헛깃증을 온전히 달랠 수 있겠는가. 애초에 우리가 누리는 혜택과 이기는 누군가의 값싼 노동력 덕분이었을까. 윌리엄 블레이크는 그것을 “검은 악마의 맷돌”이라고 부른다.(82) 오래 사용되면 좋겠지만, 인간이 만든 상품은 금세 쓰레기로 변하고 만다. ‘계획적 진부화’라던가. 비근한 예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총 130억 개의 스마트폰이 팔렸는데, 그 중 사용 중인 것은 30억 개 뿐이다.
 
 암울한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심고 있는 이들이 있다. 저자는 거기에도 주목한다. ‘어머니 지구의 권리법’을 통과시킨 볼리비아, ‘수리할 권리’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소비자들, 공공재 공유를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시민들. 적을수록 풍요롭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우리가 푯대 삼아야 할 명제들을 다시 상기해야 할 때다.

김민호 목사 (지음교회)